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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행 무산' 심석희…국내서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까

법원, 징계 무효 가처분 신청 기각…올림픽 출전 불발
동료·빙상연맹과 갈등 깊어…안현수·임효준 전례 밟나

[편집자주]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지난해 12월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스포츠공정위원회(상벌위원회)에 출석해 소명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는 모습. 2021.12.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지난해 12월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스포츠공정위원회(상벌위원회)에 출석해 소명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는 모습. 2021.12.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동료를 비하했다는 이유로 2개월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5·서울시청)의 3회 연속 올림픽 출전의 꿈이 결국 무산됐다. 징계가 부당하다며 심석희 측이 제기한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임태혁)는 18일 심석희 측이 대한빙상경기연맹을 상대로 낸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에서 심석희 측은 빙상연맹의 징계는 시효가 지났고, 사적 대화 만을 가지고 내려진 빙상연맹의 징계는 과하다는 주장을 폈다. 또한 올림픽 전초전이었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 엔트리 제외 등으로 이미 징계를 소화했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석희 측이 쇼트트랙 대표팀 최종 엔트리 제출 기한(24일) 등을 고려해 항고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히면서 내달 4일 개막하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참가는 무산됐다. 이번 대회를 통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국가대표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던 심석희의 계획도 물거품 됐다.

심석희는 지난해 5월에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며 베이징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2018 평창올림픽 당시 A코치와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동료·코치 욕설 등 부적절한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빙상연맹은 심석희를 대표팀에서 분리한 뒤 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 파악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해 12월21일 심석희에게 자격정지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한 사적인 대화였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체육인으로서 품위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징계는 베이징올림픽이 막을 내리는 2월20일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사실상 올림픽 출전 자격마저 박탈하는 결과가 됐다.

앞서 심석희 측은 상위 단체인 대한체육회에 다시 판단을 구할 수 있었지만 대신 법원을 택했다. 올림픽 개막 최종 엔트리 제출 기한 등을 고려할 때 법원의 손을 빌리는 게 실효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빙상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출석했을 당시 심석희. (뉴스1 DB) 2021.12.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빙상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출석했을 당시 심석희. (뉴스1 DB) 2021.12.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만약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징계가 즉시 중단되고 심석희는 국가대표 자격을 회복할 수 있었다. 물론 최종합류 여부는 빙상연맹과 대한체육회의 경기력향상위원회를 거쳐야하지만 베이징행을 강력하게 희망하던 심석희로서 취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제스처였다.

그러나 법원 단계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며 헛심 공방만 벌인 셈이 됐다.

심석희 측은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변호인은 "항고를 하더라도 2개월의 징계기한이 끝나기 때문에 가처분 판단에 대해서는 더 다툴 게 없다"고 전했다. 

심석희 역시 별다른 입장 표명은 없다고 변호인은 전했다. 

적어도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심석희는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스타였다. 지난 2014 소치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과 1500m 은메달, 1000m 동메달을 따내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심석희는 평창 대회에서도 3000m 계주 금메달을 이끌었다.

이후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실이 알려지며 스포츠팬들의 큰 위로를 받기도 했다. 그 아픔을 이겨내고 제2의 전성기를 노렸지만, 수면 아래 있던 동료 비하 등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심석희를 향한 팬들의 시선도 차갑게 식었다.

이제 관심은 심석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로 향한다. 국가대표팀 선수로서 마음의 생채기가 난 심석희가 징계를 소화하더라도 국내서 더는 선수생활을 이어가지 않을 가능성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다.

비하 대상이었던 최민정(24·성남시청), 김아랑(27·고양시청) 등 동료들과의 화해는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심석희가 선수로서 복귀해도 기존 동료들과 '원팀'으로 뛰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여기에 빙상연맹과는 법적 다툼까지 벌이며 감정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다른 국가'가 심석희를 향해 손을 뻗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대 선발전 1위에 오를 만큼 실력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앞서 러시아와 중국으로 귀화한 안현수와 임효준의 사례도 있어 심석희의 향후 행보에 더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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