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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름 자영업자]①'거리두기' 강화 때마다 매출 30% 날아갔다

월세 100만원에 매출 1500만원→매출 800만원 '뚝'…임대료 부담 급증

[편집자주] 그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힌 느낌이라고 했다. 얼마나 더 가야 할지, 이 방향이 맞는지, 정말 출구는 있는지…
그녀는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늘어난 빚은 개미지옥처럼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사이 눈시울은 붉어졌다.
코로나19가 자영업자에게 남긴 상처는 상상 이상이었다. 30년 베테랑도, 젊은 패기로 똘똘 뭉친 30대 청년 사장도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1월19일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2년을 맞게 된다. 지난 2년간 처절하게 살기 위해 투쟁해 온 우리 '이웃' 자영업자의 얘기를 들어봤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1.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 서울 명동지하쇼핑센터 점포들의 총매출액은 9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엔 29억원으로 약 67% 떨어졌다. 지난해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상반기 매출을 기준으로 하반기까지 추산했을 때 작년 전체 매출은 약 15억원으로 추정된다. 2년 사이 매출이 83% 급감한 셈이다. 

#2. 17년간 중소 여행사를 운영해온 강순영씨(50)의 지난해 매출은 4000만2850원이었다. 그중 4000만원은 코로나19 직전이던 1월의 월 매출이었다. 2월부터 1년여간 2850원을 번 셈이다. 강씨의 2019년 매출은 매출 5억1000만원이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될 때마다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3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를 비롯한 일부 지역의 경우 거리두기에 따라 매출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임대료 대비 매출액은 15배에서 8배로 급감했다. 이는 최근 4년 중 최저치로 그만큼 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18일 한국신용데이터와 경기지역경제포털 등을 통해 지난 2년간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카드 매출을 집계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 

◇'거리두기 강화=매출 직격탄'…카드 매출 10% 이상 줄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될 때마다 전체 카드 매출액은 급감했다. 2020년 12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α로, 비수도권의 경우 2단계로 격상되자 전국 전체 카드 매출액은 전년 대비 '18.3%' 감소했다.

처음으로 수도권의 모든 음식점·제과점에서 오후 9시 이후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의 경우 24시간 취식이 불가능했던 지난 2020년 9월에는 외식업 카드 매출액이 급감했다. 당시 서울의 경우 외식업 카드매출액은 전년 대비 14.9% 감소했고, 10월에 들어서도 6.9% 줄었다.

거리두기 4단계(오후 6시 이후 사적모임 2인까지 제한, 비수도권인 4인까지)로 가장 강도가 높았던 지난해 7월12일부터 전국 카드매출은 전년 대비 6주 연속 줄었다. 각각 전년 대비 △7월13~19일(-6.7%) △7월20~26일(-4.9%) △7월27~8월1일(-5.1%) △8월2일~8일(-7.0%) △8월9일~15일(-13.0%) △8월16일~22일(-2.9%) 등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설 연휴를 맞아 감염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5인 이상 사적모임을 금지한 지난해 1월4일 즈음에는 4주 연속으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매출 감소를 보이기도 했다. 각각 △12월29일~1월4일(-26.2%) △1월5일~11일(-17.0%) △1월12일~18일(-18.4%) △1월19일~25일(-10.2%) 등으로 '설 대목'이 아예 사라졌다. 지난 2020년 초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되기 전이라 감소 폭도 두 자릿수로 매우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외식업 매출의 경우 지난 2020년12월, 전년 대비 무려 '35.6%' 감소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평균 매출 역시 크게 줄었다.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년 KB자영업 보고서'에 따르면 소상공인 매출 규모는 2019년 평균 2억7428만원에서 2020년 2억99만원으로 23% 감소했다. 전반적인 매출 감소 영향으로 매출 6000만원 미만 소상공인은 같은 기간 24%에서 41%로 17%p 급증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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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유행지역 매출 급감…'위드 코로나' 매출 회복 뚜렷

지난 2년간 코로나 유행기는 1차(2020년 2월~4월), 2차(2020년 9월~10월), 3차(2020년 12월~2021년 3월)로 구분된다. 확진자가 급증한 지역은 여지 없이 자영업자의 매출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1차 때는 신천지발 감염으로 주로 대구 지역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수도권 중심으로 확진자가 많이 나왔던 3차 때는 서울 지역 자영업자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3월 대구지역 전체 카드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8% 감소했다. 신천지 확진자가 나온 2020년 2월만 하더라도 전체 카드 매출액이 전년 대비 19.0%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달 만에 상황이 급반전된 셈이다. 

특히 시민들이 스스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이 때 대구지역 외식업 매출은 전년 대비 34.5% 급감했다. 같은해 2월만 하더라도 전년 대비 3.5% 늘어난 것과는 대비된다. 외식업 매출은 4월에도 전년 대비 4.7% 감소한 뒤, 5월 들어 17.5% 증가할 때까지 두달간 감소 추세를 보였다.

3차 유행기 조짐을 보였던 지난 2020년 11월은 하루 확진자가 500명대를 돌파했고 서울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당시 서울 자영업자의 카드 매출액은 전년 대비 6.1% 감소했다. 이어 12월에는 무려 28.2% 급감했다. 

반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되자 매출 회복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국 자영업자의 카드 매출은 지난해 10월18일부터 10주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11월1일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첫주부터는 매출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단계적 일상회복 조짐을 보였던 지난해 10월 매출액은 △10월18일~24일(9.1%) △10월25일~10월31일(9.1%) 수준을 보였다.

이어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들어서는 △11월1일~7일(4.1%) △11월8일~14일(7.3%) △11월15일~21일(14.1%) △11월22일~28일(22.2%) △11월29일~12월5일(16.4%) △12월6일~12일(18.2%) △12월13일~19일(17.3%) △12월20일~26일(22.8%) 크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영업자들이 재난지원금보다 '정상 영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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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깎아달라"…이유 있었다

"언발에 오줌 누는 격이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지원금이 지급될 때면 이같은 비판을 내놓는다. 지원금으로는 인건비는 물론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하소연이다. 

이는 통계 수치로도 확인된다.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18~2019년엔 임대료 대비 카드매출액이 최대 14~15배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최저 8배까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월 임대료를 100만원 내는 자영업자라면 코로나 이전에는 월 매출이 1500만원 수준이었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8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한국신용데이터가 분석한 지난 2018년1월 이후 '평균 임대료 대비 평균 카드 매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5월의 경우 임대료 대비 평균 카드매출액이 15.6배에 달했다. 같은 해 다른 달에도 14~15배 수준을 유지했다. 이후 2019년에도 최대 14.2배를 기록하기도 하며, 12~14배 수준은 유지했다.

반면 코로나 이후에는 2020년12월 8.7배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021년1월 8.3배 △2021년2월 8.5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4년 중 임대료 대비 카드매출액이 8배대로 떨어진 건 이때가 처음이다. 정부가 5인 이상 사적모임을 금지한 때다.

거리두기 4단계로 가장 강도가 셌던 지난해 8월에는 9.5배 수준을 보였다. 이후 단계적 일상회복 조짐을 보였던 10월 들어서야 11배 수준으로 일부 회복했다. 일부 기업과 임대인들이 '착한 임대인' 정책을 따라 임대료를 낮춰준 점을 감안하면 실제 매출액 감소는 더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는 "매출이 줄어들면서 자영업자 지출 가운데 임대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 2년을 버티면서 이미 직원은 해고했고 가족들이 일손을 돕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더 비용을 줄이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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