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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바람 거센 재계…핵심 키워드는 '30·40' '미래준비'

SK그룹 2년 연속 40대 사장 발탁, LG 전체 임원의 52%가 1970년대생
롯데 '순혈주의' 깨고 외부인재 수혈, 이재용의 '뉴삼성'도 파격 예고

[편집자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와 종로구 SK서린빌딩 © 뉴스1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와 종로구 SK서린빌딩 © 뉴스1
재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4일 현재 10대 그룹 중 삼성과 현대차, 포스코를 제외하고 SK, LG, 롯데, 한화, GS, 현대중공업 등이 2022년 임원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미래 준비'를 위해 30~40대 젊은 임원을 대거 발탁하는 기조가 뚜렷하다.

SK그룹은 지난 2일 단행한 2022년 임원 인사에서 최근 3년간 인사 중 가장 큰 규모인 133명의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 2020년(109명)보다 20여명, 2021년(103명) 대비 30명 많은 규모다. SK그룹은 2020년 임원인사부터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넓힌다는 취지에서 상무, 전무, 부사장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했는데, 이번에 선임된 임원들도 모두 부사장 직급을 달게 된다. 올해 새로 선임한 133명의 부사장의 평균 연령은 만 48.5세로 50세를 밑돈다.

SK는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 2명, 사장 6명의 승진 인사도 함께 발표했는데, SK하이닉스에서 이번에 승진한 노종원 사업총괄 사장은 1975년생, 46세로, SK그룹 역대 3번째 40대 사장에 이름을 올렸다. SK그룹은 지난해에는 추형욱 당시 SK주식회사 투자1센터장을 SK E&S 대표이사 사장에 임명한 데 이어 이번에 노 사장까지, 40대를 사장에 발탁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SK그룹은 앞선 2015년 1971년생으로 당시 44세인 송진화씨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에 보임한 바 있다.

최연소 임원은 'MZ세대'에 해당하는 올해 39세(1982년생)인 SK하이닉스 이재서 담당이다. SK그룹은 신규 임원의 67%를 최태원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강조하고 있는 첨단소재,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의 분야에서 선발했다. 임기가 남은 대표이사를 모두 유임, 조직의 안정을 꾀하면서도 미래를 대비한 것도 특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22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CEO세미나'에서 폐막 스피치를 하고 있다.(사진=SK 제공)© 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22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CEO세미나'에서 폐막 스피치를 하고 있다.(사진=SK 제공)© 뉴스1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1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청년희망ON 프로젝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0.2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1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청년희망ON 프로젝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0.2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지난달 25일 임원 인사를 단행한 LG그룹도 2018년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이 총수 지위에 오른 이래 역대 최대규모인 179명의 승진 인사를 실시하며, 세대교체 가속 페달을 밟았다. 1978년생, 올해 43세인 젊은 총수인 구광모 회장은 취임 후 정기 임원 인사에서 40대를 중심으로 한 과감한 발탁을 통해 세대교체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LG그룹의 올해 임원 인사에는 신규 임원 132명이 포함돼 있다. 신규 임원 중 40대가 82명으로 62%를 차지하며, 전체 임원 중 1970년대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1%에서 올해 말 기준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올해 인사 최연소 임원은 1980년생 신정은 LG전자 상무로, 차량용 5G 텔레매틱스 선행개발을 통한 신규 수주 기여 성과를 인정받아 발탁 승진했다.

LG그룹은 올해 인사에 대해 "양호한 성과를 기반으로 잠재력과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인재를 과감히 기용했고, 특히 상무층을 두텁게 했다"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사업가를 육성해 CEO 후보 풀을 넓히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 역시 대부분 CEO를 유임, '안정과 혁신'을 동시에 고려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가 지난 5월 열린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에너지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한화솔루션 제공). © 뉴스1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가 지난 5월 열린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에너지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한화솔루션 제공). © 뉴스1
김승연 회장이 올해 취임 40주년을 맞은 한화그룹은 인사를 통해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의 경영승계를 포석에 둔 세대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1983년생으로 한국나이로 올해 38세에 불과한 김동관 사장이 맡고 있는 한화솔루션은 미래 먹거리로 투자하고 있는 수소·태양광을 그룹 내에서 주도한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10월 부사장 3명, 전무, 10명, 상무 26명 등 총 39명의 승진 인사를 단행하면서 "수소를 비롯한 미래 전략 사업 강화를 위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젊은 인재를 신규 임원으로 대거 발탁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략 부문의 조용우 상무(42)는 지난 3월 부장으로 승진한 뒤 8개월 만에 임원으로 발탁됐다.

내년이면 허태수 회장(64) 취임 3년 차를 맞는 GS그룹도 이달 1일 실시한 임원인사에서 신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젊은 인재를 대거 중용했다.

대표적으로 ㈜GS 미래사업팀장인 허서홍 전무(44세)는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서홍 부사장은 부친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그룹 회장으로, GS그룹 오너가 4세다. 외부에서 영입한 허준녕 부사장(47)은 GS가 미래성장동력 강화를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미래에셋 글로벌투자부문과 UBS 뉴욕본사 등에서 국제적인 기업인수합병을 이끌어온 투자전문가로, ㈜GS가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법인을 이끌 예정이다.

GS는 "승진 및 신규 선임자 43명 중 20%가 넘는 9명이 GS의 각 사업영역에서 신사업 전략과 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 © 뉴스1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0월 인사에서 최대주주인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내정돼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게 됐다. 정기선 사장은 1982년생으로 올해 39세다.

롯데의 경우 유통군 총괄대표 및 롯데쇼핑 대표이사에 P&G, 홈플러스 출신의 김상현 부회장을 영입하고, 백화점 사업부 대표는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롯데GFR 대표를 선임하는 등 '순혈주의'를 깨고 있다. 신동빈 회장(66)이 경영권 분쟁에서는 완승했지만, 부친 고(故) 신격호 회장과 같은 장악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 재계에서 나온다. 롯데 안팎에서는 이번 변화를 시작으로 연공서열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파격적인 인사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 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임원 인사를 앞두고 발표한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부사장-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전격 통합해, 임원의 직급 단계를 과감하게 축소했다. 아울러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을 폐지해 조직 내에서 30대 임원과 40대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구하는 '뉴삼성'을 향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급이 30~40대로 젊어지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탈탄소 등을 계기로 미래 사업에 대한 채비를 서두르면서 젊고 유능한 인재의 발탁 인사가 많아지고 있다"라며 "임원 중에서도 실력이 검증된 CEO급의 경우는 롱런하는 경우가 많아 안정과 미래 준비를 동시에 추구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1월2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승용차에 탑승하고 있다. 2021.11.2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1월2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승용차에 탑승하고 있다. 2021.11.2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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