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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업계 "신약개발 전주기 통합관리 컨트롤 타워 필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바이오헬스 육성 신년 대담회
미국 FDA 대비 심사 인력 부족 등 업계 개선 촉구

[편집자주]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13일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신년 대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유튜브 중계 화면 캡처) © 뉴스1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13일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신년 대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유튜브 중계 화면 캡처) © 뉴스1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연간 매출액의 약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4차 산업시대 새 먹거리로 부상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 인프라 수준은 다른 나라 대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자문 및 허가심사 인력이 해외 다른 보건의료 규제기관에 비해 태부족이다. 연구개발 비용 및 경쟁력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 전주기를 통합 관리하는 범부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오일환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는 13일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신년 대담회'에서 "한국 바이오·의학의 인력난이 심각하다"며 "이제는 담장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담장을 넘을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주는 규제과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제품분야 허가‧심사 인력은 2019년 기준 333명으로 공무원 176명, 계약직 157명에 그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 8398명, 유럽 의약품청(EMA) 약 4000명, 캐나다 헬스캐나다(HC) 1160명,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561명과 대비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부처간 경계를 뛰어넘는 신약 개발 전주기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담 조직을 구성해 인력을 확충하고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육성해 나간다는 것이다.

자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현재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담당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며 "신약 개발 전주기를 일관되게 관리하고 이해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식약처는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허가심사기간을 40일로 단축했다. 그러나 정작 담당 인력은 증가하지 않아 심사전문인력 1명당 업무량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실제 코로나19 백신 허가전담심사팀의 경우 8개 분야 담당인원이 외부 심사관 4명을 포함해 13명에 불과하다. 8개 분야 인력이 국내에서 개발하는 모든 코로나19 백신을 담당해야 하는 만큼 개별 신약 개발 지원 및 규제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장신재 셀트리온 사장은 "해외의 경우 회사별 신약개발 프로젝트당 전담 인력이 상주한다"며 "미국과 유럽 등 시각을 통합해 시장에 알려주고, 규제 부문 논의도 즉각 반응할 수 있다면 신약 개발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팬데믹과 같은 감염병 대유행 상황이외에 일반적인 허가심사 시에도 이같은 전문 인력의 맞춤형 지원과 관리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ST의 경우 근감소증 치료 혁신신약 'DA-4210'을 개발하고 있지만, 해당 질환에 개발 허가된 사례가 없어 임상설계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엄대식 동아ST 회장은 "기존 사례가 없는 혁신 신약의 경우 개발 방향을 설정하는 판단이 쉽지 않다"며 "이럴때 임상시험 방향을 잡도록 도움을 주고 필요 시 법령 개정 등에 나설 수 있는 정부부처가 생긴다면 개발업체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미국 FDA의 경우 내부 인력이 부족하면 해외 심사위원을 붙여주기도 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것이 가장 중요한데 미국 등에서는 사전 검토(Priority review) 제도 등을 통해 단계별 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초기 개발 단계부터 규제기관의 개입이 있어야 신약 개발이 단지 연구를 위한 연구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전임상에서 임상으로 넘어가는 비율이 10%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전주기 지원의 필요성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김강립 식약처장은 "그동안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인력을 확보하는 정부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보낸 지난 2년간은 시장에 의약품이 조속히 진입하도록 고민하는 시간이었다"며 "정부와 기업의 혁신이 어우러진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담회에는 정부 측 인사로 김강립 식약처장, 이형훈 복지부 국장, 김영민 산업부 과장이 참석했다. 업계에서는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엄대식 동아에스티 엄대식 회장, 권세창 한미약품 권세창 사장, 장신재 셀트리온 사장,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윤성태 부회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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