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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째 표류 실손 청구간소화 올해도 좌절…도넘은 소비자 편의 외면

전날 정무위서 논의 이뤄지지 못해…의료계 반발 속 일부의원 눈치
3900만명 가입자 제2건강보험…종이서류 떼서 제출하는 불편 계속

[편집자주]

21일 오전 광주 남구 광주기독병원 본관 1층 업무창구에서 환자들이 진료 접수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0.12.2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21일 오전 광주 남구 광주기독병원 본관 1층 업무창구에서 환자들이 진료 접수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0.12.2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12년째 표류 중인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올해도 국회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다. 여·야에서 5개의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국회 통과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었지만 일부 의원들이 강력한 반발하는 의료계의 눈치를 보면서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국회가 국민 편의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게 됐다.

실손보험은 올해 6월 기준 가입자 3930만명에 달하는 데다가 비급여 진료까지 보장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24일 국회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법안소위가 추가로 열릴 순 있지만 논의가 되더라도 올해 정기국회가 12월9일 종료되기 때문에 올해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법안은 고용진·전재수·김병욱·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안까지 21대 국회에서 5개나 발의됐다. 그러나 의료계 입장을 대변하는 일부 의원들과의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올해 내내 논의가 미뤄졌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가입자가 병원 진료 후 보험금을 타기 위해 관련 자료를 의료기관에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이 증빙서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전산망을 통해 보험업계로 전송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가입자가 의료기관에서 직접 종이 서류를 떼서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다.

지난 4월 소비자단체 설문조사 결과, 실손보험 가입자 중 절반(47.2%)가량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손해보험사 기준 전체 실손보험금 청구 7944만4000건 중 전산 청구는 9만1000건(0.11%)에 그쳤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라고 권고한 뒤 12년째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공전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초반만 해도 보험금 지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지만 국민 편의라는 당위성에다가 보험금 지급 간편화에 따른 운용비용 절감, 조기 디지털 전환 등을 감안해 적극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 수차례 국회 공청회·토론회를 거치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당위성이 부각됐고 의료계와의 시각차도 좁혀지는 듯했다. 다만 6월 초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의료계가 다시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분위가 급변했다.

의료계는 환자 의료기록 유출과 심평원과 보험사의 의료 데이터 악용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의료보험 비급여 항목의 통제가 강화돼 병원 수익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게 의료계 반발의 본질이라고 얘기한다.

보험업계에선 사실상 내년 대선 이후나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계가 관련 논의에서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 논의의 접점을 찾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대선 이후에나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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