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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불화까지 담아낸 '고딩엄빠', 리얼 예능의 딜레마 [N초점]

[편집자주]

MBN '고딩엄빠' © 뉴스1
MBN '고딩엄빠' © 뉴스1
MBN 예능 프로그램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이하 '고딩엄빠')는 10대들의 출산과 육아를 다루면서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은 물론, 문제 제기와 해결 측면에서 어느 정도 긍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출연자 가정의 불화로 인해 구설에 올랐다. 특히 방송에 이들의 가정 불화가 적나라하게 담기면서, 일각에서는 무거운 주제를 예능으로 풀고자 했던 것의 한계가 아니냐는 지적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처음 방송된 '고딩엄빠'는 10대의 엄마, 아빠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문제적 예능으로 부상했다. 다소 무거운 주제인 '청소년 부모'를 과연 예능으로 다룰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고딩엄빠'는 진정성에 집중하면서 10대 부모들이 사회적 편견 속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논란은 의외로 출연 중이던 10대 부부의 가정불화 사건에서 발생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10일 '고딩엄빠'에 출연 중이던 이택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수원가정법원 안산지청으로부터 아내 박서현의 접근금지 결정을 받았음을 알리면서부터였다. 이택개는 아기를 재우고 있을 때, 박서현이 화를 내면서 물을 뿌렸고 흉기를 가져와 위협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고딩엄빠' 제작진이 직접 사건 수습에 나섰다. 당시 제작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현재 두 사람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 중에 있다"라며 "두 사람, 누구의 편에 치우치지 않고 원만한 해결을 돕고자 노력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최근 제작진은 출산 후의 심리 상태가 걱정되어 부부상담가의 상담 및 정신과 내방을 함께 하였고, 두 사람 모두 산후우울증 뿐만 아니라 우울증을 깊이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라며 "이후 두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을 마련하던 중 갑작스럽게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방송을 통해서도 두 사람의 갈등이 그려졌다. 지난 1일 방송에서 두 사람은 직접 카메라 앞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입장을 밝힌 것. 방송에서 박서현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찾아 심리 상담을 받았고, 이후 스튜디오에 두 사람이 출연해 전문가들과 해당 불화에 대한 상담을 나눴다. 갈등 봉합을 위한 조치였지만, 방송 이후에도 갈라진 두 사람은 쉽게 화해하지 못했다. 
MBN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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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지난 3일 이택개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박서현과 결국 파경을 맞게 됐다고 고백했다. 박서현 역시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저희는 이미 다 정리했고 끝난 사이"라며 "그렇기에 다시 합치라는 듯한 DM은 안 보내주셨으면 좋겠다"는 글을 남겼다. 또 그는 "다시 합칠 일은 절대 없을 것이고 그분과는 아기 양육 문제밖에 남지 않았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가정 불화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중계되는 식으로 펼쳐졌고, 방송을 통해서도 이 과정이 적나라하게 그려지면서 '고딩엄빠' 역시 누리꾼들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아무리 리얼리티를 담는다고 하더라도 '일반인' '10대 부모'라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좀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지 않았어야 했냐는 의견도 일었다. 

이에 대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뉴스1에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너무 적나라하게 사적인 문제를 내세우면 지나친 자극성으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심지어 10대 출연자를 그렇게 방송에서 그리는 것은 금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비판 여론이 있는 가운데 '고딩엄빠' 측은 계속해서 이택개와 박서현에 대한 사후 관리에 애쓰고 있다. 두 사람은 앞으로 방송 출연을 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고딩엄빠' 관계자는 "박서현씨의 경우 현재도 제작진이 연락을 취하면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이택개씨는 현재 다른 방면으로 지원을 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고딩엄빠'는 당초 12회로 제작 기획이 돼 현재 10회까지 방송이 된 상황. 이후 재정비를 거쳐 프로그램의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와중에 출연진 이슈가 겹치면서 '고딩엄빠' 제작진 역시 고민이 큰 상황이다.

그간의 방송을 통해 10대 부모들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청소년 부모'의 문제를 비판의 시선이 아닌 솔직한 시선으로 그려내고자 했던 '고딩엄빠'. 하지만 '솔직함'이 오히려 독이 되면서, 일반인 대상 프로그램에서 '리얼리티의 적정선은 어디까지인가'라는 부분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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