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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이집트 원전 수주 유력…35조짜리 사업의 5~10% 규모

'원전 경쟁국' 러시아 JSC ASE서 참여 제안 의미
4월쯤 정식 계약…"침체된 韓 원전산업에 새 활력"

[편집자주]


이집트 엘다바 원전 위치 지도<자료 한국수력원자력> © 뉴스1
이집트 엘다바 원전 위치 지도<자료 한국수력원자력> © 뉴스1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새해 벽두 이집트에서 조(兆) 단위가 넘을 것으로 보이는 원전 건설공사를 사실상 수주했다. 원전 수출에서 조 단위가 넘는 사업 참여는 2008년 UAE 바라카 원전 이후 처음이다.

한수원의 낭보는 우리 원전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탈원전으로 일감 부족을 겪고 있는 국내 원전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3일 한수원은 러시아 JSC 원전수출공사(AES)가 건설하는 이집트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의 터빈건물 등 2차측 건설사업 계약 체결을 위한 단독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수원이 JSC ASE의 유일한 계약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뜻이다. 

한수원은 오는 2월까지 가격 등 세부 조건 협상을 마무리한 뒤 4월쯤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수원 측은 단독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만큼 양측의 특별한 이견이 없다면 사업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JSC ASE사는 2017년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을 따냈다. 엘다바에는 1200MW급 러시아 원전 WER-1200 노형 4개를 짓게 되며 올해 본격적인 건설을 시작해 2028년 1호기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300억달러(약 35조원) 규모의 사업이다. 

한수원은 그중 터빈 건물 등 2차 계통 사업을 맡게 된다. 전체 사업의 약 5~10% 규모다. 전체 사업이 35조원에 달하는 만큼 한수원의 사업 계약 역시 조단위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한수원의 이번 사업 참여는 원전 수출 경쟁국인 러시아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수원 측은 "이집트 사업이 중동에서 이뤄지면서 한국이 엘다바와 유사한 환경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성공을 이룬 경험을 높게 평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사막인 UAE에서 바라카 원전을 건설, 상업운전까지 성공하면서 세계적으로 원전 수출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 뉴스1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 뉴스1

전문가들도 한수원의 계약 수주에 대해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추켜세웠다. 다만 국내의 탈원전 정책 등의 한계로 핵심 분야까지 수출을 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주한규 서울대 핵공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우리나라가 사막에서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1차계통에 들어가는 주요기기들을 (수주) 받지 못해 아쉽지만, (이번 계약으로) 원자력 산업계에 도움이 되고 사막에서 건설한 기술력을 입증 받아 추가로 사우디나 UAE에 원전 수주를 할 가능성을 더 높였다"고 말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우리가 전체를 수주했으면 좋은데 아쉽기도 하다"면서 "원자력 수출이라는 것은 기술 플러스(+) 정치력인데 결국 러시아가 이집트를 잡은 거고, 우리는 탈원전 등 국내 여건이 좋지 않기에 기대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우리로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수원이 계약을 최종적으로 체결하게 되면 현대건설과 두산중공업이 시공을 담당할 예정이다. 터빈·발전기 등은 외국 기업 제품이, 냉각기·펌프 등 기자재는 국내 기업에서 구매해 설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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