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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이 커졌는데 암이라고?…'4기 악성흑색종'도 이젠 치료한다

[인터뷰] 정민규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면역항암제로 완치

[편집자주]

정민규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News1 음상준 기자
정민규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News1 음상준 기자

악성 흑생종은 난치성 피부암이자, 말기로 진단받으면 생존 기간이 1년 미만으로 짧다. 발병 초기 자각 증상이 없다. 평범한 점처럼 보여 환자 스스로 증상을 알기 어렵다. 말기에 진단받으면 평균 생존 기간이 6~9개월에 불과하다. 최근 면역항암제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치료 효과가 좋아졌고,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흑색종은 멜라닌 세포의 악성화로 생긴 종양이다. 피부에 발생하는 암 중 가장 흔하며, 악성도가 가장 높다. 멜라닌 세포가 존재하는 어느 부위에서나 발병할 수 있으나, 주로 피부에 발생한다.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피부암 유형 중 예후가 나쁜 악성 흑색종 발생자는 2009년 454명에서 2019년 638명으로 10년 만에 약 40% 증가했다. 흑색종은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40대 이상에서는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정민규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기존에 없던 검은 점이 새로 생기거나 이미 있던 점 모양이 불규칙하고 비대칭적으로 변한 경우, 크기가 0.6㎝ 이상으로 자라는 등 변화가 있다면 흑색종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흑색종 발생 빈도는 서양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최근에는 골프와 캠핑 등 야외 레저 활동이 증가하면서 국내 피부암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에서는 햇볕에 노출된 피부보다도 보통 발바닥과 손바닥, 손톱 밑과 같은 신체 끝부분에 발생한다"며 "구강 점막, 항문과 질에도 흔하게 발생하고, 눈에도 흑색종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흑색종은 평소 신경 쓰지 않는 발바닥과 손톱, 입안 등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성인이 된 이후, 신체 말단부 및 입안 등에 점이 생겨 크기가 커지는 경우, 바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 교수는 "흑색종은 조기진단을 통해 병변을 완전히 절제하는 게 근본적인 치료법"이라며 "흑색종이 주변 림프절 등에 전이되면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등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흑색종이 림프관을 따라 다른 장기로 침범한 경우 마땅한 항암제가 없었다"며 "최근에 차세대 면역항암제가 나오면서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스스로 암과 싸우도록 하는 치료제"라며 "기존 치료제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사멸시키는 방법이었다면, 면역항암제는 체내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와 싸우게 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악성 흑색종은 몸속 혈관이나 림프관을 따라 뼈와 폐, 간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 있다. 내부 장기에 전이가 발생한 흑색종은 경과가 좋지 않다. 림프절 침범이 있는 경우 5년 생존율이 30% 정도로 낮다. 하지만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가 개발되면서 평균 생존율이 현저히 높아지고 있다.

정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기존 화학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치료 반응이 좋은 환자는 거의 완치에 가까운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며 "구토나 탈모, 골수기능 저하 같은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흑색종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는 진행성 피부암 환자 치료를 위해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암연구소 연구팀은 면역항암제에 반응하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미리 식별할 수 있는 예측인자를 개발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물론 면역항암제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을 활발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하다 보니, 면역세포가 정상 세포마저 공격해 각종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으로 면역질환과 관련된 설사와 피부 반응, 갑상선 질환 등이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악성 흑생종은 면역항암제가 개발되면서 치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흑색종이 뇌까지 전이됐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완치한 것처럼 4기 악성 흑색종 환자도 적극적인 면역항암제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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