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프레인TPC © 뉴스1

배우 이세영은 최근 17.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극본 정해리/연출 정지인 송연화)으로 '사극 퀸' 수식어를 달았다.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로 사극에서 진가를 주목받은 데 이어 장기간 시청률 침체에 빠져있던 MBC를 살린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사극 퀸 입지를 굳혔다. 그는 이 같은 칭찬에 "작품이 잘 되고 사랑을 받아서 이런 수식어를 만들어주신 것 같다"며 "빨리 잊어주셨으면 한다"고 부끄러워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동명의 소설이 원작으로,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을 그린 드라마다. 이세영은 이 드라마에서 왕의 무수히 많은 여인 중 한 명이 아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자 하는 궁녀 성덕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성덕임은 훗날 의빈 성씨가 되는 인물로, 치열하고 긴박한 정치가 오가는 궁중 안에서도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이세영은 1997년 아역으로 데뷔해 올해 햇수로 26년차 배우가 됐다. 그는 아역 배우로 주목받은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지금의 필모그래피를 이뤄냈다. "연기자는 연기를 해야 한다"며 "가치 증명이라고 해야 할까, 저만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쉼없이 연기하는 이유에 대해 똑부러지게 이야기했다. "20대 중반에 일이 너무 없어서 생존에 대한 고민도 했다"던 그는 "선택을 받는 입장에서 선택을 받았다는 게 굉장히 감사하다"던 그의 진심을 더욱 알게 했다.

무엇보다 '2021 MBC 연기대상'에서 한마디 한마디 진심을 담아 전달했던 수상 소감은 배우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의 깊이가 남다른 배우라는 사실을 새삼 다시 알게 했다. 당시 그는 "다른 중요한 일을 하실 수 있는 소중한 저녁시간에, 그것도 두 달 넘게 시간을 내어주시고 작품 내 인물들의 희로애락을 함께해 주신 시청자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시청자 분들의 소중한 시간이 매우 귀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그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기력만큼이나 겸손함과 심성이 빛나는 이세영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세영/프레인TPC © 뉴스1

-드라마를 마친 종영 소감은.

▶7개월동안 제작진, 배우분들과 열심히 찍었는데 많은 사랑 받으며 종영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보람차다.

-마지막 방송은 어떻게 봤나.

▶슬플 거라 예상하고 시청했지만 대본보다 더 슬프더라. 여운도 크게 남고, 엔딩도 원작과 같은 방향으로 갔는데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정말 많이 울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이 5%대 시청률로 시작해 17.4%로 최고 시청률을 찍었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시청률을 보고 어떤 마음이 들었나. 시청률 공약 준비는 어떻게 돼가는지.

▶시청률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는 부분도 아니고 잘 나오면 좋겠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많은 분들께서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촬영하면서도 힘이 났고 분발해서 촬영했고 행복했다. 그 수치는 정말 꿈만 같았다. 매번 이번 작품 같을 수 없겠지만 또 열심히 해서 이런 작품 만났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어떻게 공약을 실행할지 기대가 되는데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 같다. 덕임이와 정조의 품위를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우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실존인물인 성덕임을 주체적인 현대여성처럼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려 했나.

▶제가 늘 맡고 싶은 캐릭터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다. 캐릭터에게 목표가 생기면서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인물을 맡고 싶고 그려내고 싶어한 것 같다. 이번에는 명확한 신분의 차이와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지만 스스로가 선택을 하며 살고 싶다는 게 분명했기 때문에 제약 안에서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을 잘 표현하려 노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게 무엇인가 이 부분이 대본에 잘 나와있던 것 같다. 자유를 갈망하는 부분이나 이런 게 대본에 잘 나와있던 것 같다. 초반에는 밝고 생기있고 생동감 있는 인물로 그리려 했다.

-시청률 비결은 뭐라 생각하나.

▶재밌는 대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배우들끼리 합이나 연기가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배우들끼리 케미도 다 너무 좋았고, 가깝고 친했기 때문에 케미도 잘 살지 않았나 한다.

-드라마에 대한 인기를 실감한 순간이 있나.

▶거의 후반 회차 직전까지는 본방을 못 볼 때도 많았고 반응은 확인하지 못했는데, 방송 1주차 때 드라마 화제성 1위를 했었다. 그걸 현장에서 듣고 그때부터 불타올랐던 것 같다. 원래도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때마침 소식이 들리면서 인기 실감하고 더 잘해보자 하는 시너지가 있었다.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 수상하신 뒤 수상 소감이 화제였다. 사명감과 책임감의 깊이가 정말 남다른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 많은 시청자들이 큰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어떤 마음으로 당시 소감을 준비했나.

▶사실 큰 상을 받을 거라 예상을 못했다. 상을 받게 되면 미처 말씀을 못 드릴까봐 소감을 적어갔다. 이번에는 시청자 분들의 사랑이 조금 컸던 것 같아서 꼭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 선택을 받는 입장에서 선택을 받았다는 게 굉장히 감사해서 수상 소감을 그런 마음으로 준비했었다.

-드라마 '이산'이 MBC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었는데,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이 드라마를 선택할 당시에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성덕임을 통해 배우 개인적으로도 세운 목표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산'이라는 작품이 있어서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다. 색깔이 다르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작품을 선택할 당시에 목표는 원작을 읽었을 때 내가 받았던 먹먹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짙은 여운을 시청자들께서 고스란히 받으셨으면 좋겠다 했다. 이 책을 읽고 많이 울었기 때문에 그걸 꼭 느끼시면 좋겠다는 걸 어떻게 쌓아갈지, 그걸 표현하는 게 중요했다 생각한다. 조선시대 궁녀가 제약 있는 가운데서 선택하며 살고 싶어하고 자유를 갈망하는데 저는 그보다 더 좋은 환경인데 선택을 하며 주체적으로 살고 있나 고민하게 됐다. 하고 싶은 걸 다 이룬다고 생각하며 사는데 얼마나 감사하며 살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저의 목표는 2022년에는 삶의, 일상의 소중함, 제 스스로를 돌보고 순간순간을 살아가려는 것이 목표다. 그 목표는 앞으로 차근차근 이뤄가겠다.

-덕임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면과 닮은점이 있나.

▶덕임이가 훨씬 그런 편인데 저도 그런 것 같다.(웃음) 능동적인 부분은 딱 일할 때 뿐이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밥도 간신히 먹는데 제가 일도 할 수 있어 신기하다. 덕임이한테 많은 걸 배워서 앞으로 저도 제 삶을 소중하게, 더 열심히 살아가려고 한다.

-'덕임' 캐릭터의 묘사와 연기를 위해 특별히 배워야 했거나 도전한 게 있는지.

▶예법과 다도를 배웠다. 가장 중요했던 게 서예였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일주일에 한번 몇시간씩 레슨을 받았다. 배운대로 복습하지 않으면 까먹으니까 복습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대필해주시는 서예 선생님을 따라갈 수 없다. 덕임이가 필사하는 게 역사적으로도 중요했어서 글을 쓰는 태도, 이미 익숙하게 글을 쓰는 사람의 태도를 깊이 관찰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성장을 느낀 부분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성장을 느낀 부분은 호흡이다. 생각보다 이렇게 많은 분들과 호흡을 맞추고 다양한 극 중 인물들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번엔 대선배님과 호흡을 맞추고 또래와도 호흡을 맞췄다. 스승 상궁님과도 호흡이 있었다. 각 인물과의 관계에 변화를 주면서도 연기적으로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선배님들과 촬영하며 배운 부분도 많다. 함께 그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연기해야 하는데 감탄만 할 때도 있었다. 정말 배운 게 많았다. 화면으로만 봐도 살아숨쉬는 호흡이라 해야 할까.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극중 궁녀로서 왕의 총애를 받지만 승은을 입은 후에 아이까지 죽으며 정말 많은 시련을 겪는 캐릭터였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너무나 감정 소모가 심했을 것 같다.

▶드라마 촬영을 원작의 여운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임했다. 원작이 너무 인상 깊었어서 뒷 부분 촬영할 땐 대본만 봐도 눈물이 났다. 오히려 저는 울지 않으나, 보는 사람들이 슬픈 부분들이 있었다. 담담하려고 하는데 눈물이 나서 힘들었다. 대사가 많이 없는 장면이 많았다. 게다가 덕임은 알듯 모를 듯, 지문에도 표현이 없더라. 스스로 표현을 정해서 해야만 했었는데 미세한 차이를 시청자 분들이 알아보실까 고민이 컸다.

-이준호 배우와 로맨스 호흡은.

▶저는 늘 하듯이 똑같이 했는데, 로맨스를 같이 하는 상대 배우가 호흡이 안 맞거나 케미가 안 좋으면 반응이 뜨거울 순 없는 것 같다. 준호 배우는 열려있고 다정다감하고 적극적이었다. 연기도 잘하시고 대본도 잘 소화하시는 분이라 케미가 좋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서로 신분 차이가 있어서 기존 로맨스와 달랐던 것 같다. 로맨스 호흡은 너무 좋았고 준호 배우가 다정다감하고 연기를 너무 잘한다. 굉장히 진중하고 친절한 성격인 것 같다. 함께 케미 맞출 때도 편안했다. 처음 캐스팅 될 때부터 함께 해서 기뻤다. 처음부터 큰 신뢰가 있었다.

<【N인터뷰】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