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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돌파감염' 확산에도 거리두기 단계 못 올리는 軍

11월1일 이후 군내 확진자 455명 중 418명이 2차 접종 완료자
정부 '단계적 일상회복' 의식한 듯 휴가 등 통제는 대책서 빠져

[편집자주]

서욱 국방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화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1.12.4/뉴스1
서욱 국방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화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1.12.4/뉴스1

군 당국이 최근 군 안팎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세에 따라 방역관리를 일부 강화하기로 했지만, 장병들의 외출·휴가 통제 등 '군내 거리두기' 단계 조정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가 국내외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코로나19 특별방역대책 후속조치'를 내놓으면서도 '단계적 일상회복'(일명 '위드 코로나') 또한 포기하지 않아 군 당국 또한 완화된 '군내 거리두기' 조치를 다시 강화할 명분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국 각지의 군부대에선 코로나19 '돌파감염', 즉 백신 2차 접종 후 2주 이상이 자난 뒤에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동시다발적으로 보고되는 등 그 확산세가 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4일 오전 10시 기준 군내 코로나19 누적확진자 2488명 가운데 돌파감염 사례는 766명이다. 특히 군내 전체 돌파감염 사례의 절반 이상을 넘는 418명이 지난달 1일 이후 보고됐다. 11월1일 기준 군내 코로나19 누적확진자 수는 2043명, 이 중 돌파감염 사례는 348명이었다.

군은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 시행에 맞춰 11월부터 그동안 통제해왔던 장병들의 평일 외출을 재개하고, 코로나19 백신 미접종 장병에 대해서도 주말 면회를 허용(면회객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이거나 48시간 내 실시한 진단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경우에 한함)했다.

장병 휴가의 경우 이보다 앞선 9월6일부터 '부대 병력의 10% 이내'에서 '20% 이내'까지로 사실상 정상화된 상태지만, 국방부 집계 기준으로 9월6일 당시 군내 코로나19 누적확진자 수는 1641명(돌파감염 87명 포함)이었다.

군 장병. 2021.10.3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군 장병. 2021.10.3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즉, 장병 휴가 정상화 이후보다 지난달 군내 거리두기 조치 완화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한층 더 가파르며, 11월 이후 보고된 확진자 10명 중 9명 이상이 돌파감염 사례란 얘기다.

일례로 지난달 30일~이달 2일엔 강원도 화천 소재 육군부대에서 무려 62명에 이르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 61명이 돌파감염 사례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군에서 코로나19 돌파감염 사례가 처음 보고된 건 올 7월1일로 해군 간부였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강화된 방역조치가 적용됐을 땐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군내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명을 넘는 경우가 드물었다. 집단감염도 훈련소·해군함 등 특정부대 유형에 국한됐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육해공군을 가리지 않고 확진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고, 그 중엔 감염경로 추적이 곤란한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군 당군은 앞서 8월 중순 기준으로 55만여 장병 가운데 희망자 약 52만명(94%)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쳤다.

그 이후 전역자가 15만~2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는 군 장병 중 코로나19 접종 완료자 비중이 다소 줄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군 관계자는 "7월 중순부터 입대 예정자들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8월 하순부턴 2차 접종 완료자들이 입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최근 군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는 백신 접종 유무에서 비롯된 게 아니며, 이는 돌파감염자 증가에서도 확인된다는 얘기다.

군 장병 코로나19 백신 접종. 2021.6.24/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군 장병 코로나19 백신 접종. 2021.6.24/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이 때문에 일각에선 "외부로부터의 바이러스 유입과 병영 내 확산 방지를 위해 휴가·외출·면회 통제 등 '군내 거리두기' 단계를 다시 강화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일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5000명대까지 치솟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병영 내에서 생활하는 병사들보다는 가족 등과 함께 병영 밖에서 거주하는 간부들에 대해 좀 더 엄격한 방역수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국방부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현황에서도 간부들의 경우 가족 또는 민간인 접촉자에 이어 확진된 사례가 하루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정부가 이미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순 없는 일이다"(문재인 대통령) "모두가 염원해 온 일상회복을 여기서 멈출 순 없다"(김부겸 국무총리)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군이 코로나19 유행 초기처럼 선제적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휴가·외출 등을 다시 통제할 경우 장병들의 반발과 함께 그에 따른 병영 내 사건·사고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외부에 자세히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코로나19 유행으로 외부 출타가 제한된 상황에서 남군·여군 간의 '성군기 위반 사고'가 급증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군 장병들은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작년부터 총 210일 간 휴가가 통제됐다. 

이와 관련 서욱 국방부 장관은 3일 화상으로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전국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 상황시 가졌던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당부했으나, 이날 회의에선 사실상 '백신 2차 접종 완료 장병이 휴가를 다녀온 뒤엔 2차례 실시하는 진단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올 때까지 격리한다'는 것 외엔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국방부는 질병관리청과의 협의를 거쳐 장병 대상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3차 접종·부스터샷)을 오는 20일부터(군 접종기관 여건에 따라 13일부터도 가능)로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당초 장병 대상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을 내년 1월 시작할 계획이었다가 이달 27일, 그리고 이달 20일로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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