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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들 살해범 재판 참석한 아버지 "수시 합격했는데…억장 무너져"

피해父 "25년형 너무 가벼워…직접 사과도 없었다"

[편집자주]

최재성 군이 살아있을 당시 공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 제공)/2022.1.14/© 뉴스1
최재성 군이 살아있을 당시 공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 제공)/2022.1.14/© 뉴스1

"너무 미안하다는 말 하고 싶어요. 여기 걱정하지 말고, 그곳에선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편히 지내길 바란다고요."

노래방에서 싸움을 말리다 20대 남성으로부터 살해 당한 피해자 최재성군(당시 17)의 아버지 최민씨(50)가 깊은 한숨을 쉬며 이 같이 말했다.

최씨는 14일 전주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아내와 함께 참석한 뒤 선고 결과를 듣고 조용히 빠져나왔다. 이날 피고인 A씨(28)는 징역 25년을 선고 받았다.

최씨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화가 나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아무런 구조조치도 하지 않고 현장을 나가버렸다는 게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인가 싶다"며 "검찰이 징역 30년을 구형하고 전자발찌 20년을 청구했었는데 그보다 낮게 선고된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진 않는다"고 심경을 전했다.

외동아들이었던 재성군은 평소 밝은 성격인 데다 사교성이 좋아 친구들이 많았다고 한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친한 형과 자취를 하기 시작했고, 종종 본가에서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최씨는 "지난해 9월22일 저녁, 사건 발생 사흘 전에 본 모습이 마지막이었다"며 "'주말에 또 올게'라고 했지만 이제는 영영 볼 수 없게 되버렸다"고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가해자나 그 가족 등 관련자들이 무릎을 꿇고 사죄해도 모자랄 상황에 어떤 사과도 직접적으로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최근에 아들 재성이의 대학 수시 합격 문자까지 받았다"며 "살아있을 때 해병대에 입대하고 싶다고 했었고 자유롭게 생활하면서 하고 싶은 게 많다고 했는데 이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고 호소했다.

그는 "억장이 무너진다"며 "아직도 아들이 떠난 게 믿기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활발한 성격의 최재성 군은 사교성이 좋아 친구들이 많았다고 유족은 전했다.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최재성군이 카메라를 들고 친구들과 단체사진을 찍고있다.(피해자 가족 제공)/2022.1.14/© 뉴스1
활발한 성격의 최재성 군은 사교성이 좋아 친구들이 많았다고 유족은 전했다.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최재성군이 카메라를 들고 친구들과 단체사진을 찍고있다.(피해자 가족 제공)/2022.1.14/© 뉴스1

최군은 지난해 9월25일 오전 4시44분께 전북 완주군 이서면 한 노래방에서 20대 남성 A씨로부터 살해당했다. A씨는 싸움을 말리던 최군의 복부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법원 등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여자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전 남자친구 B씨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다 말다툼을 벌였다.

화가 난 A씨는 B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고, 둘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이에 격분한 A씨는 흉기를 들고 B씨가 종업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노래방을 찾아갔다. 최군은 이들의 싸움을 말리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최군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뒤늦게나마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다만 살인죄는 가장 무거운 죄이고, 어떠한 방법으로도 절대로 용인될 수 없는 범죄인 점, 피고인의 범행으로 아직 17세에 불과한 청소년이 인생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채 생을 마감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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