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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5K 전투기서 내려다본 72년 전 '6·25 격전지'

국방부 기자단, 우리 공군 단독 및 한미 연합 초계비행 동행

[편집자주]

공군 F-15K 전투기 편대가 경북 영일만 상공을 초계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뉴스1
공군 F-15K 전투기 편대가 경북 영일만 상공을 초계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뉴스1

지난 20일 오후 2시쯤 대구 공군기지 내 격납고(일명 '이글루')에서 공대공미사일로 무장한 공군 F-15K 전투기 4대가 이륙준비를 하고 있었다. 공군 제11전투비행단 102대대가 운용 중인 기체들이었다.

이들 전투기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실시된 '한국군 단독 및 한미 연합 초계비행'에 나서기 위해 마지막 점검을 하던 중이었다.

이번 비행은 20~21일 이틀에 걸쳐 실시됐다. 20일엔 우리 공군 단독으로, 21일엔 한미연합 방식으로 초계비행이 이뤄졌다. 국방부 출입기자단에선 4명이 취재진으로 선발됐다. 우리 공군 전투기 비행에 기자들이 동참한 건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말 이후 약 7년 만이다.

특히 "우리 공군 단독 초계비행이 아닌 한미 공군이 함께한 초계비행에 기자단이 동승해 취재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공군 관계자가 전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될수록 한미동맹의 연합 방위태세가 한층 더 굳건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20일엔 김태욱 비행단장(준장)이 직접 F-15K 편대기 후방석에 앉아 비행을 지휘했다. 비행은 '대구기지→포항·울산→부산·거제 일대→합천 해인사 일대→세종→평택→강릉→대구기지' 경로로 짜였다.

편대원들은 '이글루'에 격납된 F-15K 전투기 4대에 2명씩 탔다. 이후 편대기들은 활주로로 이동했고, 오후 3시5분쯤 관제사의 이륙 신호가 떨어졌다. 엔진이 굉음을 내면서 기체가 활주로를 빠르게 내달리더니 순식간에 날아올랐다.

이번 비행의 시발점인 대구기지는 우리 국방역사에서 뜻깊은 의미를 지닌 장소다.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우리 공군이 최초로 출격에 나선 곳이 바로 대구기지다.

공군 F-15K 전투기 편대가 울산 온산공단 상공에서 초계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뉴스1
공군 F-15K 전투기 편대가 울산 온산공단 상공에서 초계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뉴스1

102비행대대 1비행대장 강요한 소령은 "전쟁 당시 우리 공군이 미 공군의 F-51 '무스탕' 전투기 10대를 처음 들여와 1950년 7월3일 이곳에서 역사적인 출격을 했다"고 설명했다.

대구기지를 떠난 전투기들은 불과 6분 만에 포항 상공에 진입했다. 이어 다시 5분여 만에 울산에 이르렀다.

경북 포항에선 1950년 8월11~31일 '포항지구 전투'가 벌어졌다. 전투기들은 이날 경제발전의 상징인 울산공단과 포항제철 일대 상공을 지났다.

F-15K 편대는 오후 3시20분쯤 부산 상공에 돌입했다. 대표적인 한류 해상관광 명소로 떠오른 광안대교를 비롯해 세계 8위 무역대국의 상징인 부산항 위를 지났다.

이어 부산신항을 지난 전투기 편대는 부산과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 상공을 거쳐 거제도 조선소 위를 날았다. 이 코스를 비행경로로 설정한 데는 거제도 수용소의 역사를 되돌아보자는 뜻도 담겨 있다.

전투기들은 오후 3시35분쯤 경남 합천 일대에 들어섰다. 유네스코로부터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국보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해인사 등 가야산 위를 날았다.

이후 편대는 오후 3시58분쯤 정부종합청사가 위치한 세종시 상공으로 진입했다.

공군 F-15K 전투기 편대가 부산 상공을 초계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뉴스1
공군 F-15K 전투기 편대가 부산 상공을 초계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뉴스1

첫날 비행은 전 구간 모두 우리 공군의 단독 비행이었다. 그러나 2일차 비행이 이뤄진 21일엔 세종시 일대로부터 경기도 평택 구간까지 한미연합 초계비행이 실시됐다.

주한 미 공군 F-16 전투기 4대는 편대를 이루며 우리 공군 편대와 불과 수십~100m 이내 거리까지 다가와 '팀워크'를 과시했다.

이날 편대 '2번기'를 조종한 박진응 대위는 "한미 공군이 평소 수시로 연합비행을 해온 덕에 이번처럼 상호 근접 초계비행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후 4시2분쯤 편대기들이 평택에 이르렀다. 후방석에 탄 기자의 시야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인 삼성전자 평택공장 전경이 들어왔다.

강 소령은 이번 비행코스에 대해 "삼성전자 평택공장이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심장으로 오랫동안 건제하기를 기대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평택에서 한미연합 초계비행이 마무리되자 우리 측 편대는 미국 측 편대에 "비행 지원에 감사하다"며 배웅 인사를 전했다.

강 소령은 "대한민국 국군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해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적이 도발하면 압도적인 힘으로 단호하게 제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군 F-15K 전투기 편대가 강원도 경포해안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뉴스1
공군 F-15K 전투기 편대가 강원도 경포해안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뉴스1

우리 측 편대는 이후 기수를 동쪽으로 틀어 강원도로 향했고, 오후 4시18분쯤 강릉 상공에 도달했다.

편대 '3번기'를 조종한 한승훈 대위는 "강릉은 한국전쟁 당시 공군의 전진기지가 있었던 곳"이라고 소개했다.

강릉 해안을 지나자 태백산맥 준봉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편대 조종사들은 "호국영령들의 피땀으로 지켜진 아름다운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할 것"을 다짐하며 오후 4시55분쯤 대구 기지로 귀환했다.

기자들은 베테랑 조종사들의 훌륭한 비행 솜씨 덕분에 장시간의 비행을 무리 없이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공군 파일럿들의 임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편대원 중 일부 조종사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유사시에 대비한 출격대기조로 편성됐다.

김 단장은 "군인이기 때문에 대북 상황과 관련해선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며 "국민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그런 강한 힘을 바탕으로 언제든 흔들림 없이 당당한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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