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영면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왼)이 역시 국무장관을 지냈던 힐러리 클린턴과 함께 한 세미나에 참석한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
콜린 파월(84) 전 미국 국무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돌파감염 합병증으로 별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백신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파월 전 장관의 유족 측은 전일 성명을 내 부고를 전하면서, 고인이 백신 완전 접종자였으며,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을 앓은 이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19일 미국 CNN은 자사의 의학전문 자문위원 리아나 웬 조지워싱턴대 밀켄공중보건연구소 보건정책·경영 교수 겸 응급의학 전문의 분석을 소개했다.
결론은 "백신 접종 후에도 코로나로 사망하는사람들이 나온다고 해서 백신이 효과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것.
미국 캘리포니아 산 라파엘 한 부스터샷 접종소에서 2021년 10월 1일 한 고령 남성이 화이자 부스터 주사를 맞고 있다. © AFP=뉴스1 |
◇백신 맞고도 사망자 나오는 건 어떻게 설명할까
과학과 연구 결과에서부터 시작해보자. 코로나19 백신은 감염, 특히 중증화를 예방하는 데 있어 상당히 효과적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백신 접종자의 코로나19 감염 확률은 (미접종자 대비) 6배, 사망 확률은 11배 감소한다. 상당히 훌륭한 수치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의 보호 효과는 100%가 아니다. 사실 어떤 백신이나 의학 치료도 100% 효과를 제공하진 않는다. 이는 백신이 효과가 없다거나, 맞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백신 맞고 중증 코로나를 호소하는 경우는?
파월 전 장관이 정확히 그 범주에 속한다. 알다시피 고령층과 기저질환자는 중증화 가능성이 훨씬 더 크고, 돌파감염으로 사망할 가능성도 크다. 면역 저하자도 특정위험군이다. 다발성 골수종을 앓은 파월 전 장관이 바로 이런 케이스로, 고령이면서 위험 수준도 높았다.
바로 이것이 추가 접종(부스터샷)이 권장되는 이유 중 하나라는 점을 기억하자. 지난 8월 연방 보건 당국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맞은 '보통 또는 심각한 면역저하자'들의 3차 접종을 권고했다. 당시 보건당국은 "추가 접종에도 불구하고, 면역저하자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모두가 백신을 맞을 때 효과가 가장 좋다고 했었는데
그렇다. 코로나19 백신은 아주 좋은 우비와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슬비가 오면 보호를 잘 하지만,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들이치거나 허리케인이 오면 물에 젖을 가능성이 커진다. 우비가 잘못된 게 아니라, 날씨가 좋지 않으면 우비만으로 언제든 보호받을 수 있는 게 아니란 의미다.
주변에 바이러스가 많이 퍼져 있으면, 감염될 확률은 높아진다. 문제는 백신이 아니다. 주변에 바이러스가 너무 많이 퍼져있다는 게 문제다.
바로 이것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다. 전반적인 감염률을 낮춰 결국 모두를 보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도 바이러스가 많은 지역에 있게 되면 실내 혼잡한 공간에서 마스크를 쓰는 등 보호 조치를 추가하면 된다.
또한, 우리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사람들, 가장 중증화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미국 13개 주에 걸쳐 6개월간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백신 완전접종자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입원 환자 발생률은 4%에 불과했다.
미접종자는 완전접종 성인보다 코로나로 입원할 확률이 17배 높다고 CDC는 밝혔다.
(백신을 완전히 맞고도) 돌파감염으로 입원한 환자들은 나이가 더 많고 여러 가지 기저질환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 외 백신 무용론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심장병 치료약을 먹고도 병이 악화한다고 해서 그 약이 복용 가치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건강한 식단을 먹고 운동을 많이 했는데 고혈압과 당뇨가 왔다고 해서, 식단 관리와 운동이 좋지 않은 건 아니다.
질병 예방을 위해 올바른 조치를 취하더라도, 때로는 병에 걸릴 확률이 여전히 남을 수 있는 것뿐이다.
공중보건의 주요 난제 중 하나는 예방에 관한 행동 수칙이다. 예방으로 결과를 볼 수도 있지만, 실패할 수 있고, 예방이 모든 생명을 구하는 것도 아니다.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첫 5개월간 13만9000여 명이 목숨을 구했다. 같은 기간 코로나 관련 사망자는 약 57만 명이었는데, 백신이 없었다면 70만9000명이 더 사망했을 것이란 얘기가 된다.
결론은 백신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백신은 감염과 중증화, 사망 확률을 줄여준다. 물론 100%란 얘기는 아니다. 100%인 건 아무것도 없다.
◇백신이 올겨울 재유행을 막아줄 수 있을까
그렇다. 올여름 끔찍했던 델타 변이 파동 후 감염 수치가 떨어지고 있는 건 고무적이다. 그러나 미국의 완전 접종률이 57%에 불과한 상황에서는 또 다른 유행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재유행이 일어나더라도) 우리의 예방 능력 범위 안에 있을 것'이라고 말한 앤서니 파우치 박사의 의견에 동의한다. 얼마나 더 내려갈지 그 강도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코로나19 관련 모두의 위험을 줄이고 팬데믹을 종식시킬 핵심 키는 우리 모두가 백신을 맞는 것이다.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