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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흑꼬리도요’ 출간한 박재홍 시인

잃어가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 찾는 여정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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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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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바다를 건너지 못할 때가 있다. 하늘의 별들이 흔들리거나 가지지 못한 자들의 넋들이 혼불 되어 반딧불처럼 무리를 지어 흐를 때…’ (흑꼬리도요13 중에서)

대전장애인배움터 풀꽃야학 및 전문예술단체 ‘장애인인식개선오늘’의 대표이자 ‘문학마당’ 발행인 겸 주간인 박재홍 시인이 2021년 가을을 맞아 신작 시집 ‘흑꼬리도요’(도서출판 상상인)를 출간했다.

나그네새인 흑꼬리도요를 테마로 한 연작시 60편을 담은 이번 시집은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기억의 회귀성인 소고(小考)에 가깝다.

잃어가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나누고 찾으며 연대해 시(詩)가 다시 돈오견성(頓悟見性)의 선풍(旋風)을 일으키는 시대가 복원됐으면 하는 발원으로 놓은 작은 강돌 같은 시집이라는 게 시인의 설명이다.

돈오(頓悟)는 점진적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번에 깨달음을 일컫는 불교 용어이고, 견성(見性)은 헛된 생각과 정신을 홀려 생각을 흐리게 하는 모든 것을 떨쳐 버리고 자기 본래의 천성을 깨우쳐 앎을 뜻하니, 그에게 흑꼬리도요는 자아가 투영된 깊은 수행의 매개체라 할 수 있다.

“시(詩)는 나에게 일체의 고통을 꼽등이의 굽어진 등처럼 짊어지게 했습니다. 탁발(托鉢)은 그때부터 시작됐고, 일상적인 삶에서 시정(詩情)을 어떻게 일으키고 실천하며 체계적으로 화의(畫意)에 이르게 하느냐고 되물으며 떠돌게 됐죠. 그러는 중에 시(時)는 계절 따라 탁발을 도는 흑꼬리도요처럼 긴 여정을 통해 명쾌하게 강설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박재홍 시인 ©뉴스1

전남 벌교가 고향으로 지체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그는 훨훨 공중을 나는 한 마리의 흑꼬리도요가 돼 시(詩)로 시(時)를 관통하며 가도 가도 하염없는 그리움의 여정을 노래한다.

정윤천 시인은 “박재홍의 시편들을 따라가며 찾아드는 어떤 부분의 의문은 대단히 곤혹스러운 기분일 때도 있었다. 그의 인식을 미처 제대로 살피지 못한 상황에서, 다만 감각과 경험에 의지하며 날아가는 나 역시 한 마리의 불안정한 흑꼬리도요는 아니었을까. 그의 시들은 그 언덕의 너머에서 사바(娑婆)를 유랑하는 탁발의 노래와 흡사하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그의 노정은 때론 주위를 물리친 주관적 아침으로 눈을 뜨며 있기도 했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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