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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김건희 여사의 진정 '조용한 내조'를 위해선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 첫번째는 코바나컨텐츠 전무를 지낸 김량영 교수.(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6.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 첫번째는 코바나컨텐츠 전무를 지낸 김량영 교수.(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6.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말 대선 기간 기자회견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도 대통령 부인 일정을 담당하는 대통령실 내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고, 당선 후 이를 즉각 이행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같은 기간 김 여사는 공개 석상에서 윤 대통령 못지않게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개인 김건희'라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부인'이라서다. 애당초 남편의 아내 역할에만 충실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역대 청와대에는 제2부속실이 별도 조직으로 존재했던 이유도 그래서였다. 공공의 눈에 비치는 대통령 부인의 집 밖 일정이 사적일 수 있어도 사적으로 보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적 공간이 아닌 공공장소에서는 경호를 위한 별도의 조직도 움직이게 된다.  

김 여사는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지만, 대통령 부인으로서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기는 쉽지 않다. 대통령 부인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치적·사회적인 의미와 해석이 담기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김 여사가 봉하마을을 찾아 권양숙 여사를 만난 것을 두고 제2부속실 부활 논란에 불이 불었다.

논란은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 일정이 공지되는 과정부터 시작됐다.

대통령 배우자의 일정, 더구나 전직 대통령의 부인을 만나는 일정을 대통령실은 공지하지 않았다.

뉴스1이 12일 김 여사의 방문 일정을 단독 보도한 이후에도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일정이 파악되지 않는다고 발뺌했고, 기자들의 확인 요청이 쇄도하자 처음부터 비공개 행사였다고 해명했다.

대통령 부인의 일정, 더구나 전직 대통령 부인을 만나는 일정이 사적인 일정일 수도 없고 비공개로 진행될 수도 없지만,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려 했다. 

게다가 봉화행에 함께 동행한 사적 지인이 논란이 되면서 김 여사의 외부 일정을 보좌할 제2부속실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제2부속실 재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 부인의 일정 등을 담당하는 제2부속실을 폐지한 것이 오히려 '사적 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고심도 커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윤 대통령은 15일 용산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제2부속실 설치 여부에 대해 "저도 이제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차차 이 부분은 생각해보겠다"고 했는데 이번 봉하 방문 과정 논란이 윤 대통령에게 제2부속실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는지 모를 일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부인으로서 안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이걸 좀 어떤 식으로 정리해서 해야 할지 저도 한 번 국민 여러분께도 들어가면서 차차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식적인 수행이나 비서팀이 전혀 없기 때문에 혼자 다닐 수도 없다. 지금 그렇다고…어떻게 좀 방법을 알려달라"고 난처해 했다.

문제의 지점을 윤 대통령 또한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공약 파기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공약 파기란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여사 전담팀이 없는 상황에서 받고 있는 비판이 더 크다고 보인다"며 "예상했던 상황과 달라졌다면 그에 맞게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제 삼았던 과거의 제2부속실을 재설치하는 게 부담이 된다면 규모를 줄이고 필요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합리적인 제2부속실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답이 되지 않을까. 제2부속실이 폐지된 현재 대통령실 부속실 총인원은 박근혜 대통령 때 1·2부속실 직원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한다.
이호승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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