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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표 쇄신이냐, 단기필마냐, 제3의 길이냐…장고 거듭하는 尹

핵심 참모진과 이틀째 '선대위 쇄신안' 놓고 숙의…이르면 5일 결단
'김종인 배제론' '제3 방안' 백가쟁명 논쟁…윤석열 '입'만 보는 野

[편집자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저녁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를 나서고 있다. 2022.1.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저녁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를 나서고 있다. 2022.1.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선대위 개편론'을 띄웠지만, 당내 의견이 백가쟁명식으로 분분하게 엇갈리면서 긴장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윤 후보의 최종 결단에 따라 대선정국이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후보는 4일 서울 서초동 자택에 머물며 핵심 참모들과 선대위 개편을 숙의 중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모든 공식 일정을 중단했지만, 재선의원과 중진의원들은 각기 총회를 열고 당과 선대위 쇄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윤 후보는 이르면 5일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 앞에 놓인 선택지는 크게 3가지다. 김종인 위원장이 건넨 '총괄본부체제', 후보 본인 중심으로 선대위를 재구성하는 '윤석열 직할 체제', 현 총괄선대위원장을 다른 인물로 교체하고 새판을 짜는 '제3의 길'로 요약된다.

먼저 김 위원장이 후보의 메시지와 일정을 총괄하는 '김종인 원톱 체제'를 수용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의 '원톱 체제'가 한층 공고해지고, 메시지와 일정도 밀도 있게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가 새로운 선대위에 합류할 경우, 2030세대 표심을 끌어와 '반등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도 녹아있다.

다만 윤 후보는 '김종인표 쇄신론'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역설적이게도 김 위원장의 '선대위 개편 선언'은 윤 후보의 리더십 부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3일 윤 후보와 상의를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선대위 전면 개편 방침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김 위원장의 '폭탄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이 전날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를 향해 "연기만 해달라"고 한 발언도 윤 후보의 자질 부족을 공식적으로 자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용남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종인 총괄의 쿠데타가 아니냐'는 질문에 "맞는다"고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들으며 당사를 나서고 있다. 2022.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들으며 당사를 나서고 있다. 2022.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다른 선택지는 '단기필마'를 선언하는 방법이다. 당 중심으로 선대위를 꾸리겠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윤 후보가 직접 그립을 쥐고 선대위를 '후보 직할 체제'로 재편하는 그림이다. 이 경우 사의를 표명한 기존 선대위 지도부를 재신임하는 방식으로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은 결별 수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이준석 비토설'과 함께 '김종인 배제설'도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는 선대위 6개 본부장보다는 윗선, 즉 이름과 책임이 더 큰 총괄, 상임선대위원장들이 일차적으로 사표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을 정조준했다.

윤 후보가 현재 어느 방안에 무게추를 두고 숙의 중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내심 김 위원장의 사퇴를 원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상의 없이 전면 개편을 선언하고, '연기를 해달라'고 한 발언으로 후보의 이미지를 굉장히 망쳐놨다"며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사이의 골이 상당히 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후보가 '제3의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열려있다. 선대위를 큰 폭으로 재편하되,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다른 인물로 교체하는 방안이다. 야권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을 대체할 인물로 홍준표 의원이 거론된다. 홍 의원은 지난해 12월3일 '울산 회동'으로 김 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하기 전, 윤 후보가 직접 찾아가 조언을 구한 인물이다.

정치권은 윤 후보가 '제3의 쇄신론'을 선택할 가능성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야권에서 가장 많은 2030세대 지지를 얻고 있는 홍 의원이 선대위에 합류하면 최대 고민인 '청년 표심'을 단번에 확보할 수 있다. 홍 의원이 이준석 대표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대체할 수 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이낙연 구도처럼 국민의힘도 윤석열-홍준표라는 '원팀 구호'를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윤 후보에게는 총괄선대위원장을 김종인에서 홍준표로 교체하는 방법이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며 "윤 후보로서는 당심과 민심을 동시에 회복하는 묘수가 될 수 있고, 홍 의원이 '윤석열 당위론'에 동의한다면 당내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후보 교체설'을 일시에 잠재울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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