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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과일들고 웃음꽃 어린 아들을…도박이 참극 불렀다

인터넷 도박 중독 빠진 40대 가장…재산 탕진하고 아내 떠나
처지 비관해 아들 살해 후 극단선택 시도…법원, 징역 12년 선고

[편집자주]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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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어느 날 이재환씨(가명·43)는 마트에서 다섯살 아들과 장을 봤다. 아들은 과일을 사달라며 재환씨를 졸랐다. 아들에게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정반대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

'내가 떠나면 아들은 누가 돌보지?' 재환씨는 극단선택 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발단은 인터넷 도박 중독이었다. 올해 1월 재환씨는 1억원 상당의 도박 빚을 지게 됐다. 거주하던 1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처분해 채무를 갚고 나머지 5000만원은 아내 A씨 명의의 계좌에 입금했다.

이후 충남 아산의 아파트를 임차해 아내, 아들과 함께 살았다. 오손도손, 알콩달콩한 삶은 불가능했던 것일까. 재환씨는 아내와 자주 다퉜고 올해 4월 이혼 절차를 진행했다. 아들을 맡기로 한 것은 재환씨였으나 그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재환씨는 이후에도 인터넷 도박을 일삼았다. 결국 1억5000만원의 도박 빚을 추가로 떠안았다. 채무 일부를 갚고자 아내에게 5000만원을 달라고 했으나 A씨는 거절하고 서울에 있는 처가로 떠났다.

불과 몇 개월 만의 일이다. 그는 재산을 탕진하고 아내를 잃었다. 남은 건 아들뿐이었다. 그러나 재환씨는 위험하고 끔찍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아들과 장을 보고 그날밤 소주 1병과 맥주 1명을 마셨다. 아들은 안방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그는 아들을 숨지게 한 뒤 곧바로 극단선택을 시도했다. 아들은 깨어나지 못했고 아버지는 숨을 쉬고 있었다. 

지난 9월 언론은 '5살 아들을 숨지게 한 비정한 40대 아버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고 보도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제1형사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겪었을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혼란, 갑작스럽게 피해자를 잃은 유족이 평생에 걸쳐 견뎌야 할 괴로움·미안함·고통·슬픔은 헤아리기 어렵다"며 "피해자 어머니는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상적 판단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다소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아들을 살해했다는 죄책감과 후회 속에 평생을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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