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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유튜브로 굴삭기 독학…ATM 털다 '철창행'

빚 독촉에 굴삭기 훔쳐 ATM '와장창'…빈손으로 도주
항소했지만 '징역 1년6개월'…법원 "죄질 매우 불량"

[편집자주]

지난 1월16일 오전 4시30분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A씨(36)가 훔친 굴삭기로 ATM을 부숴 ATM 안에 있던 현금을 훔치려던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굴삭기 주인 제공)© 뉴스1
지난 1월16일 오전 4시30분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A씨(36)가 훔친 굴삭기로 ATM을 부숴 ATM 안에 있던 현금을 훔치려던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굴삭기 주인 제공)© 뉴스1

빚 독촉에 시달리며 전전긍긍하던 A씨(36)의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ATM(현금 자동 입출금기)이었다.

크기가 크지 않아 여차하면 쉽게 부술 수 있을 것 같았던 데다 특히 인적이 드문 한밤중 시골마을이라면 목격자도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A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있는 굴삭기를 훔쳐 옆 동네인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식당 인근 ATM을 부숴 그 안에 있는 현금을 털기로 마음 먹었다.

당시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가 없었던 그는 유튜브로 굴삭기 작동법을 독학한 뒤 시험 운전까지 할 정도로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범행 당일인 지난 1월16일 새벽 3시15분쯤.

A씨는 어둠을 뚫고 동네 한 구석에 문이 열린 채 세워져 있던 굴삭기로 가 몰래 시동을 걸었다. 피해자 B씨 소유의 시가 1억4000만원 상당 굴삭기였다.

이후 그는 굴삭기를 몰고 약 16㎞를 달려 1시간25분 뒤인 오전 4시40분쯤 미리 점찍어 뒀던 C은행 소유의 ATM 앞에 도착했다.

도착하자 마자 굴삭기 버킷으로 ATM을 옆으로 넘어뜨린 A씨는 굴삭기에서 내려 휴대폰 손전등 기능으로 ATM 상태를 확인한 뒤 다시 굴삭기에 올라타 ATM을 내려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지난 1월16일 오전 4시30분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A씨(36)가 훔친 굴삭기로 ATM을 부숴 ATM 안에 있던 현금을 훔치려던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독자 제공)© 뉴스1
지난 1월16일 오전 4시30분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A씨(36)가 훔친 굴삭기로 ATM을 부숴 ATM 안에 있던 현금을 훔치려던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독자 제공)© 뉴스1

A씨는 ATM에서 경보음이 울려도 개의치 않았지만 한 시간 가까이 내려쳐도 ATM이 열리지 않자 끝내 굴삭기까지 버린 채 빈손으로 현장을 떠났다.

당시 ATM에는 수백만 원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쾅쾅거리는 소리와 앵앵대는 경보음이 한참 울려 댄 탓에 목격자가 없을 리 만무했다.

A씨의 범행을 목격한 한 주민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CCTV 등으로 A씨의 행방을 추적해 사건 발생 12시간 만인 당일 오후 3시40분쯤 주거지 인근 길거리에서 A씨를 긴급 체포했다.

이후 절도, 특수재물손괴, 건설기계관리법 위반, 특수절도미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지난 3월24일 제주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행위 형태와 범행 수법의 대담성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재물손괴(ATM) 피해 규모가 2740만원으로 상당한 데다 2015년 특수강도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처벌을 받은 전과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선고 배경을 밝혔다.

A씨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지난 6월17일 광주고등법원으로부터 항소 기각 판결을 받은 뒤 이튿날 상소권을 포기하면서 현재 복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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