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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지 환자' 살린 직장인·대학생·간호사·경찰 4인방

평생학습관 계단서 발견…'심폐소생술' 응급처치
"이상하다고 생각해 확인해보길 정말 다행"

[편집자주]

지난 11일 서울 노원구 노원평생학습관에서 심정지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는 학습관 이용자들. 파란색 옷을 입은 고민제씨를 기준으로 시계방향으로 대학생 신유성씨, 경찰 조사관 이영호씨, 간호사 B씨.(노원평생학습관 제공)/뉴스1 © 뉴스1
지난 11일 서울 노원구 노원평생학습관에서 심정지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는 학습관 이용자들. 파란색 옷을 입은 고민제씨를 기준으로 시계방향으로 대학생 신유성씨, 경찰 조사관 이영호씨, 간호사 B씨.(노원평생학습관 제공)/뉴스1 © 뉴스1

평생학습관 학습실에서 한 남성이 심정지로 쓰러지자 이용자들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응급처치를 진행해 생명을 구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17일 서울시교육청 소속 노원평생학습관 설명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기감리원으로 일하는 고민제씨(59)는 지난 11일 평소처럼 주말을 맞아 평생학습관 4층 자율학습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정오를 10분 남겨두고 고씨는 점심을 먹으려고 학습실을 나오다가 계단에 걸터앉아 있는 40대 초반 남성 A씨가 눈에 들어왔다. 계단에 앉아 쉬고 있겠거니 여겼던 고씨는 발걸음을 옮기려다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가까이 다가가니 A씨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이내 고개가 뒤로 젖혀지더니 의식을 잃었다. 호흡마저 약해지자 놀란 고씨는 급한 대로 왼손으로 A씨 고개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가슴을 압박했다.

고씨는 A씨를 평평한 곳으로 옮겨 심폐소생술을 하려고 했지만 혼자 힘만으로는 들기도 벅찼다. 도움이 필요했지만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다행히 마침 대학 1학년 학생인 신유성씨가 밑에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고씨는 신씨에게 당장 119에 신고해달라고 소리쳤다. 동시에 두 사람은 A씨를 옮겨서 눕혔고 바로 고씨가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 신씨는 휴대전화 스피커폰으로 출동 중인 구급대에 상황을 알렸다.

고씨는 공사현장에서 일한 경험이 많아 평소에도 심폐소생술을 유심히 보고 익혔지만 막상 상황이 벌어지니 쉽지 않았다. 흉부 압박을 계속 했지만 힘이 달려 기진맥진할 지경이었다.

그 순간 자신을 간호사라고 밝힌 남성 B씨가 와서 응급처치를 이어나갔다. 시끄러운 소리에 무슨 일인지 보러 나왔던 이영호 종로경찰서 교통조사계 조사관도 A씨가 쓰러져 있는 걸 보고 도왔다.

이 조사관이 플래시를 켜고 전해준 휴대전화로 B씨가 A씨 동공을 살폈지만 반응이 없었다. B씨는 스피커폰으로 연결된 구급대와 상황을 공유하면서 심폐소생술을 이어나갔다.

다행히 조금씩 호흡이 돌아왔고 오후 12시20분쯤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해 후속조치를 진행했다. 심장 제세동기도 사용한 끝에 A씨는 완전히 의식을 찾았고 후송돼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뉴스1과 한 통화에서 "처음에 A씨를 봤을 때 그냥 지나쳤다면 심각한 상황을 몰랐을 거다"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해 확인해보길 정말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폐소생술을 평소 주의 깊게 봤는데 막상 하니까 당황하고 서두르게 되더라"면서 "학생이나 일반인도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 조사관도 "평상시랑 다르게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 나갔더니 심각한 상황이었다"며 "주위에 누가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다급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노원평생학습관 측은 당시 A씨를 도왔던 이용자들을 파악했지만 아직 B씨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평생학습관 관계자는 "자율학습실에 안내문을 부착해 당시 간호사님을 찾는다는 안내문을 부착했다"고 말했다.

한편 매년 이용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실습교육을 진행해온 평생학습관은 이번 일과 같은 상황이 재발할 경우를 대비해 향후에도 이용자 안전을 위한 응급구호 체계 운영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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