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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마트 방역패스 제동…전문가 "방역 포기해야 할 수도"

서울 시내 상점·마트·백화점 방역패스 효력정지
"시급성 다투는 방역정책이 법원 결정으로 중단되는 선례 남겨"

[편집자주]

14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출입전 방역패스를 확인하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14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출입전 방역패스를 확인하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법원이 14일 정부의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 조치의 효력을 일부 정지하라며 또 다시 제동을 걸었다. 방역패스의 공익적 효과 보다도, 방역패스의 시행으로 인해 미접종자들의 기본권 침해가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한원교)는 이날 오후 서울시 방역패스 의무적용시설 17종 가운데 서울 내의 상점·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을 본안 행정소송 1심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중단하라고 주문했다.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은 이번이 두번째로, 앞서 법원은 지난 4일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를 들며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방역패스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는 정책을 펴기보다, 오미크론 변이주 유행에 대비해 신속하게 확진자를 찾아내고 초기에 치료제를 처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 "오미크론 변이주, 가장 큰 변이될 것…마트·백화점 방역패스 해지 '적절'"

전문가들은 방역패스 효력정지 판단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적절한 판단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역정책에 오미크론 변이주의 유행상황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주의 특성을 고려하면, 개개인간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보다 초기 확진자를 찾아내는 게 더 중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마트, 백화점 등은 공간 자체가 크고, 실내 환기도 잘 이뤄질 수 있다. 마스크 착용, 손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기본 수칙만 잘 준수하면 대중교통보다 감염 위험이 적다"며 "오미크론 감염자가 전체 확진자의 절반을 넘어가는 상황이 된다면, 봉쇄령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다고 해도 유행이 억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65세 이상의 사람, 요양원과 요양병원에서 집단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도록 최대한 역학조사를 강력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실제로 오미크론이 더 확산되면 방역을 포기하는 쪽이 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숨어있는 감염자들을 찾기 위해 신속항원진단검사(자가검사)를 최대한 많이 시행하고, 미접종자, 고위험군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최대한 빨리 치료제를 처방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도 "방역패스 시행에 오미크론 변이주의 유행상황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미크론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지금보다 분명해지면 설 이후에는 시민들에게 자율성을 주되 의무는 장착하는 방향으로 옮겨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매우 아쉬운 판단이긴 하지만, 이정도 수준이어서 다행이다"며 "다만 시급성을 다투는 방역정책이 가처분 인용으로 중단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은 매우 아쉽고 답답하다"고 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법원 "방역패스, 백신미접종자들 기본권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유지돼야"

이날 법원은 방역패스를 다중이용시설, 감염취약시설, 대규모 집회에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법원은 방역패스의 도입 취지가 3차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점, 3차접종을 받을 경우 코로나19 확진자 전체의 중증화율이 낮아지는 점,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전체의 중증화율을 유지해야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의 이날 결정과 앞선 4일 결정으로 방역패스 적용이 정지된 곳은 △서울시의 상점·마트·백화점 △전국의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이다.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식당·카페 △영화관·공연장 △멀티방 △PC방 △스포츠경기장 △박물관·미술관·과학관 △실내체육시설 △도서관의 방역패스 조치 효력은 계속 유지된다. 또 백신 접종 유효기간을 6개월로 정한 방침도 그대로 유지되게 됐다.

상점·백화점·마트에 대해 방역패스 효력정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법원은 "식당, 카페의 경우 마스크 착용이 어려워 감염 위험도가 다른 다중이용시설에 비해 높은 반면, 상점·백화점·마트는 많은 사람이 모일 가능성이 있기는 하나 취식이 이뤄지는 식당과 카페보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며 "오히려 밀집도 제한이나 방역수칙 강화 등으로 위험도를 더 낮출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서울특별시장이 생활필수시설에 해당하는 면적 3000㎡(제곱미터) 이상의 상점·백화점·마트에 대해 일률적으로 방역패스 적용시설로 포함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제한에 해당한다"며 "상점·백화점·마트에 대해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코로나19 중증화율이 상승하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초래하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은 청소년의 경우 백신으로 인한 이상반응·장기적인 영향이 알려지지 앟은 점, 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위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점, 백신 접종은 개개인의 건강상태와 감염가능성 등을 고려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인 점 등을 들며 12~18세 이하 청소년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도 정지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법원은 "부득이 한시적으로 감염취 약시설이나 일부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를 도입하더라도 그 범위를 최소화하여 한다"며 "개개인의 건강상태나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 백신접종 등으로 겪은 경험 등 여러가지 사유로 백신접종, 추가접종을 선택하지 않는 백신미접종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방역패스가 운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에대해 보건복지부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 정부는 아쉽게 생각한다"며 "정부는 법원의 판결의 취지와 방역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 해 오는 17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이후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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