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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VC 책임론'에 얼어붙은 투자…암호화폐 '옥석 가리기' 시작되나

테라·셀시우스도 VC가 키워…크립토 겨울에 책임론 대두
파산 위기 VC도 등장…업계 "확 줄어든 투자, 옥석 가리기 기간"

[편집자주]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은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2022.6.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은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2022.6.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테라 사태', '셀시우스 사태' 등으로 암호화폐 하락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급속도로 불어난 벤처캐피탈(VC)들의 투자가 이른바 '크립토 겨울(암호화폐 하락장이 지속되는 것)'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VC들이 블록체인, 대체 불가능 토큰(NFT) 등 '웹 3.0' 테마 스타트업에 지나치게 투자하면서 본래 가치에 비해 고평가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지적이다. 테라 사태, 셀시우스 사태 등을 겪으며 이들에게 몰렸던 자금이 대규모로 빠지자 크립토 겨울이 앞당겨졌다는 것.

이 같은 'VC 책임론'에 최근 VC들은 투자를 눈에 띄게 줄였다. 지나치게 고평가된 프로젝트가 나올 가능성이 줄면서 암호화폐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테라·셀시우스도 VC가 키웠다…고개 든 'VC 책임론'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VC들은 지난 2020년 초부터 최근까지 암호화폐 스타트업에 540억달러(약 70조2000억원)가량을 쏟아부었다.

특히 최근 하락장을 일으킨 테라, 셀시우스는 유명 VC들의 투자를 많이 받은 프로젝트다. 테라는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UST의 고정 가격이 무너지는 '디페깅' 현상이 발생하면서 '자매 코인' 루나(LUNA)가 99% 이상 폭락하는 등 암호화폐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또 암호화폐 대출 서비스 셀시우스는 ‘뱅크런’ 우려를 유발, 이더리움(ETH)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 가격을 하락시켰다.

테라는 지난해 애링턴 캐피탈, 블록타워 캐피탈, 갤럭시 디지털, 해시드 등 블록체인 업계 최대 VC들과 1억5000만달러 규모 생태계 펀드까지 조성한 바 있다. 테라 암호화폐 루나(LUNA)가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 6위까지 성장하는 데 VC들의 자금이 대규모로 들어간 셈이다.

셀시우스도 지난해 기업가치를 무려 35억달러로 평가받으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당시 7억 50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도 유치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고평가된 탓에 자금이 몰렸고, 이번 하락장에 따른 투자 손실 규모도 커졌다는 ‘VC 책임론’이 대두됐다.

◇파산 위기 맞은 VC도 등장…블록체인 VC 투자 감소세

VC 책임론이 대두되고, 암호화폐 가격 하락에 따른 자체 손실도 커지면서 최근 VC들은 암호화폐 관련 투자 규모를 눈에 띄게 줄였다. 특히 업계 유명 VC 중 하나였던 3AC 캐피탈의 파산 위기는 투자 감소세에 불을 지폈다.

더블록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디파이 프로젝트는 약 1억763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더블록은 "2020년 여름 디파이에 수십억달러가 몰렸던 때와 극명하게 대비된다"며 "이제 디파이는 VC들에게 인기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암호화폐 하락으로 인해 VC가 위기에 몰린 사례가 나오면서 VC들의 투자 감소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유명 블록체인 VC인 3AC 캐피탈은 루나에 2억달러를 투자했다가 투자금 대부분을 잃고, 최근 암호화폐 하락으로 FTX 및 비트멕스에서 연달아 청산을 당하면서 파산 위기에 처했다.

◇"VC 투자 감소, 오히려 긍정적"…'옥석 가리기' 전망

한편 이 같은 VC들의 투자 감소세로 암호화폐 업계의 옥석이 가려질 것이란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웹 3.0' 테마만 갖추면 투자받을 수 있던 지난해와 달리, 현재는 투자 유치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투자를 유치하는 프로젝트를 눈여겨본다면 암호화폐 ‘옥석 가리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본래 베어마켓(하락장)은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는 기간"이라며 "작년 실리콘밸리에서 VC 투자 붐이 일었던 때보다 투자가 확연히 줄어든 만큼,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비교적 낮은 기업가치로 투자를 받을 가능성은 있다. 일례로 미국 암호화폐 금융 스타트업인 블록파이는 기존에 평가받았던 30억달러에서 10억달러로 가치를 줄여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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