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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경험하지 못한 물가 온다"…올해 물가상승률 5%대 전망

국제유가 배럴당 120달러 육박…달러화 강세로 물가 상방압력 본격화
위험수위 넘은 물가 기대 심리…시장 "연 5%대 물가리스크 분명 존재"

[편집자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2022.4.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2022.4.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올 여름 몰아닥친 인플레이션의 파고(波高)가 높기만 하다. 코로나19·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 큰 폭으로 상승한 국제유가를 토대로 서서히 세력을 키워온 인플레이션 '쓰나미'는 이제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그 속도와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전 세계에 막대한 달러를 풀었던 미국이 다시 달러를 거둬들이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올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가 21세기 들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5%대로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올해의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종전의 3.1%에서 4.5%로 대폭 상향 조정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7%에서 4.2%로 올렸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종전 3.1% 전망치를 4.0%로 올려 잡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국제유가와 국제 식량 가격 상승에 도화선으로 작용한 데다, 국내에서는 거리두기 해제로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고 물가 상승 품목마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이 반영됐다.

당시 한은이 가정한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올해 평균 배럴당 100달러였다. 올해 2분기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했다가 4분기까지 완만하게 내려가는 흐름을 가정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두바이유는 예상을 뚫고 배럴당 120달러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정책으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환율 역시 달러당 1300원선을 위협할 정도로 급등했다. 고(高)환율은 수입 물가를 끌어 올리고, 이는 다시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한은은 지난 9일 내놓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원화기준 수입물가 상승률이 계약통화기준 수입물가 상승률을 지속적으로 웃도는 등 달러화 강세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향후 에너지 가격-환율이 상호 작용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제주체들의 향후 물가에 대한 기대 심리를 나타내는 '기대 인플레이션'도 위험 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한은에 따르면 5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2%포인트(p) 오른 3.3%를 기록했다. 2012년 10월(3.3%) 이후 9년7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로써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난 4월(3.1%)에 이어 2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게 됐다.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훌쩍 상회한다.

이에 지난달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는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익명으로 공개되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으며, 또 다른 금통위원도 "소비자물가가 5%에 근접한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기대인플레이션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팽배해지면 임금과 물가가 나선형의 상승곡선을 타고 끊임없이 오르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한은은 이러한 기대 인플레이션이 이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속속 높여 잡는 분위기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선 연간 소비자물가로 4.6%를 전망하고 있으나, 원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서비스 등 다른 품목으로도 연쇄적으로 가격 상승이 전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5%를 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유의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7월 5.7%까지 오른 뒤 4분기까지 4%대 초반으로 떨어지는 경로를 예상한다"며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의 4.3%에서 4.7%로 올렸으며 5%대로의 상향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1998년 7.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또한 5%대 물가는 지난 2000년 이후, 즉 21세기 들어 전혀 경험하지 못한 수치다.

윤 연구원은 "국제유가나 환율이 현재 수준만 유지하더라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높여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 연 5%대 물가 리스크는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올해 7월 물가상승률이 6%를 넘는 상황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연간 소비자물가는 5%대 초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마저도 환율의 경우 달러당 1250원,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배럴당 115달러 수준으로 낙관적인 가정을 했을 때이며 환율 효과까지 더해져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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