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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늦어지는 文·尹 회동…0.7%p 민심 오판 걱정된다

[편집자주]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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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의 단독 회동이 당일 4시간 전에 취소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전국민적 관심사가 쏠린 공식 일정을 당일에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내막에는 강도 높은 신경전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은 합리적 추론에 가깝다.

역대 대통령-당선인 회동은 빠르면 당선된 지 이틀 만에, 늦어도 9일 만에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0일 당선됐고 현실적으로 이번 주 내 회동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역대급 대선'은 이렇게 또 하나의 새 역사를 쓰게 됐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실무 협의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행동을 보면 믿기 힘들다. 회동 취소 하루 만인 17일 장외 여론전이 불꽃처럼 붙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청와대를 '구중궁궐'로 표현하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소통은 장소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임기말 인사 갈등을 두고 국민의힘 측에선 "염치도 없는 알박기 인사" 비판이 나왔고 민주당에선 "무례한 점령군" 비난이 나왔다.

이번 대선에서는 역대 최소 득표율 차이인 0.73%p로 당락이 갈렸다. 국민은 정권을 5년 만에 빼앗아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출신 정치 신인의 손에 쥐여 주며 문재인 정권의 잘못을 꾸짖었다. 그러면서도 야권을 향해서는 '윤석열'이 아니라 '정권 교체'를 선택한 것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양쪽은 국민 뜻을 전혀 다르게, 심지어 반대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청와대는 '이런 구도에서 그래도 우리에게 1600만명이나 표를 줬다'는 생각에, 윤 당선인 측은 '국민은 우리를 선택했다'는 생각에만 도취해 있는 게 아닐까. 오찬 회동 당일 취소 사태는 0.73%p 민심에 대한 양쪽 오판의 합작품이다. 

정권 이양기에 신·구 권력 간 어느 정도의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지만 지금 벌어지는 회동 충돌은 국민들의 우려를 키우기에 충분하다. 이쯤에서 대통령이나 당선인 모두 참모들에게 '국민들이 걱정하니 최대한 서둘러 만나도록 하라'고 할 일이다.

미처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의제가 있다면 그 후에 시간을 두고 차차 얘기하면 된다. 대통령과 당선인의 첫 만남은 권력 이양에 따른 국민들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밝은 자리가 되면 족하다. '종전 협상'도 'FTA 협상'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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