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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이명우 감독 "김수현에 대한 믿음…날것의 연기를 담았다" [N인터뷰]②

[편집자주]

쿠팡플레이 © 뉴스1
쿠팡플레이 © 뉴스1
"돈 없고, 줄 없고, 권력 없으면 법도 없어."

김현수(김수현 분)가 교도소에서 만난 도지태(김성규 분)는 이렇게 말한다. 드라마 '어느 날'은 어느 날 겹친 수많은 우연과 실수, 그리고 현명하지 못한 행동으로 범죄자의 낙인이 찍힌 김현수를 통해 사법제도의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리고 묻는다. 만약 이 일이 나에게 벌어졌다면, 우리는 김현수와 다를 수 있을까.

국내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에서 선보이는 첫 오리지널 드라마인 '어느 날'은  평범한 대학생에서 하룻밤 사이 살인 용의자가 된 현수(김수현 분)와 진실을 묻지 않는 밑바닥 삼류 변호사 신중한(차승원 분)의 치열한 생존을 그린 8부작 하드코어 범죄 드라마다. 한 번에 전회 모두 공개되는 보통의 OTT 드라마들과 달리, 지난 11월27일을 시작으로 매주 토, 일요일 0시 한편씩 공개됐고 이달 19일 종영했다.   

영국 드라마 '크리미널 저스티스'를 원작으로, 한국적인 이야기와 감성을 더해 새롭게 판을 짰다. 김현수의 하루를 시작으로 군더더기없는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진행시켰다. 서늘한 색감의 화면 속에서 요동치는 인물들의 감정, 누군가의 편의대로 이용되는 사법제도의 빈틈이 드러나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어느 날'은 공개 이후 쿠팡플레이 신규가입자수가 공개 전 대비 254% 폭증했고 글로벌 영화, 드라마 정보 사이트인 IMDB에서 평점 8.9를 차지하며 원작인 BBC ‘Criminal justice’의 리메이크작 인도판(IMDB 8.1), 미국판(IMDB 8.5)을 뛰어넘는 성적을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펀치' '귓속말'에 이어 '어느 날'로 '사법제도 3부작'을 완성한 이명우 감독은 '어느 날' 종영 후 뉴스1과 만나, '어느 날'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함께 OTT 플랫폼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 소감을 전했다.

<【N인터뷰】①에 이어>

-기존의 드라마 작업 방식과 다르게 시도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연출적으로 특이한 접근을 시도해봤다. 감독은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꿰뚫고 있는 입장이다. 이야기를 만드는 걸 관여하고 캐릭터를 만드는 것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사람 아닌가. 그래서 연출을 하면 감독이 '이런 식으로 갔으면 좋겠다'라며 작품에 맞춰 유도를 하는 편이다. (배우들의) 이야기도 듣지만 '이 연기도 좋지만 이 내용은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라며 제시도 한다. 이번에는 현수를 볼 때 관찰자의 입장에서 지켜봤다. 김수현 배우가 하는 연기를 보고 현수를 읽으려고 했다. 지금까지의 내 작업방식과 다른 점이었다. 현수가 어떤 행동을하고 어떤 눈빛을 하는지, 그렇다면 왜 그렇게 표현하는지 따라가려고 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배우가 해석하고 나온 날것의 느낌을 잘 전달하고 싶었다.
김신록 / 쿠팡플레이 어느날 제공 © 뉴스1
김신록 / 쿠팡플레이 어느날 제공 © 뉴스1

-김수현의 연기력이 빛난 작품이다. '김수현이 개연성'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많은 감독들이 김수현 배우하고는 꼭 작업을 해보고 싶을 거다. 잘 생겼고 연기도 잘 하고 집중력도 좋지 않나. 처음에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김수현씨가 출연하면 딱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캐스팅으로 이어졌다. 내 머릿속에 있는 김현수와 다른 인물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이 생각한 그림에 캐릭터를 가두지 말고 연기하는 대로, 나오는 대로 가보자고 생각했다. 김수현을 믿었다. 김수현씨가 성격도 밝고 분위기 메이커여서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고, 연기를 할 때는 무서울 만큼 집중력이 있었다.

-어떤 식으로 디렉팅을 했나.

▶첫 테이크에 나오는 감정을 많이 담으려고 했다. 사실 테이크가 계속 될수록 기술적인 결과에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완성본에 실린 웬만한 장면은 거의 첫 테이크다.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만큼 반응이 좋아서 기쁘다.

-'어느 날'은 용의자인 김현수가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용의자에 몰입해야 하는 설정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제가 생각한 건 시청자가 이 드라마를 볼 때 처음에는 '현수가 그럴리가 없어' '딱 봐도 억울해보이지 않아?'라고 생각하다, '진짜로 현수가 죽인 게 아닐까?' 의심하도록 구성했다. 현수를 믿었는데 계속 나오는 정황을 보면서 다시 현수를 의심하는 거다. 그러다 엔딩에서는 '현수의 망가진 삶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감독으로서 변은 그런 거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무죄라는) 결론이 났는데 그런 이 사람에게 남는 게 뭔가. 멍에, 사람들의 차가운 눈빛, 망가진 가족,그리고 다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이 남는다. 그걸 누가 보상해줄 수 있나. 그렇다고 해서 몰아부친 검찰, 경찰만 욕할 수 있나. 각자의 자리에서 부딪쳤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만 거다. 이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구나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쿠팡플레이 어느 날 제공© 뉴스1
쿠팡플레이 어느 날 제공© 뉴스1

-김신록 배우는 '괴물' '지옥'에 이어 '어느 날'을 통해 연기력을  확실히 보여줬다.

▶안태희 검사 역할을 캐스팅할 때 철칙이 연기력이 탄탄하되 아직 대중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찾는 것이었다. 김신록씨를 캐스팅하는데 그 전에 어떤 작품을 촬영했다고 하더라. 많은 회차에 나오는 작품은 아니라고 했다. 그게 '지옥'이었다. ('지옥'이) 먼저 공개돼서 김신록씨가 이미 유명해졌다.(웃음) 늘 그렇지만 이번에는 특히 캐스팅에 공을 많이 들였다. 유명배우도 있지만 어떻게 저런 사람을 찾았을까 싶을 정도로 실제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배우들을 원했다.

-신중한이 가져온 장미꽃을 받고 깔깔 웃는 첫 등장 장면부터 기가 느껴졌다.

▶사실 그 장면이 대본에는 없었다. 신중한과 안태희 검사가 이미 서로 아는 사이이고 오랜 세월 쌓은 인연이라는 걸 어떻게 설명할까고민했다. 김신록 배우에게는 이야기하지 않고 신중한이 장미꽃을 들고 등장하는 시도를 해봤다. 그런데 그걸 받아치더라. 소름이 돋았다.

-차승원과는 두 번째 호흡이다.

▶'너희들은 포위됐다'를 함께 하면서 호흡이 너무 좋았다. 차승원씨는 진지한데 순간적으로 코믹한 분위기도 낼 수 있는 배우다. 그런 점이 우리 드라마와 잘 맞았다. 이 드라마가 어두운데 활력을 줄 수 있는 캐릭터였다. 차승원씨 필모그래피에 이런 모습이 없을 거다.(웃음) 전회차 노메이크업에 수염 기르고 살을 8kg이나 찌웠다. 근육이 다 가려진 모습이 아닌가. 몸을 안 사리고 연기해줬다. 기본적으로 공부를 어마어마하게 해서 현장에 오는 배우다. 이 신에 필요한 느낌을 다 완벽하게 정리를 해서 가져온다. 이런 배우가 많지 않다. 나와 너무 잘 맞는다. 앞으로 영원히 같이 가자고 했다. 꼭 적어달라.(웃음)
쿠팡플레이 '어느 날' © 뉴스1
쿠팡플레이 '어느 날' © 뉴스1

-신중한 변호사의 피부병 증상이 중요하게 등장하는데.

▶신중한의 의식세계를 전부 말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전달하고 싶었다. 일종의 메타포다. 신중한이 심리적으로 딥하게(깊게) 빠져드는 것에 따라서 증상이 달라진다.

-연출자로서 가장 뿌듯했던 반응은 무엇인가.

▶공개 첫주에 후배 감독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다. '이명우가 이명우한 드라마네요'라고 하는데 어느 칭찬보다 기분이 좋더라. 지금은 (방송사를 나와) 혼자만의 길을 걷고 있는데 잘 봤다면서 연락을 주어서 행복했다. 또 이 드라마를 통해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 것 같아서 기뻤다. 원래 대본에서는 엔딩 장면이 김현수의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었는데, 완성본에서는 현수의 어깨를 지나서 시끌벅적한 세상을 조명한다. 그럼에도 현수의 삶은 계속 이어지고, 현수가 들어가서 살 곳은 세상이다. 그래도 살자, 그럼에도 삶을 이어가자는 메시지다.

-시즌2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나.

▶8화 쿠키영상도 있다. 신중한 변호사는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캐릭터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즌2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어느 날'은 OTT 플랫폼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이면서 새로운 도전을 한 작품이 아닐까.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아주 의미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계기로 내가 가는 길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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