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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밀었지만 고의는 아니다"…발 뺀 '맹탕 조사위'

"불법 도청·승부조작 의혹도 증거 불충분"
국가대표 자격 여부 가릴 스포츠공정위. 부담 가중

[편집자주]

양부남 조사위원장(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의실에서 심석희 선수의 지난 2018 평창올림픽 고의 충돌 의혹 조사 2차 조사단(위원회)회의 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1.12.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양부남 조사위원장(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의실에서 심석희 선수의 지난 2018 평창올림픽 고의 충돌 의혹 조사 2차 조사단(위원회)회의 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1.12.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4·서울시청)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고의 충돌' 의혹 등을 파헤친 대한빙상경기연맹 조사위원회(조사위)가 두 달 동안 활동한 끝에 '증거 부족'이라는 허탈한 결론을 내렸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둔 가운데, 심석희의 국가대표 자격 유지 여부는 이달 중순 열릴 스포츠공정위원회(스포츠공정위)에서 결정된다.

조사위의 '알맹이 없는' 조사 결과만을 토대로 심석희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해야 하는 스포츠공정위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양부남 대한빙상경기연맹 조사위원장을 포함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는 지난 8일 서울올림픽공원 벨로드롬 회의실에서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와 관련된 의혹 및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2차 회의를 열었다.

이날 조사에서 쟁점은 2가지로 압축됐다. 첫 번째는 2018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최민정(23·성남시청)의 메달 획득을 방해하기 위한 심석희의 고의 충돌 진위 여부, 두 번째는 심석희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 가능 여부였다.

3시간에 걸친 장시간의 회의 끝에 조사위는 심석희의 고의 충돌에 대한 의심이 가지만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상 분석 결과 심석희가 당시 최민정을 손으로 민 것은 확인이 됐으나 그것이 최민정을 방해하려는 의도였는지는 판가름하기 어렵다는 것이 양 위원장의 설명이다.

조사위는 심석희가 쇼트트랙 대표팀 동료들과 코치에 대해 폭언을 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2016 월드컵 및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승부조작과 평창 올림픽 당시 라커 룸 불법 도청 의혹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가장 중요했던 심석희의 국가대표 자격 유지에 대해서도 "스포츠공정위가 결정할 일"이라며 칼자루를 떠넘기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양부남 조사위원장(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의실에서 심석희 선수의 지난 2018 평창올림픽 고의 충돌 의혹 조사 2차 조사단(위원회)회의 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1.12.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양부남 조사위원장(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의실에서 심석희 선수의 지난 2018 평창올림픽 고의 충돌 의혹 조사 2차 조사단(위원회)회의 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1.12.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결과적으로 조사위를 통해 명백하게 드러난 것이 하나도 없다. 심석희가 대표팀 동료들을 뒤에서 헐뜯었던 사실이 명확한 상황에서 이것이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을 하는 것이 조사위의 역할이었으나 찜찜한 상황만 만들었다. 

유일하게 사실로 확인된 쇼트트랙 대표팀 동료들과 코치를 향한 폭언도 이미 심석희가 조사위가 구성되기 전에 인정한 부분이다. 그는 지난 10월 "미성숙한 태도와 언행으로 인해 실망과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히면서도 고의 충돌 의혹과 관련해 전면 부인했다. 

결과적으로 조사위의 조사 결론은 심석희 측이 해명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기존에 제기된 문제들을 다시 한 번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고, 두 달의 시간만 허비한 셈이다.

결국 고의 충돌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던 심석희만 일단 한숨을 돌릴 만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조사위는 최민정을 미는 심석희의 행동을 인지하고도 어떤 의도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발을 뺐다. 이는 자신들이 밝혀내야 할 부분을 밝히지 못한 것으로 조사위의 무능함을 자인한 꼴이 됐다.

특히 양 위원장은 결고 발표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 도중 심석희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묻는 질문에 "나는 모르는 일이다", "스포츠공정위를 향해 물어봐라" 등 대답을 회피하면서 준비된 자료를 읽는 수준에 그쳤다.

심석희의 고의 충돌 의혹 등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일단 조사위는 2차 회의를 끝으로 모든 활동을 종료했다. 

불똥은 스포츠공정위로 튀었다. 스포츠공정위는 이제 조사위가 내린 결정만을 토대로 심석희의 베이징 올림픽 참가 여부 등 징계 수위를 정해야 한다. 

여전히 심석희를 향한 국민적 여론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고의 충돌과 승부 조작, 불법 도청을 입증할 수 없다는 조사위의 결과만으로 경징계를 내리기도 애매해졌다. 아울러 사실이 입증된 국가대표 품위 손상 만으로 중징계를 내리기도 어렵다.

결국 '맹탕 조사위'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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