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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가족사'에 눈물 펑펑…애절한 호소에 시민도 '울컥'(종합)

李, 24일 사죄의 큰절부터 이낙연 깜짝 등장에 눈물의 호소까지
"열심히 깨끗하게 살려고 노력했고 이 자리까지 왔지만 상처 많아"

[편집자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오후 서울·경기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걸어서 민심 속으로'의 일환으로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을 찾아 즉석 연설 중 눈물을 닦고 있다. 2022.1.24/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오후 서울·경기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걸어서 민심 속으로'의 일환으로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을 찾아 즉석 연설 중 눈물을 닦고 있다. 2022.1.24/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4일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를 찾아 '큰절' 사죄를 시작으로 다사다난했던 가족사를 털어놓는 과정에서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이 후보가 연설 도중 눈물을 참지 못하고 울먹이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덩달아 눈물을 훔쳤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가장 먼저 경기도 용인시를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경기도 공약을 발표하고 관련 질의에 답변할 예정이었으나, 공약 발표에 앞서 동석한 경기 지역구 의원들과 함께 즉석에서 국민 앞에 사죄의 큰절을 올렸다.

이 후보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나름 노력했지만 부족함에 대해 사죄드린다"며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다짐으로 신년을 맞이해서 예정에 없이 큰절을 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지난 대선·총선·지선 승리를 언급하며 "국민들은 민주당이 개혁 세력으로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고, 민주당은 애써왔지만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에 미치지 못한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개혁·진보 세력의 핵심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 공정 측면에서 많이 부족했다"며 "인재 채용에 있어서도 폭이 넓지 못했다"고 문재인 정부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 공약의 핵심으로 교통망 확충을 과제로 꼽으면서 GTX에 신규 노선을 추가하는 'GTX 플러스 프로젝트' 등을 제시했다. 경기도 광역교통망 확충으로 수도권 30분 내 생활권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이 후보는 이어 이천과 여주, 양평을 방문한 뒤 성남 상대원시장을 찾아 시민들을 만났다. 특히 이날 성남 방문 일정에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깜짝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의 정치적 고향을 반기는 시민들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 후보가 도착하기도 전에 시장에는 300여명의 시민들과 지지자들이 운집했다.

시장 입구에는 '후보님 상대원시장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내부에는 '정치적 고향 방문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등의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지지자들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시장에서 '성남의 아들 이재명 환영합니다', '이재명을 청와대로', '박스권 탈출은 성남 중원에서부터' 등의 피켓을 들고 이 후보를 기다렸다.

이 후보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먼저 도착해있던 이 전 대표를 끌어안으며 '원팀'을 과시했다. 이후 지지자들로 북적이는 시장을 걸으며 이 전 대표가 뒤처지자 뒤를 돌아보기도 하며 이 전 대표를 살뜰히 챙겼다.

이 전 대표는 이에 화답하듯 민주정부의 우월성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특히 "직선제 개헌을 한 지 35년이 됐다. 20년을 저쪽 당이 집권했고 15년을 우리가 집권했는데, 두 정부 중 어느 쪽이 더 나라를 위해 잘했냐고 누가 저에게 물어본다면 전 1초도 주저함 없이 민주당 정부가 그래도 더 잘했다고 대답한다"며 "이재명 후보를 틀림없이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단상에 오른 이 후보는 "이곳이 이재명과 그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했던 곳"이라며 가난했던 유년시절을 회고했다. 그는 "지난 1976년 2월23일 비 오는 새벽에 이곳을 걸어 올라왔는데 길이 진창이라 신발이 자꾸 벗겨지고 걸어 다닐 수가 없는 곳이었다"며 "아버지는 청소 노동자로, 어머니는 공중화장실에서 대변 20원, 소변 10원을 받으며 제 여동생과 함께 화장실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열심히 살았다. 어머니께서 화장실에 출근하기 전에 제 손을 잡고 공장에 바래다주셨다"며 "그래도 행복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주셨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 후보는 북받쳐오는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 말을 잠시 멈추고 하늘을 응시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화장실을 지키며 아들이 잘되기만 바랐던 어머니께 거짓말하고 스물다섯 나이에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다"며 "열심히 일했고 깨끗하게 살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이 자리까지 왔지만 상처가 많다"며 끝내 삼켜오던 눈물을 흘렸다.

또 "이곳에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여전한 숨결이 남아있다"며 "제가 우리 가족, 형제, 또 나와 함께 공장에서 일한 수많은 사람들,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선 다해 일한 그 많은 사람을 위해서 지금보다 몇 배, 수십배 더 열심히 하겠다"고 흐느꼈다.

이 후보는 '형수 욕설 논란'과 관련해선 "친형의 시정 개입을 막다가 벌어진 일이지만 공직자로서 욕하지 말고 끝까지 참았어야 했다. 제 잘못이다"라면서도 "이제는 어머니도, 형님도 세상을 떠나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가족의 아픈 상처를 그만 좀 헤집었으면 좋겠다"고 절절하게 호소했다.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며 눈물을 흘리는 이 후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덩달아 눈시울을 붉혔다. 한 여성 시민은 이 후보가 연신 울컥하며 하늘을 바라보자 마음이 쓰린 듯 눈물을 훔쳤다.

이 후보는 이날 큰절 사죄부터 이 전 대표의 깜짝 등장으로 눈길을 끈 데 이어 눈물로 지지를 호소했다. 이는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30%대에 갇혀있는 이 후보의 지지율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간 중도층을 공략해 온 이 후보가 지지율 정체를 벗어나기 위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이 후보는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보수 세력을 겨냥한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외연 확장에 주력할 당시 상대 진영에 대한 말을 아꼈던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대로 가면 진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는 27일까지 경기도 31개 시·군을 빠짐없이 방문해 경기도 표심 공략에 올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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