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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데…대장동 수사 검·경 합심해야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 의혹 해소…따로국밥 수사 도움 안 돼

[편집자주]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그쪽에서 XXX 불러서 조사했데요?" 대장동 의혹을 수사하는 사정기관 관계자가 취재 기자에 반문하듯 물었다.

대선을 불과 5개월여 앞두고 대형 개발비리가 터졌다.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네탓공방식 프레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국민의힘 게이트'를 주장하고, 야당(국민의힘)은 '이재명 게이트'라 외친다.

국민은 민간 업자가 정치·법조·언론계와 결탁해 수천억원대 개발이익을 챙겼다는 뉴스를 접하며 박탈감과 분노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과 경찰은 '철저한 의혹 규명'이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이 하는 일을, 경찰은 검찰이 하는 일을 알지 못했다. 양측 모두 전담수사팀을 꾸린 뒤 대대적인 수사 착수를 알리면서도 힘을 모을 협의체 구성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서로 경쟁하듯 수사에 임했지만 검찰 따로 경찰 따로였다. 검찰은 검찰대로, 경찰은 경찰대로 제각각 수사를 진행했다.

이런 가운데 본격적인 강제수사는 검찰이 한 발 빨랐다. 검찰은 먼저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정영학 회계사를 불러 조사를 진행했고, 화천대유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기획본부장 주거지, 천화동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발빠르게 진행했다.

천화동인 5호의 실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을 확보했고,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을 특가법상 배임 및 뇌물 혐의로 체포해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받아내기도 했다.

같은시기 경찰은 고발인 조사, 자료 분석에 이어 김만배씨 등 핵심 관계자 8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또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흐름 관련해 금융거래내역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은 이러한 수사상황을 상호 공유하지 않았다.

각각 전담수사팀 구성 일주일째 접어들지만 검·경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단 한 번도 협의하거나 조율한 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검찰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는 물론 핵심 단서인 '정영학 녹취록' 조차 확인하지 못했고, 검찰은 경찰이 분석한 금융 거래 내역 등을 참고하지 못한 채 따로 시간을 들여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검찰에서 압수수색한 인물·기관을 경찰이 제대로 들여다보려면 재차 강제수사를 위한 절차를 밟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신속·정확한 수사를 위한 공조가 불가피했지만 누구도 이러한 문제를 짚지 않았다. 지난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에서 시작된 부동산투기 의혹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검경이 상호 협력해 나름의 수사 성과를 올렸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검찰보다 한 발 뒤처진 경찰은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대장동 특혜의혹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 "자료량이 방대한 만큼 심층분석이 필요하다"면서도 "LH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한 합동수사본부처럼 정부 차원의 합동수사를 하는 것도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게이트를 바라보는 국민은 하루빨리 온전한 의혹 해소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선 전 명명백백한 사건 규명을 통해 유권자로서 올바른 권리행사에 나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대장동 수사에 있어 검찰과 경찰은 경쟁해야할 상대도, 견제해야할 상대도 아니다. 다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검경수사협의체 구성 등을 통한 '합심 수사'로 의혹 해소를 위한 '효율'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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