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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일곱, 세 번의 방출 끝에 '인생팀' 만난 LG 김진성 [야구오디세이]

지난해 NC서 방출된 후 LG서 재도약
"성공적 영입 평가는 아직, 시즌 종료 후 듣겠다"

[편집자주]

LG 트윈스 투수 김진성. © 뉴스1
LG 트윈스 투수 김진성. © 뉴스1

세 번의 방출 설움을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난 김진성(37)은 자신의 네 번째 프로팀 LG 트윈스에 각별한 감정을 갖고 있다.

LG에서 아직 한 시즌도 마치지 않아 소속 기간은 가장 짧지만, 김진성의 야구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준 소중한 팀이다. 김진성은 "LG에 와서 행복하게 야구 하고 있다. 마침내 나의 '인생팀'을 만났다"며 밝게 웃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김진성의 야구인생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야구밖에 몰랐던 그는 지난해 시즌 종료 후 전 소속팀 NC 다이노스로부터 전력 외 선수 통보를 받았다. 커리어 세 번째 방출이었다. 앞서 2006년에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2010년에는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서 방출된 바 있다. 넥센 시절에는 1경기도 뛰지 못했다. 

세 번째 방출의 충격은 더 컸다. 김진성은 2011년 테스트를 거쳐 입단한 신생팀 NC에서 많은 걸 이루며 주축 선수로 자리 잡고 있었다. 2020년 창단 첫 통합 우승에 일조하는 등 지난해까지 NC에서 470경기에 등판해 32승31패 34세이브 67홀드 평균자책점 4.57을 기록했다. NC 팬들도 그를 '개국 공신'이라고 불렀다.

야인이 된 김진성은 자존심을 접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NC를 제외한 9개 구단 단장, 감독, 코치, 스카우트 등에게 직접 연락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LG에서 뛸 기회를 얻었다.

김진성은 "주변서 '너 정도 커리어면 분명 너를 원하는 구단으로부터 연락이 올 테니 기다려봐'라고 했다. 그렇지만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9개 구단 관계자에게 전화를 돌렸다. 연락이 닿지 않으면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며 "결국 차명석 LG 단장님께서 나를 영입하셨다. 차 단장님은 내게 생명의 은인과 같다"고 말했다.

김진성은 LG 입단 후 부활의 날갯짓을 폈다. 24일 수원 KT 위즈전까지 32경기에서 31이닝을 소화하며 2승3패 5홀드 평균자책점 4.06 31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7.17에 그쳤던 것과는 대비를 이룬다. 김경태 퓨처스 코치의 도움을 받아 직구 평균 구속이 2㎞ 증가했던 것이 크게 주효했다.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5회초 교체된 LG 투수 김진성이 역투하고 있다. 2022.04.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5회초 교체된 LG 투수 김진성이 역투하고 있다. 2022.04.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제 김진성은 LG 불펜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LG 팬들은 김진성의 대단한 활약에 "성공적 영입"이라고 반겼다.

하지만 김진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팬들께서 성공적 영입이라고 말해주셔서 감사드리지만 아직 성공했다고 평가하기엔 이른 것 같다. 정규시즌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 시즌 종료 후 팀과 내가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그때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구에 새롭게 눈을 띄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 LG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진성은 "NC에서 방출되고 밑바닥까지 떨어졌는데 LG에 입단하면서 야구에 대한 생각이 좋은 방향으로 많이 바뀌었다"며 "NC에 있을 때는 단순히 야구만 했다면 LG 선수가 된 뒤에는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 과거 같으면 자존심이 상할 일도 여기선 그렇지 않다. 코치님께서 선수를 배려하고 존중한다. 훗날 내가 지도자가 됐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깨닫는다. LG는 내 인생팀이다. 정말 많을 걸 배우고 받는 등 진심으로 고마운 팀"이라고 밝혔다.

김진성은 코치의 존중과 관련해 한 예로 '추격조 등판'을 언급했다. 김진성은 지난 5월13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팀이 1-10으로 뒤진 9회초에 등판했다. 이미 승부의 추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투수 전력을 아껴야 했던 LG는 김진성에게 마지막 1이닝을 맡겼다.

김진성은 "경헌호, 김광삼 코치께서 크게 뒤진 상황에서 '쉬어야 하는데 등판시켜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다. 코치들이 나뿐 아니라 모든 투수들에게 그렇게 대한다. 그런 말 한마디가 선수에겐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LG에서 내 보직은 필승조가 아니다. 내가 나갈 상황이 따로 있고 안 나갈 상황이 있는 게 아니다. 9~10점 차로 뒤졌을 때라도 등판 지시가 떨어지면 감사히 여기며 최선을 다해 투구할 따름이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베테랑은 고우석, 정우영 등 까마득히 어린 후배들을 통해서도 많이 배운다고 했다.

김진성은 "내가 톱 레벨에 있는 후배들한테 알려줄 게 없다. 오히려 내가 그들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 후배들은 평소 장난을 치는 등 가볍게 보이다가도 훈련과 경기할 때가 되면 진지하게 임한다. 몸을 풀 때부터 눈빛이 달라지는데 집중력이 진짜 뛰어나다. 그런 걸 보니 나태해질 수가 없겠더라"고 말했다.

LG 트윈스 투수 김진성이 22일 LG 팬들이 준비한 커피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LG 트윈스 제공) © 뉴스1
LG 트윈스 투수 김진성이 22일 LG 팬들이 준비한 커피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LG 트윈스 제공) © 뉴스1

김진성은 지난 22일 프로 입문 이래 처음으로 팬들로부터 커피차를 선물받기도 했다. 그는 LG에 오지 않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일이라고 했다.

김진성은 "처음엔 팬들이 나를 위해 커피차를 마련한다고 해서 의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많이 놀랐다. 직접 받아 보니 정말 하늘을 날 듯 기분이 좋았다. 내가 LG에 온 이후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LG에서는 야구만 잘하면 되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LG 팬은 한국시리즈 우승에 목말라있다. LG는 1994년을 끝으로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는데 김진성은 그 숙원을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진성은 "내가 LG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는 길은 더 열심히 해서 더 잘하는 것이다. LG에 입단할 때 '잘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은 그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시즌이 끝났을 때 꼭 그 약속을 지키겠다.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이바지하겠다"며 "한국시리즈에 가면 2년 전처럼 팀의 우승을 위해 모든 걸 다 쏟아내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왠지 우리가 한국시리즈에 갈 것 같은 좋은 기분이 든다"며 LG 팬들의 응원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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