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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양모 2심서 징역 35년으로 감형…"살인고의 인정"(종합)

"복부에 강한 둔력 2회 이상 가해"…양부는 징역 5년
"사회적 공분 공감하나 양모 1심 무기징역은 부당"

[편집자주]

5월11일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을 찾은 어머니와 딸이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하다가 지난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한 뒤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자료사진). 2021.5.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5월11일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을 찾은 어머니와 딸이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하다가 지난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한 뒤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자료사진). 2021.5.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생후 16개월 된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가 2심에서 1심보다 감형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성수제 강경표 배정현)는 26일 살인 등 혐의를 받는 양모 장모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양부 안모씨에겐 1심 형량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장씨와 안씨 모두에게 200시간의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과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명령 10년을 명령했다.

검찰은 장씨에 대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도 내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청구를 기각했다.

장씨는 지난해 1월 입양한 딸 정인양을 수개월간 상습 폭행·학대하고 같은 해 10월13일 복부에 강한 둔력을 가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정인양은 사망 당시 췌장절단, 장간막 파열 등 복부에 심한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남편 안씨는 정인양을 학대하고 아내의 학대와 폭행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정인양의 양팔을 꽉 잡아 빠르고 강하게 손뼉을 치게 해 정서적으로 학대하고 정인양을 자동차 안에 홀로 방치하는 등 장씨의 일부 범행에 동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장씨에 대해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16개월 여아인 피해자에게 췌장, 장간막이 둔력 행사부위와 척추 사이에 압착될 정도로 강한 둔력을 2회 이상 행사했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했다.

장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정인양의 복부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정도로 강한 둔력을 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췌장 절단이나 장간막 파열은 가볍게 때리는 정도가 아니라 적어도 발로 밟거나 손을 쓸 경우 팔을 뒤로 뺐다가 힘차게 주먹을 내지르거나 팔을 높이 들어 손바닥으로 내리치는 등 강한 둔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씨가 가슴 성형 뒤 통증이 있었다고 해도 손 또는 주먹을 이용해 강하게 치는 방법으로 범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장씨가 정인양의 복부에 강한 둔력을 행사할 당시 손으로 내려친 것인지 발로 강하게 밟는 것인지 확정할 수 없지만, 어느 방법으로든 강한 둔력을 행사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생후 16개월 된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2심 선고를 앞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앞에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든 채 항의하고 있다.  2021.11.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생후 16개월 된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2심 선고를 앞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앞에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든 채 항의하고 있다.  2021.11.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장씨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사망 수일 전에도 췌장에 손상을 이미 입은 상태였고 장씨의 학대로 인해 매우 쇠약해진 피해자에게 또 다시 2회 이상 둔력을 행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피해자가 위험한 상태임을 인식하고 병원에 간 점은 인정되지만 119신고없이 택시를 타고 병원에 이동했고 병원에 갔다고 해서 살인의 범의가 인정 안된다거나 사망을 회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장씨의 1심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입양허가 확정된지 불과 한달여 만에 양육 스트레스 등 자신의 기분만을 내세워 상습적으로 피해자를 방임, 신체·정서적으로 잔혹하게 학대해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계획된 살인이 아닌 점, 분노를 조절못하는 심리적 특성 등을 종합하면 무기징역 선고를 정당화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사회적 공분은 장씨의 살해 범행 자체에 대한 것만이 아니고 취약 아동 보호를 위한 사회적 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공분도 적지 않다"며 "공분을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를 오로지 장씨 양형에 그대로 투영할지는 책임주의 원칙에 비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안씨에 대해선 "장씨와 함께 피해자 방임 행위에 동조했고 장씨의 학대를 알고도 이를 제지하거나 피해자를 분리하는 기본적인 보호 양육조치도 소홀히 했다"며 아동유기·방임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정인양의 손바닥을 억지로 치게했다는 정서적 학대 혐의에 대해선 "피해자가 울자 손뼉치기 강도를 낮추고 그만뒀으며 유사한 행동을 반복했다고 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선고 직후 재판부는 장씨와 안씨에게 "평생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기 바란다"고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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