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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백블] 미·중·일·러 넘어 세계로…외교 다변화로 길 뚫은 文

[위상 달라진 대한민국⑦] 신남방·신북방 기조 세우고 외교·경제 다변화 본격화
文대통령, 임기 내 아세안 10개국 방문 진기록…중남미 외교역량 확장

[편집자주]



"우리 외교를 더 다변화하고 외교의 저변을 넓히는 데 큰 성과가 됐다고 생각한다."(2017년 5월29일 러시아·EU·아세안 등 2차 특사단 결과보고)


"우리 외교도 4대국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EU(유럽연합), 아세안, 아프리카 국가로의 다변화가 필요하다."(2017년 6월18일 강경화 당시 외교부장관 임명장 수여식)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10일 취임 직후부터 '외교 다변화'를 강조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이른바 미·중·일·러의 4강 외교에 머물지 않고 외교의 폭을 확대하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외교 다변화의 최우선 목표는 북핵문제 해결이었다. 문 대통령이 북핵 해법으로 제시한 '한반도 운전자론'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관련해 4강을 넘어 국제 사회 전반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내 북한과의 대화를 촉진하겠다는 구상에서였다.

실제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2017년 4월9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북핵문제는 (상대적으로 이 문제에서 멀게 느껴졌던) 러시아까지와도 관계를 정진시키는 등 우리 외교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였던 2017년도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및 핵실험 등 도발을 잇따라 감행하면서 북미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해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까지 감돌았던 시기였다. "화염과 분노", "핵단추" 등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간 주고 받은 말폭탄은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

당시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엔 단호한 대응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고, 흔들림 없이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은 물론 유럽연합과 아세안(ASEAN) 등에 북핵 해법으로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호응을 이끌어 내는 데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아세안 정상회의 등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에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고, 문 대통령을 만난 정상들은 모두 문 대통령의 구상에 공감을 표했다.

같은 해 유엔총회에선 "다자주의 대화를 통해 세계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유엔정신이 가장 절박하게 요청되는 곳이 바로 한반도"라며 "한반도에서 유엔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뚝심과 끈기는 결국 2018년 '평화의 봄'으로 찾아왔다. 기대만큼 오래 지속되진 못했지만 한반도의 봄이 이뤄지기까진 문 대통령이 외교 다변화를 통해 국제 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낸 것도 상당한 요인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러시아, EU, 아세안 특사단과의 간담회'에서 특사단 보고를 받기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2017.5.2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러시아, EU, 아세안 특사단과의 간담회'에서 특사단 보고를 받기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2017.5.2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취임 초부터 다원화 드라이브…4강은 물론 아세안·EU·독일·인도·호주에 교황청까지 특사 파견

문 대통령은 대(對)아세안 및 인도와의 협력관계를 4강 수준으로 격상시켜 나갈 것임을 일찌감치 대선 공약으로 표방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19대 대선 공약집에 따르면 "아세안과 인도와의 외교를 주변 4강과 유사한 수준의 경제적·정치적·전략적 수준으로 격상하고 일본, 중국에 이은 우리나라의 무역·투자진출 시장으로 적극 개발한다"고 돼 있다.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다원화된 협력외교를 추진해 나가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직후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까지 4강은 물론 유럽연합과 독일까지 여러 특사들을 파견했으며 교황청의 외교사절 한국 파견 70주년을 기념해 교황청에도 특사단을 파견했다.

또한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협력 파트너인 인도와 호주에도 특사들을 파견했고, 특사들이 각국을 다녀온 후에는 문대통령은 꼭 간담회 자리를 만들어 결과를 꼼꼼히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여러 특사와의 간담회 땐 "우리 외교를 더 다변화하고 외교의 저변을 넓히는 데 큰 성과가 됐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희중 대주교 등 교황청 특사단은 결과 보고 때 문 대통령에게 교황이 직접 전달한 묵주 선물을 전달하면서 "교황이 이렇게 별도로 선물까지 챙겨주는 건 처음인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6월21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하원을 방문해 우리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2018.6.22/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6월21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하원을 방문해 우리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2018.6.22/뉴스1

◇신남방·신북방 기치로 외교·경제 다변화 본격화…'최초' 스토리도 가득

문 대통령의 '다변화' 구상은 외교에만 그치지 않았고, 이는 경제에서도 동시에 구현됐다.

정부는 남북한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 경제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고 남북 평화공동체를 구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지속 추진했다. 여기에 아세안 국가들 및 인도에 대한 교류를 극대화하는 신남방 정책과 유라시아 지역 국가들과 연계성 강화에 중점을 둔 신북방 정책을 결합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확장했다.

이는 동북아시아 내 지정학적 긴장과 경쟁 구도 속에서 장기적으로 평화 체제를 조성하기 위해선 한반도와 북방·남방을 잇는 경제협력이 필요하다는 문 대통령 인식의 발로였다. 문 대통령은 "평화·번영의 한반도와 신(新)경제지도는 신남방정책·신북방정책과 함께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중국과 미국에 치우친 국가 경제에서 탈피해 아세안과 유라시아 대륙 등으로까지 저변을 확장해 경제 성장을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도 반영됐다.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영토를 넓혀 안정적인 수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판단에서였다. 문 대통령이 신남방 정책 등에 대해 '국가발전전략의 핵심'이라고 꼽으며 "국가의 발전에 따라 외교와 경제의 다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북방경제협력위원회와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청와대에도 신남방·신북방비서관이 신설돼 이를 뒷받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13일 오후(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솔레어 호텔에서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 중에 개최된 아세안 기업투자서밋(ABIS)에 특별연설자로 참석해 우리 정부의 한-아세안 협력 비전으로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2017.11.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13일 오후(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솔레어 호텔에서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 중에 개최된 아세안 기업투자서밋(ABIS)에 특별연설자로 참석해 우리 정부의 한-아세안 협력 비전으로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2017.11.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문 대통령도 직접 발 벗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9월 역대 대통령 중 취임 후 가장 빠른 시기에 러시아를 찾은 데 이어 2018년에는 19년 만에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을 우리나라 정상으로선 두 번째로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으로선 최초로 러시아 및 우즈베키스탄 의회(하원)에서 연설을 했으며,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국외 현지에서 독립유공자 계봉우·황운정 지사의 유해 봉환식을 직접 주관하고, '고려인'들과 만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임기 안에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취임 직후 역대 최초로 아세안에 특사를 파견했던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과의 관계를 4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임기 중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같은 해 11월8일 인도네시아 방문을 시작으로 △필리핀(2017년 11월12일) △베트남(2018년 3월22일) △싱가포르(2018년7 월11일) △브루나이(2019년 3월10일) △말레이시아(2019년 3월12일) △캄보디아(2019년 3월14일) △태국·미얀마·라오스(2019년 9월1일~6일) 등으로 임기 2년4개월 만에 자신이 한 약속을 지켰다.

문 대통령은 또 2017년 11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인도네시아 쇼핑몰을 깜짝 방문하는가 하면, 미얀마 방문 당시에선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의 '아웅산 폭탄테러'로 희생된 순국사절단의 추모비에 참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진두지휘 아래 정부가 추진한 신남방·신북방 정책은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6년 167억 달러였던 북방국가들과의 교역량은 지난해 242억불(44.9%↑)로 증가했다. 특히 2016년 47억6800만 달러 규모였던 대러시아 수출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 사태 전이었던 2019년 77억7400만 달러까지 늘었다. 현재 정부는 우즈베키스탄 등 '신북방정책' 대상 14개국과 차례로 상품무역협정(STEP) 협상에 돌입하고 있는 상태다.

2016년 1192억 달러였던 한·아세안 교역 규모는 지난해 1438억 달러로 증가했고, 인도까지 포함한 한·신남방국가로 보면 1606억 달러에 달했다. 아세안은 지난 2018년 한국에 있어 중국에 이은 두 번째로 교역액이 많은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5월 기준으로도 아세안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교역액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또 지난해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메가 FTA(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했다.

문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신남방정책 등의 기틀을 다지기도 했던 김준형 한동대 교수(전 국립외교원장)는 뉴스1과 통화에서 "신남방정책은 2019년 핵심 파트너인 아세안과의 관계 수립 30주년 특별정상회의 등을 통해 성과를 거뒀다"며 "특히 다음 정권에서도 신남방·신북방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한국 외교가 국격이 상승한 부분 등을 고려했을 때 한미동맹이나 북한 문제와 같은 '한반도 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19년 9월4일 오후(현지시간) 미얀마 아웅산 국립묘지 대한민국 순국사절 추모비를 찾아 참배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2019.9.5/뉴스1<br /><br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19년 9월4일 오후(현지시간) 미얀마 아웅산 국립묘지 대한민국 순국사절 추모비를 찾아 참배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2019.9.5/뉴스1


◇다변화 정책, 신남방·신북방 넘어 중동·남미 등으로 확장

문 대통령의 외교 및 경제 다변화 전략은 신남방과 신북방에 머물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유럽연합 및 각국 정상들과 수차례 대면 및 화상 정상회담을 개최하는가 하면, 중동과 남미까지 정상 교류의 영역을 확장했다.

문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벨기에·그리스·불가리아·터키·체코·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오스트리아·아랍에미리트(UAE)·교황청 등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중 2018년 10월에 이뤄진 교황청 방문 땐 문 대통령이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하고 특별연설까지 하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또 한국을 찾은 이스라엘·룩셈부르크·슬로바키아·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스위스·폴란드·라트비아·네덜란드·코소보·슬로베니아·콜롬비아·칠레·모로코·카타르 등의 정상과 만나 외교 강화와 경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5년 연속 유엔총회에 참여해 연설을 하면서 국제사회 다자무대에서의 외교적 위상과 입지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국무총리와 외교부장관 등도 일정상 문 대통령이 방문하지 못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찾아다니며 교류를 강화했다.

이같은 문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속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초청을 받는 등 국격의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폴 공 미 루거센터 선임 연구원은 "그동안 한국은 4강국에 대한 투자는 할 만큼 했다. 특별히 (새로운)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아세안 등에 대한 외교 및 시장 다변화를 통해서 한국의 수출과 외교 지평을 넓히는 것은 의미가 있고, 이제 그런 시대가 왔다고 본다"며 "아직 그 성과물이 명확하지 않겠지만, 그러한 시도 자체는 충분히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 책임교수도 "(다변화는) 현 미중 갈등이라는 국제정세 속에서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필요한 정책"이라며 "미중 경쟁이 심화되면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외교적 제약이나 딜레마 같은 것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많다. 이때 인도와 아세안, 호주, 유럽 등 우리와 유사한 입장인 나라들과 연계·협력하는 것은 국익에 부합하는 포용적인 지역 질서 구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뉴스1-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6월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G7 확대회의 1세션에서 각국 정상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문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날 회의에는 G7회원국(영국‧미국‧독일‧프랑스‧일본‧이탈리아‧캐나다) 정상 외에 한국‧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개국 정상이 함께 참석했다.(G7 정상회의 제공) 2021.6.13/뉴스1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6월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G7 확대회의 1세션에서 각국 정상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문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날 회의에는 G7회원국(영국‧미국‧독일‧프랑스‧일본‧이탈리아‧캐나다) 정상 외에 한국‧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개국 정상이 함께 참석했다.(G7 정상회의 제공) 2021.6.1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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