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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럼에도, 기대하는 '유퀴즈' 진심…다시 '유퀴즈' 답게

[편집자주]

tvN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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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유퀴즈' 다운 진정성을 보여줄 때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가 크게 흔들렸다. 지난달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한 이후부터다. 대통령 당선인 출연은 '유퀴즈'가 보여준 이야기와는 결이 달랐다. 더불어 진영논리에 휘말릴 가능성도 컸기에 '유퀴즈'의 판단이 어떤 배경때문인지 의문이 들었던 시청자들은 방송 전부터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우여곡절 끝에 방송이 됐으나 '유퀴즈', 나아가 CJ ENM의 출연 기준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청와대도 과거 문재인 대통령의 '유퀴즈' 출연을 제안했었으나, 제작진이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다는 요지로 거절의사를 밝혔고, 이를 존중했다고 했다.

총리실은 김부겸 국무총리의 출연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민주당 상임고문) 측은 이재명 고문의 출연이 무산된 바 있다고 각각 덧붙여 논란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또 출연 거절의 배경이 유재석이 부담스러워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정치권발 논란과 시청자들의 비판이 계속 되는 가운데 '유퀴즈' 제작진과 CJ ENM은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예정된 녹화를 진행했으며 방송을 이어갔다.

관심 속에서 지난 4월27일 방송된 '유퀴즈'의 에필로그가 화제가 됐다. '유퀴즈' 제작진은 방송 말미에 매주 달라지는 주제를 아우르는 에필로그를 보이는데, 이날은 '나의 제작일지'라는 이름의 내용이었다.

제작진은 '유퀴즈'의 지난날을 돌아보며 "길바닥의 보석 같은 인생을 찾아다니며 한껏 자유롭게 방랑하던 프로였다"라며 "저 멀리 높은 곳의 별을 좇는 일보다 길모퉁이에서 반짝이는 진주 같은 삶을 보는 일이 참으로 행복했었다, '유퀴즈'는 우리네 삶 그 자체였고 그대들의 희로애락은 곧 우리들의 블루스였다"고 했다.

이어 보통 사람들이 만드는 위대한 역사를 담을 수 있는 '작은 꽃밭' 같은 이 프로그램을 위해 영혼을 다해 꽃을 피웠다고 덧붙이며 "두 사람과 함께한 여행은 비록 시국의 풍파에 깎이기도 하고 변화를 거듭해왔지만 사람을 대하는 우리들의 시선만큼은 목숨처럼 지키고 싶었다,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을 땐 고뇌하고 성찰하고 아파했다, 한주 한주 관성이 아닌 정성으로 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기에 떳떳하게 외칠 수 있다,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고, 우리의 꽃밭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것이라고"라며 "시간 지나면 알게 되겠지, 훗날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제작진의 마음을 담아 쓴 일기장"이라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유퀴즈 온 더 블럭' 방송화면 갈무리) © 뉴스1
('유퀴즈 온 더 블럭' 방송화면 갈무리) © 뉴스1
논란에 대한 상세한 해명보다 제작진이 지키고 싶었던 가치를 더욱 강조한 입장이었다. 이에 대한 해석은 엇갈리지만, 적어도 '유퀴즈'가 그동안 시청자에 다가선 진정성이 뒷받침 되었기에 앞으로의 '유퀴즈'를 기대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지난 5년간 '유퀴즈'는 길거리 인터뷰로 만난 이들의 소박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았고,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는 안방에 더욱 웃음과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고심했다. 한 회를 아우르는 주제를 통해 넓은 분야로 시야를 넓혔고, 더욱 깊이 파고들어 감동을 찾아낸 프로그램이다.

수차례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꼽히며 시청자들 역시 '유퀴즈'의 진정성에 응답했던 시간이다. 그렇기에 '유퀴즈'의 근본을 흔든 이번 논란의 여파는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사태뿐만 아니라, 최근 '유퀴즈'의 인기와 신뢰가 높아지면서 크고 작은 여러 잡음도 있었다. 성공한 이들의 남다른 이력을 자랑하는 자리가 되거나, 세심하지 못한 접근방식으로 출연자들이 곤란해진 경우도 있었다.

지금 이 시점, '유퀴즈' 다운 진정성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때다. '유퀴즈' 다운 모습, 과거와 달리 '대형' 토크쇼가 된 현재 어떤 방향과 어떤 방식으로 시청자와 만날지 고민할 수 있는 재정비의 기회다.

'유퀴즈'가 지금까지 보여준 편안한 이야기와 따뜻한 온도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은 여전한 지지와 애정을 보내고 있다. '유퀴즈'가 최근의 큰 흔들림을, 더욱 깊고 단단하게 뿌리내리기 위한 과정으로 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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