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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톡에 페이 혁명으로 1500억 돈방석…10년만에 카카오 사원→CEO

카카오 공동 대표 체제, 여민수·조수용→여민수·류영준으로 개편
개발자 출신으로 '보이스톡' 개발…'카카오페이' IPO 성공시킨 주역

[편집자주]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 (카카오 제공) © 뉴스1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 (카카오 제공) © 뉴스1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 2011년 네이버(구 NHN)를 떠나며 이 한마디로 퇴사 이유를 설명했다. 안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항상 '도전'을 선택했던 그는 결국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카카오'를 키워냈다.

차기 카카오 공동 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역시 '항구'에 정착하기보단 '항해'하는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음성 통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보이스톡'을 개발한 그는 안주하기 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금융업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카카오에 개발자로 입사해 개발, 기획, 비즈니스를 경험한 류 대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카카오 '시즌2' 여정에 지휘봉을 잡게 됐다. 류 대표의 혁신 DNA가 카카오의 글로벌 도약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술로 더 나은 세상 만들겠다'던 개발자, 카카오 수장 됐다

25일 카카오는 이사회를 열고 여민수(52) 현 카카오 대표와 류영준(44) 현 카카오페이 대표를 공동 대표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2년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동 대표로 본격 활동하게 된다.

류 대표는 지난 2011년 카카오에 개발자로 입사해 대표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어릴 적부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건국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학사)과 정보통신학(석사)을 전공했다.

그가 삶의 방향을 정한 건 닷컴 버블이 일어났을 즈음,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서 혁신의 기회를 엿보면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쏟아진 IT업계의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비이성적인 기업 가치를 만들어내며 버블을 키웠고, 곧 버블의 붕괴와 함께 많은 회사들이 사라졌다. 

변화의 폭풍 속에서 기회를 목도한 류 대표는 'IT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인생의 목표로 세웠다. 그는 큰 변화의 주기는 '10년' 단위로 일어나고, 닷컴 버블 이후의 변화는 '모바일'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개발 커리어를 '모바일' 분야로 바꿨다. 

첫 사회생활의 시작은 작은 모바일 서비스 개발사(스타트업)였다. 이후 대기업의 조직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삼성SDS로 이직한 류 대표는 2009년 아이폰의 국내 출시와 함께 등장한 '카카오톡'에서 '미래 플랫폼'을 보게 됐다.

◇'보이스톡' 성공에 안주 않고 '카카오페이'로 새 도전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2011년 카카오에 합류한 류 대표는 카카오톡 기반의 무료 통화 서비스 '보이스톡' 개발을 주도했다. 통신사 요금제가 무료통화 시간을 기준으로 책정되던 당시 데이터를 통해 국내·외 음성통화를 무료로 제공하는 보이스톡은 '혁신'이었다.

그러나 보이스톡의 성공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과 함께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현실'을 깨닫게 했다. 통신업계가 무료 통화 플랫폼에 반발하며 보이스톡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제한하는 등 견제에 나서면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데이터 기반 요금제가 일반화됐지만 류 대표는 당시 경험을 통해 '기술로 세상을 바꾸기 전에 이해당사자와 조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술은 '혁신의 수단'이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음을 깨달은 그는 '개발'이 아닌 '사업'으로 직군을 옮기는 도전을 하게 된다. 개발자에서 '사업가'로 보폭을 넓힌 것이다.   

사업가가 된 그에 눈에 들어온 건 '금융'이었다. 모바일의 성장과 함께 모바일 커머스 거래액이 매달 신기록을 경신하던 때였다. 그러나 금융 시장의 발전 속도는 더뎠다. 불과 6년 전만 해도 온라인에서 결제하기 위해서는 18개 화면에 걸쳐 수많은 정보를 입력해야만 했고, 불편한 과정만큼 결제 실패율도 높았다.

카카오페이먼트사업부 본부장을 맡은 류 대표는 모바일 결제의 혁신이 기회라고 판단하고 간편결제 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 모두가 카카오의 핀테크 사업에 의문을 제기할 때,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그의 도전을 지지했다.

카카오페이가 간편결제 기능을 추가한다. (사진제공=카카오) 2015.11.10/뉴스1 © News1
카카오페이가 간편결제 기능을 추가한다. (사진제공=카카오) 2015.11.10/뉴스1 © News1

몇 개월이 지나 공인인증서 없이 6자리 비밀번호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상용화 단계에서 기존 시장의 벽에 부딪혔다. 매일같이 금융사와 감독 당국을 찾아 나선 류 대표는 약 1년 반 후 사업 허가 승인을 받게 된다.

개발자 출신인 류영준 대표는 기득권이 강한 대표적 업종인 통신과 금융업 분야에서 두번씩이나 첨예한 갈등을 극복하고 혁신을 이뤄낸 인물인 셈이다.  

그렇게 지난 2014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국내 최초의 간편결제 서비스로 주목을 받았다. 카카오페이는 2017년 1월 카카오에서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후, 온·오프라인 결제부터 송금, 멤버십, 청구서, 인증, 대출, 투자, 보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결국 지난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이 과정에서 류 대표는 '돈방석'에 앉았다. 류 대표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은 카카오 계열사 중 가장 큰 규모로, 총 71만2030주에 달한다. 주당 행사가격은 5000원이다. 이날 종가인 21만6500원을 감안하면 1500억원대에 달하는 규모다. 류 대표는 대부분 해당 스톡옵션 물량을 상장일로부터 5년 이내에 행사할 수 있다.

◇‘도전' DNA 살려 카카오의 글로벌 도약 이끈다

2014년 국내 첫 간편결제 서비스로 출발한 카카오페이는 지난 9월 말 기준 누적 가입자 수 3700만명, 월간활성이용자수(MAU) 2000만명을 기록하며 명실상부 국내 모바일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올해 3분기 누적 거래액은 72조50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류영준 대표를 제외하고 국내 테크핀 시장을 설명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그가 김범수 의장을 많이 닮아 새로운 시도에 두려움이 없다는 분석이다. 한 때 독립을 꿈꾼 류 대표를 김 의장이 직접 잡았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지난 10년간 이용자의 불편함을 해소할 서비스를 개발·운영해온 류 대표는 카카오의 새 수장이 돼 카카오의 다음 10년을 함께 준비하게 된다. 류 대표는 '도전'이라는 카카오의 핵심 DNA를 바탕으로 회사의 글로벌 도약을 위해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류 대표는 "사회적 책임 성장이라는 과제를 안고 카카오의 '넥스트 10년'을 그리고 있는 중요한 시점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동시에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도 있다"며 "기술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비전을 지키며 '도전'이라는 카카오의 핵심 DNA를 바탕으로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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