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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폭행 용서한 여친인데, 머리에 휘발유 뿌리고 불붙여

피해자, 병원서 숨지기 전 헤어진 '남친' 범인으로 지목
재판 과정서 반성하지 않는 태도 보여 1심 징역 30년 선고

[편집자주]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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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0일 오전 7시 40분께 한 20대 남성 A씨(26)가 충남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 원룸으로 들어갔다. A씨가 들어간 지 3분만에 폭발음과 함께 4층에 위치한 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방안에 있던 A씨의 여자친구 B씨와 C씨, D씨가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B씨와 C씨는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5~6일 만에 숨을 거뒀다. 피해자 중 B씨는 머리 부위를 포함해 신체 표면의 90% 이상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이 사고 직후와 숨지기 직전 A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헤어지자는 메시지 받은 뒤 격분, 휘발유 구입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B씨와 교제하던 중 이성 문제로 갈등을 지속적으로 빚어왔다.

사건 발생 전날인 2월 9일 오후 7시 30분께 여자친구 B씨로부터 헤어지자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후 B씨의 친구와 통화를 하던 A씨는 여자친구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발언을 하게 된다.

이에 친구인 C씨가 만날 것을 요구하자 10일 새벽 4시에 찾아가 말다툼을 벌였으나 끝내 사과를 하고 돌아온 A씨는 분노가 담긴 문자를 지인들에게 전송한다.

B씨에게도 욕설과 성적 비하 발언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돌아온 것은 비아냥뿐이었다.

10일 오전 7시쯤 B씨 일행이 노래방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A씨는 편의점을 찾아 2리터들이 생수 6병과 라이터를 구매했다.

생수병에 담겨 있던 물을 모두 버린 그는 휘발유 11리터를 사 옮겨담은 뒤 택시를 타고 B씨의 집으로 향했다.

오전 7시 40분에 도착한 그는 바로 B씨와 C씨에게 휘발유를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 화재로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쳤다. 14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도 발생했다.

A씨는 지난해에도 B씨를 폭행해 경찰에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B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은 종결됐다.

◇“불 붙인적 없어요” 항변에도 징역 30년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헌행)는 지난달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A씨가 중형을 선고받은 이유는 자신의 혐의를 극구 부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A씨는 겁을 주기 위해 휘발유를 뿌렸을 뿐, 불을 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범행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라이터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되고 자신도 양 다리 등 신체의 49%가 화상을 입어 불을 낸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라이터를 점화하기 위한 부품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됐고 불을 지르면서 본인에게도 불이 옮겨 붙어 화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범행 전 A씨가 휘발유와 경유의 차이를 검색하고, 미리 범행 도구를 준비했다는 점도 방화 고의성을 입증하는 요소로 봤다.

그는 B씨와 C씨의 몸이 아닌 바닥에만 뿌렸다고 주장했으나 피해자들의 머리에서 휘발유 성분과 탄화 흔적이 발견됐다. 휘발유는 휘발성이 높아 직접 뿌리지 않았을 경우 성분 검출이 쉽지 않다고 재판부는 봤다.

재판부는 “추가 피해가 우려될 만큼 화재 규모가 컸었고, 결국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해 엄벌이 마땅하다”며 “그럼에도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계속하고 있고, 유족으로부터 용서받기 위한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A씨가 지난 2018년 군 복무 중 주차된 차에 불을 질러 실화죄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었다는 점도 형량을 높인 요인이다.

1심 재판 직후 검찰과 A씨는 모두 항소장을 제출했다. 오는 12월 8일 대전지법에서 A씨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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