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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권 갇힌 李, 농담 줄고 호소 늘어…강행군에 지친 기색도(종합)

李, 주말 굳은 표정 종종 목격…체력 걱정에 '일정 줄여야' 우려 목소리도
지지율 정체되면서 고심 늘어난 듯…지지층 결집 강력 호소는 늘어

[편집자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경기 지역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행보 이틀째를 맞은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민주당 미래당사 '블루소다'에서 청년 영입인재 및 청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2.1.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경기 지역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행보 이틀째를 맞은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민주당 미래당사 '블루소다'에서 청년 영입인재 및 청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2.1.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 정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 후보 특유의 '농담'이 사라졌다. 이 후보는 평소 시민들에게 가감없이 농담을 던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22일에는 굳은 표정이 자주 목격됐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연일 강행군 일정에 강철 체력을 자랑하던 이 후보가 다소 지쳐 보인다며 일정을 줄여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첫 일정으로 서울 마포구 민주당사 '블루소다'를 찾았다. 5인의 청년 국가인재 영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 후보는 평소와 달리 환영의 인사말만 건넸을 뿐, 영입 인재들에게 이력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는 않았다.

이 후보가 영입 인재들에게 질문하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던 지난해 12월1일 국가인재 1차 MZ세대 전문가 영입발표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이날 청년인재 영입 발표 직후 진행될 예정이었던 '청년 공약 발표'에 앞서 사회를 맡은 백혜련 의원이 이 후보에게 "공약 발표 전에 하시고 싶은 말씀 (없나)"라고 물었지만 이 후보는 덧붙이는 말 없이 곧장 청년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이후 성동구로 발걸음을 옮겨 청년층 표심 잡기를 이어갔다. 그는 1인 가구와 '나 혼자 산다. 1인 가구 다 모여라' 주제로 국민반상회를 갖고 1인 가구가 겪는 고충을 경청했다.

해당 일정에서도 이 후보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이 후보가 형식적인 질문을 주로 던지며 다소 딱딱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가 "1인 가구원끼리 주방과 도서관 등을 공유하면서 싸게, 편하게 살 수 있는 공유주택·기본주택 이런 걸 많이 만드는 걸 어떻게 생각하나"를 묻자 한순간 정적이 흐르기도 했다.

앞선 국민반상회와 명심콘서트 등에서 이 후보는 참가자들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가며 친밀한 모습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이 후보는 지난 15일 진행된 명심콘서트에서 한 시민에게 "중앙대 후배였나. 그럼 말 편하게 해도 되나" 등의 농담을 던지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경기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걸어서 민심 속으로'의 일환으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를 방문해 즉석 연설을 마친 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2.1.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경기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걸어서 민심 속으로'의 일환으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를 방문해 즉석 연설을 마친 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2.1.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 후보의 농담이 줄어든 사이 '호소'는 늘었다. 그는 이날 오후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시민들을 만난 뒤 즉석연설에서 "이번에 제가 (대선에서)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갈 것 같다"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이 후보는 석촌호수 주변에 운집한 200여명의 시민들과 지지자들 앞에서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정치적 음해와 사정기관으로부터 받은 탄압을 강조하며 지지를 간절히 호소했다. 이 후보는 농담을 건네며 응원을 보내는 지지자들과 달리 연설 내내 웃음기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짙은 호소력을 뿜어냈다.

그는 "(저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하고 정면으로 맞붙어서 광화문에서 농성까지 한 사람이다"며 "그때 나흘에 3일을 압수수색, 내사, 조사, 감사당하고 문재인 정권 들어서기 전까지 계속 탈탈 털렸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후보는 "저는 아무것도 없이 이 자리까지 왔는데 그 힘은 제가 부당한 기득권에 저항했고 조금이라도 잘못된 것을 고쳤고 '이재명에게 맡기면 더 나은 세상이 오겠다' 믿는 국민들이 여기 계시기 때문이다"라며 "수없이 많은 공격을 당하고 기득권으로부터 참혹하게 밟혀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제가 가던 길을 꿋꿋하게 갈텐데 여러분이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발언을 인용해 "'이재명 확실히 범죄자 맞다', '반드시 책임 묻겠다'고 누가 그랬나"라며 "오히려 과거에는 없는 사실을 지어내서 국가권력을 남용해 탄압하진 않았는데 이번엔 제가 지면 없는 죄도 만들어서 감옥갈 것 같다"고 비판했다.

주중은 물론 주말 지역 일정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에 이 후보의 체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그동안 이 후보의 행보를 보면 지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다른 후보들보다 적게는 한 달 앞서 대선 후보로서 일정을 소화했다. 다른 후보들이 지역에 가지 않을 때 이 후보는 11월11일부터 매주 주말 2박3일 또는 3박4일 일정으로 지방에서 하루 종일 시민들을 만났다. 부산을 시작으로 대전, 광주, 목포, 전주, 울산, 대구, 강원, 인천 등 대도시 뿐아니라 시군 단위 지역까지 찾아갔다. 그렇게 시작된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가 벌써 두 달이 지나 시즌2를 맞았다.

이 후보는 평소 '체력은 타고 났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선대위 내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하기도 전에 후보가 지치면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빽빽한 일정을 놓고 선대위 내부에서 언쟁이 오갔다는 후문도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이 후보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조금 지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월 초만 해도 선대위 내부에서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는데, 최근 지지율이 정체되면서 (이 후보가) 지친 듯 보인다"고 전했다.

선대위 핵심관계자도 "후보의 일정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다"며 "(후보와 상의해) 가능하면 일정을 좀 조정할 계획이다"고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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