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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과 공정위의 오판

"독과점 우려에서 벗어나 항공 산업 현실 직시해야"
"포스트 코로나 대비 필요…대한항공-아시아나 독과점 가능성 적어"

[편집자주]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아시아나항공 카고 앞에 대한항공 화물기가 착륙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아시아나항공 카고 앞에 대한항공 화물기가 착륙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267일.

대한항공이 올해 1월 1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 신고서를 제출한 후 267일이 지났다. 이대로라면 1년을 꽉 채울 분위기다. 

늦어진 심사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시계는 멈춰져 있다. 규모 차이가 있지만,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심사가 단 41일 만에 결론이 난 것을 고려하면 딴판이다.

키(Key)를 쥔 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이 있어서 일정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국감장에서 밝혔다. 아무래도 대형항공사(FSC)간 결합이다 보니 독과점 이슈에 예민한 모습이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는 항공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제조업의 경우, 하나의 기업이 다른 동종의 기업을 인수·합병하면 점유율이 숫자 그대로 더해진다. 늘어난 숫자만큼 다른 국가 경쟁기업에 직접적인 경쟁 제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셈이다.

반면 항공산업은 상호주의적이라는 의미로 봐야한다. 항공사의 주요 자산은 노선권인데, 노선권을 어떻게 설정하고 나눌지는 국가와 국가 간의 항공협정에 의해 결정된다. 국가 간 노선권은 1대 1로 동등하게 나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항공사가 합쳐져도 통합 항공사의 노선권의 숫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권리인 '슬롯'(Slot)도 독과점으로 보기에는 우려가 지나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천국제공항 슬롯 점유율은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해외 주요 항공사들의 자국 공항 슬롯 점유율과 비교하면 문제를 지적하기 어렵다.

여기에 항공산업이 사실상 완전경쟁 시장인 것도 고려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외국항공사들이 자국의 경유 수요를 유치하기 위해 지속해서 다른 국가 시장을 공략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한다 해도 외국 항공사들의 공세로 점유율이 숫자 그대로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공정위가 서둘러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정위도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이례적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지연에 "섭섭하고 유감스럽다, 조속히 승인 절차를 밟아주시길 부탁한다"고 공정위에 불만을 토로한 이유기도 하다.

실제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3사에 9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지원했다. 유럽도 독일 22조4000억원, 프랑스 9조3000억원, 네덜란드 4조6000억원, 영국 2조3000원가량을 지원했다. 일본은 일본항공에 3조4000억원, 전일본공수에 4조원을 지원했고 싱가포르도 싱가포르항공에 15조7000억원이라는 거액을 쏟아부었다.

통합이 늦어질수록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해외 항공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 그나마 대한항공은 화물 부문으로 버티고 있지만, 재무적 부담이 큰 아시아나항공은 더 벅차다.

해외 항공사와의 경쟁에서 스스로 국내 항공사 발목을 잡는다면 산업 경쟁력 저하는 불 보듯 뻔하다. 

공정위도 독과점 우려에서 벗어나 항공산업을 직시하길 바란다. 지금은 나무에 집착하기보다는 산을 바라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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