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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활 잡은 오진혁 "아내가 말렸지만…스스로 물러날 생각은 없어"

1999년 첫 태극마크…26일 선발전 재도전 결정

[편집자주]

2022년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 출전하는 오진혁.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2022년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 출전하는 오진혁.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적지 않은 나이와 심각한 어깨 부상으로 선수 생활 연장을 고민했던 오진혁(40‧현대제철)이 다시 활을 잡았다. 

지난 1999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오진혁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남자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했고 이후 지금껏 남자대표팀의 든든한 기둥으로 활약했다. 올해도 2020 도쿄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2021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건재함을 자랑했다. 

불혹에 이른 나이에도 어김없이 세계 정상급 실력을 자랑한 오진혁이지만 그에게는 언젠가부터 '은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다. 

오진혁은 국내에서 김보람(48)에 이어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궁사다. 몸 상태도 온전치 않다. 그의 오른쪽 어깨의 회전근 4개 중 3개가 끊어진 상태다. 2017년에 의사로부터 은퇴 권유를 받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 이에 오진혁이 지난 9월 세계선수권을 마친 뒤 선수 생활을 마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오진혁은 26일 막을 올리는 국가대표 1차 선발전 출전을 결정했다.

오진혁은 21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세계선수권 대회 개인전을 치르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정상에 오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며 "선수 생활을 하며, 끝까지 아쉬움을 남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선발전에 한 번 더 출전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자' '정상에서 물러나는 것도 좋은 것 같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난 태극마크를 놓기 싫다. 나보다 나은 후배들이 등장해 경쟁에서 밀리면 자연스레 선수 생활도 그만둘 수 있을 것"이라며 "후배들도 어렵게 결과를 얻어야 성취감이 클 것이다. 나도 그동안 선배들과의 경쟁을 통해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오진혁은 기술적인 부분에 변화를 주면서 또 다른 도전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더욱 악화된 어깨 때문에 변화를 생각하고 있다. 

그는 "최근 병원에 갔는데 어깨가 전보다 더 안 좋아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붙어있는 회전근 중 1개도 실낱같은 근육만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오진혁은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뒤 최근 3주 동안 어깨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변화를 줬다"면서 "감각적인 부분에서 변화가 있기 때문에 실전에서 통할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 선발전이 (변화를) 시험하는 대회가 될 것이다. 추후에 지도자가 된 뒤에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발전을 앞둔 심정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우선 해보는 수밖에 없다. 계속 수정한 부분을 신경 쓰고 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통증이 줄어들고, 경기력이 유지되면 선수 생활 연장에 대해 더 고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총 102명이 참가한 이번 선발전에서는 최종 8명만 겨울에 진천 선수촌에 입촌할 수 있다.

오진혁은 "국내 선발전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까 쉽지 않을 것이다. 비록 8명 안에는 못 들어가도 32강전에만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인터뷰 막바지 오진혁은 가족들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전했다. 오진혁은 "아내는 내 어깨 때문에 그만두길 바라지만, 그럼에도 옆에서 묵묵히 도와주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한 두 "올해 5살, 4살 된 아들과 딸이 아빠가 양궁 선수라는 것을 이번 도쿄 올림픽을 통해 알았다. 조금 더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끝으로 오진혁은 "인터뷰 기사가 나가면 몇몇 지인들로부터 '이제 그만하라'는 연락이 올 것"이라고 웃은 뒤 "하지만 나는 활을 쏘는 게 아직 좋다. 다가올 대회가 기대된다"며 양궁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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