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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피아] Z세대가 아는 '이세돌'은 바둑 기사가 아니었다

유튜브서 인기 3위 찍은 '이세돌'…알고보니 '가상 걸그룹'
전세계 '버튜버' 열풍…사람보다 돈 잘 버네?

[편집자주] 20세기 대중문화의 꽃은 TV다. TV의 등장은 '이성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인간의 지성을 마비시켰다. '바보상자'라는 오명이 붙었다. 하지만 TV가 주도한 대중매체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우리 사회 곳곳을 바꿔놓았다. 21세기의 새로운 아이콘은 유튜브(YouTube)다. 유튜브가 방송국이고 도서관이고 놀이터고 학교고 집이다. 수많은 '당신'(You)과 연결되는 '관'(Tube)이 거미줄처럼 촘촘한 세상이다. '취향저격'을 위해 인공지능(AI)까지 가세했다. 개인화로 요약되는 디지털 미디어의 총아인 유튜브. 유튜브가 만든 세상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적인 '멋진 신세계'일까.

버츄얼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 (유튜브 캡처) © 뉴스1
버츄얼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 (유튜브 캡처) © 뉴스1

"이세돌, 드디어 인동 3위 찍었다"

지난 1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세돌이 유튜브 인기 동영상 3위를 기록했다는 글이 화제가 됐다. '이세돌이 알파고와 다시 대국을 펼치는 걸까?' 그런데 유튜브 인기 영상을 확인해본 결과,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는 이세돌은 바둑 기사가 아닌 '이세계 아이돌'(이세돌)이라는 6인조 걸그룹. 더 놀라운 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세돌은 애니메이션에서 볼 법한 6명의 '캐릭터'였다. 단, 캐릭터라 부르면 '옛날 사람' 소리 듣기 십상이다. 정확한 명칭은 '버츄얼 유튜버'다. 유튜브 업계에선 쉽게 '버튜버'라 줄여 부른다.

유튜브 통계 분석 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 2월, 전 세계 유튜브 슈퍼챗(생방송 후원금) 상위 10 채널 중 5개를 '버튜버'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시작된 버튜버 콘텐츠가 한국에서도 유튜브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유튜브서 인기 3위 찍은 '이세돌'…알고보니 '가상 걸그룹'

지난 12일, 버츄얼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이세돌)의 신곡 '겨울 봄'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실시간 급상승 동영상 3위를 기록했다. 17일 기준, 조회수 130만회를 돌파하며 꾸준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세돌은 '한국 최초의 가상 걸그룹'으로 불린다. 과거 사이버 가수 '아담'이나 지난 2019년 틱톡에서 이름을 알린 '아뽀키'가 있지만, 이들은 모두 솔로 가수였다. 지난 2018년 데뷔한 가상 걸그룹 'K/DA'는 미국 회사 '라이엇 게임즈'가 제작한 케이팝 걸그룹이었다.

더 놀라운 건, 이세돌은 기업이 아닌 '개인 유튜버'가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세돌은 13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게임 유튜버 '우왁굳'이 제작했다. 유튜버 '우왁굳'이 해당 콘텐츠를 처음 공개했을 당시, 팬들 사이에선 "한국에선 버츄얼 유튜버 팬덤이 크게 성장하지 못해 걱정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세돌의 영향력은 유튜브를 뛰어넘고 '음반 업계'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17일 가온차트를 운영하는 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 따르면 이세돌은 가수 태연·엔믹스·멜로망스 등의 국내 최정상급 가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1주차 (3월6일~03월12일) 가온차트를 분석한 결과, 이세돌의 싱글 2집 '겨울봄'은 다운로드 부문 1위에 올랐다. 가수 태연은 디지털·스트리밍 부문, 엔믹스는 앨범 부문, 멜로망스는 BGM·통화연결음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버츄얼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이 진행한 온라인 쇼케이스(유튜브 캡처) © 뉴스1
버츄얼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이 진행한 온라인 쇼케이스(유튜브 캡처) © 뉴스1

◇ 버튜버, 사람보다 돈 잘 버네?


버튜버(버츄얼 유튜버·virtual Youtuber) 2016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신종 인터넷 방송 장르다. 흔히 움직이는 2D 혹은 3D 캐릭터가 등장하는 방송을 의미한다. 세계 최초 버츄얼 유튜버라 불리는 일본의 '키즈나 아이'가 등장한 이후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의 후발 주자들이 등장했지만, 한국에선 일종의 하위문화로 여겨져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분위기가 급반전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가상 콘텐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현상이 지속되고 한국 이용자들 역시 가상 인물과 접촉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질감을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한다.

버튜버들의 종횡무진 활약 속에서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사람'을 뛰어넘고 있다. 유튜브 통계 분석 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 2월 전 세계 유튜브 슈퍼챗(생방송 후원금) 상위 10 채널 중 5개를 버튜버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 2월 기준, 유튜브 슈퍼챗 1위는 미국의 게임 유튜버 'IShowSpeed'(1억7944만원)였다. 이어 2위는 일본의 버츄얼 유튜버 '복스 아쿠마'(1억4842만원) 였고, 3위도 일본의 버츄얼 유튜버 'Chloe ch'(1억3029만원)이었다. 6위·7위·10위 역시 버튜버들의 차지였다.

◇게임사, 버츄얼 휴먼 제작 '잰걸음'

물론 아직 한국의 버튜버 콘텐츠는 초기 단계로 평가되지만, 국내 최초 버츄얼 유튜버 '세아'를 필두로 그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세아는 국내 게임사 스마일게이트가 만든 버츄얼 유튜버로 △먹방 △일상 △브이로그 등 실제 유튜버 활동을 이어가며 7만4000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지난해 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전속 계약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이외에도 넷마블·크래프톤·넵튠 등 국내 게임사들이 '버추얼 휴먼'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분위기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리서치앤마켓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버추얼 휴먼을 기반으로 하는 마케팅 시장 규모는 오는 2028년 849억 달러(한화 약 102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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