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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사주' 사태 새 국면…추가로 드러난 사실과 풀어야 할 의문

윤석열 개입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제보자' 조성은 "檢 내부고발자 있다"
'8월11일' 대화·동석자 여부 '수수께끼'…野, 고발장 '복붙' 의혹도 궁금증

[편집자주]

'제보자' 조성은씨가 SBS 뉴스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다. (SBS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제보자' 조성은씨가 SBS 뉴스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다. (SBS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윤석열 검찰'이 지난해 4·15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을 통해 여권 정치인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새로운 의혹을 생산하며 요동치고 있다. 

애초 핵심이었던 고발 사주 의혹에 더해 제보자와 만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이른바 '제보 사주' 의심 정황이 높아지면서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으로 확산하고 있다. 

◇핵심은 윤석열 개입 여부…"손준성 검사까지는 왔다" 관측

14일 정치권과 법조계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고발을 사주했는지 밝히는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검찰청 감찰부는 '피의자' 윤 전 총장에게 혐의 적용이 쉽지 않다고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이 받는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에서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 하나다. 이는 공수처의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입증을 전제로 하는데, 손 검사의 직접 진술이나 물증이 없다면 엮어내기가 사실상 불가하다.

첫 보도 후 가장 관심이 컸던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씨가 '검사 손준성'이란 사실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텔레그램에 등장하는) '손준성 보냄'이 검사 손준성이 보낸 걸로 봐도 되느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무리가 없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검사는 재차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손 검사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저는 어떤 경위로 이와 같은 의혹이 발생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고발장 및 첨부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문제는 핵심 물증인 손 검사의 휴대폰이 잠겨 있어 손 검사의 고발장 등 '전달'을 증명하기조차 아직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달이 확인된다 해도 손 검사가 이를 작성했는지, 제3자의 작성 여부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조성은 말고 또다른 제보자?…조씨 "나뿐이겠나?"

이런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은 제보자 조성은씨가 이날 새롭게 주장하고 나선 '검찰 내부고발자'의 존재 여부다.

조씨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공수처가 손 검사의 휴대전화를 풀지 못하면 난항을 겪을 것이란 분석도 아니라고 본다"며 "제 휴대전화 포렌식만으로 압수수색 영장이 나왔을까? 저만 없으면 된다는 저 사람들(야권)의 멍청함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며 본인 외에 추가 공익신고자가 있는 듯한 발언을 했다.

서울경제와의 전화인터뷰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답을 내놨다. 조씨는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파장은 더 커질 것"이라며 "검찰에 내부고발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개입 의혹을 밝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더욱이 내부고발자가 검찰총장 참모였다면 윤 전 총장의 지시 여부를 밝히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제3자가 존재한다는 조씨의 주장은 정황상 일부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 뉴스버스는 이날 보도에서 지난 7월21일 조씨에게 텔레그램 캡처파일 5장을 받은 것 외에는 보도날(9월2일)까지 어떠한 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조씨도 대검과 공수처 등 수사기관에만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4월3일' 고발장 등이 다른 언론을 통해 전문이 공개됐다. 다른 제보자가 있을 개연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박지원 국정원장 개입했나?…정국 최대 뇌관으로

검찰의 정치 개입 의혹을 밝히는 것으로 흐를 것 같았던 이번 사태에 전환점이 마련된 건 지난 8월11일 조씨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식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 측은 당장 '박지원 게이트'로 규정하며 대대적인 역공에 나섰는데, 주장을 뒷받침할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힘을 얻는 분위기다.

조씨는 지난 2016년 국민의당에 입당하면서 박 원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이후 상당한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보이는데, 현직 국정원장과 서울 고급호텔에서 단둘이 식사를 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두 사람은 식사자리에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어떠한 내용의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강변한다.

윤석열 국민캠프 정치공작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인 박민식 전 의원(왼쪽 두번째)과 변호인단이 13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고발장을 들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이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성명불상자 1인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2021.9.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윤석열 국민캠프 정치공작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인 박민식 전 의원(왼쪽 두번째)과 변호인단이 13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고발장을 들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이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성명불상자 1인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2021.9.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그러나 조씨가 지난 12일 SBS 뉴스와 인터뷰에서 보도 날짜를 두고 박 원장과 상의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신빙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조씨는 "사실 9월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박 원장)이나 제가 원했던 거나 제가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다"라며 "그냥 이진동 기자(뉴스버스 발행인)가 '치자' 이런 식으로 결정을 했던 날짜(9월2일)고 그래서 제가 사고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논란이 커지자 상의를 안 했다는 것을 강조하다가 나온 일종의 말실수일 뿐이라며 박 원장에게 이번 의혹과 관련한 그 어떤 내용도 전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제보 20여일 후 '식사', 그 20여일 후 '보도'…8월11일 전후 파일 다운로드

신빙성에 금을 낸 또다른 정황이 이날 추가로 제기됐다. 조씨가 박 원장과의 만남 전후로 김 의원과의 대화 내용을 내려받고 캡처한 정황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조씨는 박 원장을 만나기 하루 이틀 전인 9일과 10일, 지난해 4월3일과 8일 김 의원으로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받았다는 '손준성 보냄' 이미지 파일 110여개를 모두 내려받았다. 만남 다음날인 12일에도 김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 2장을 추가로 캡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8월10일과 12일 (조씨가 제보한) 휴대폰 캡처 메시지가 언론에 공개됐는데 이게 야권 대권 주자 공격에 사용됐다"며 "8월11일 국정원장이 제보자를 만난 시점 전후로 이런 캡처가 이뤄진 정황은 박 원장이 모종의 코치를 한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8월11일'은 조씨가 뉴스버스에 지난해 4월 텔레그램 캡처파일을 처음 보낸 7월21일과 뉴스버스가 첫 보도한 9월2일의 정확히 중간 시점이기도 하다.

조씨는 이에 대해 "(8월 당시) 뉴스버스의 '고발사주' 의혹 보도를 원치 않아서 일방적인 보도 이후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사전에 확보해 둔 방어용 증거"라며 "박 원장과는 관련이 전혀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우연이라고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8월11일 만남에 동석자 있었나? 없었나?

식사자리에 동석자가 있었는지도 밝혀야 한다. 윤 전 총장 측은 박 원장과 조씨를 공수처에 고발하면서 식사자리에 동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성명불상자 1인'을 포함했다.

동석자 여부는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는 두 사람의 주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일단 두 사람은 동석자 없이 식사를 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동석자는 없었고 박 원장 경호원만 수명 있었다"고 했다.

동석자로 지목받은 홍준표 의원 캠프의 이필형 조직1본부장 역시 뉴스1과 통화에서 "그날(8월11일) 다음날 제주도에 가기로 돼 있어서 그 준비를 하느라 하루종일 여의도에 있었다"며 "내 평생에 박지원, 조성은을 본적이 없다"고 했다.

공수처가 고발장을 접수한 만큼 수사 과정에서 호텔의 폐쇄회로(CC)TV나 QR코드 기록 등을 확보하면 진위 여부가 어렵지 않게 밝혀질 것이란 예상이다.

◇'4월 고발장'과 '8월 고발장' 어떻게 똑같을까?

수사기관이 밝혀야 할 일이라며 뒤에 물러서 있는 국민의힘이 밝혀야 할 것도 있다. 바로 지난해 8월 최강욱 의원을 고발하는 데 쓰인 고발장 초안이 4월 고발장과 같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당시 법률지원단장인 정점식 의원이 당무감사실장을 통해 변호사에게 전달했다는 점이다.

정 의원에게 초안을 전달했다는 보좌관은 1년 전일이라 기억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씨가 김 의원에게서 자료를 전달받고 이를 당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힌 만큼, 김 의원이 조씨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조씨는 "선거 직전에 기자들을 고발하자고 하는데 (당에서) 누가 하겠냐"라며 "김 의원이 당직자 케이(K)에게 전달했다고 했을 때 그 케이는 내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8월에 다른 당직자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게 전달받은 당 관계자가 밝혀질 경우 또다른 정황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9.1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9.1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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