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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이정재 감독 데뷔 어땠나…외신 엇갈린 평가, 왜 [칸 현장]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칸서 처음 공개

[편집자주]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 뉴스1 장아름 기자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 뉴스1 장아름 기자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영화 '헌트'에 대한 국내외 취재진의 다양한 반응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취재진은 이정재의 감독 데뷔가 성공적이라 분석한 반면, 외신들의 평가는 호불호가 갈렸다.

지난 19일 밤 12시(현지시각, 한국시각 20일 오전 7시)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의 팔레 데 페스티벌에서 열린 칸 영화제에서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헌트'(감독 이정재)가 처음 상영됐다.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데다, 이정재와 정우성이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 20여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난 영화라는 점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미국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날 공개된 '헌트'에 대해 "캐릭터의 깊이나 스토리텔링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남겼다. 이어 영화의 복잡한 서사 구조에 대해 "빽빽한 덤불 속에서 길을 잃는 영화"라며 "이러한 빠르고 복잡한 심리전은 더 엄격한 서사적 통제가 필요한데 그들의 충성과 행동 동기는 종종 불투명하다"는 평도 덧붙였다.

인디와이어는 방대한 서사와 반복되는 반전에 대한 평을 실었다. 해당 매체는 "줄거리가 줄거리 안에서 뒤틀린다"며 "모든 새로운 장면에는 판을 다시 짜는 반전이 담겨 있는데 그 장면들은 마치 이 영화가 어떤 귀중한 정보를 빼내기 위해 관객을 지치게 하려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삐걱거리기 시작한다"거나, "(극에 대한) 정보가 거침없이 덤프된다"며 "반전 대신 클라이맥스로 마무리해도 좋았을 것"이라는 평도 전했다.

버라이어티는 이정재가 연기한 박평호와 정우성이 연기한 김정도, 두 사람의 대립 관계에 대해 짜임새가 아쉽다는 부분을 지적하며 "이들이 상당한 솜씨로 해낸 액션만큼 만족스럽진 못하다"고 전했다. 스크린데일리는 "두 요원 사이 관계가 점점 대립하게 되면서 어느 시점부터는 원시적이면서도 코믹한 주먹싸움이 벌어진다"고 평하면서도 극 중 액션 및 폭발신 등에 대해 "압도적이고 역동적인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 뉴스1 장아름 기자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 뉴스1 장아름 기자
이날 칸 영화제 프리미어 상영 이후 만난 일부 프랑스인 시네필들 또한 서사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헌트'가 배경으로 하는 1980년대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한 콘텍스트를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에 고문 장면 등이 폭력적인 장면으로 다가왔다고 하거나, 문화적인 차이로 놓친 부분이 많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면 감독 데뷔작임에도 연출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헌트'는 1983년 10월 실제로 벌어졌던 '아웅산 테러 사건'을 재창조한 스토리를 담아냈다. '아웅산 테러 사건'은 시대적 배경 안에서 드라마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스토리로 활용됐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정보와 1980년대 한국 현대사에 대한 콘텍스트가 선명하지 않은 외국 관객들로서는 두 요원의 비장한 행동과 치열한 대립에 대한 동기에 설득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콘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복잡한 스토리와 시대적 배경에 의지한 희미한 동기들이 외국 관객들에게는 느닷없는 첩보 스릴러로도 비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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