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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주니어선수권 최악 성적' 여자핸드볼, 향후 10년 위한 재정비 절실

세계여자주니어핸드볼선수권서 하위리그 추락
프랑스전 21-34, 역대 최다 점수 차 패배 타이

[편집자주]

한국 여자 핸드볼의 주니어핸드볼선수권대회 경기 모습(대한핸드볼협회 제공)© 뉴스1
한국 여자 핸드볼의 주니어핸드볼선수권대회 경기 모습(대한핸드볼협회 제공)© 뉴스1

향후 10년 이상 한국 여자핸드볼을 이끌어갈 주니어 대표팀이 역대 최악의 성적을 냈다. 

한국 20세 이하 여자주니어핸드볼 대표팀은 지난 25일(한국시간) 슬로베니아 첼레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여자주니어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조별리그 1승2패를 기록하며 16개 팀이 겨루는 결선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26일부터 하위 리그 순위결정전(17~32위)인 프레이지던트컵 대회에서 최종 순위를 가린다. 한국과 함께 아시아 정상을 경쟁 중인 일본은 A조에서 2승1패로 16강에 진출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1985년 대회(2위)에 처음 참가한 이후 37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제12회 중국 대회부터 제14회 북마케도니아 대회까지 3회 연속 9위에 머물렀던 것이 종전 최저 순위였다.

한국이 결선리그 진출에 실패해 하위리그로 떨어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대회 프랑스와 2차전에서 21-34로 패한 것은 무려 21년 만에 나온 '최다 점수 차 패배' 타이기록이다.

2001년 스페인에 22-35로 패했지만 그래도 최종 9위로 체면은 지켰다. 또 2018년 헝가리 대회 예선에서는 러시아에 15-27, 12점 차로 패했는데, 이후 승승장구해 3위 결정전에서 다시 만난 러시아를 상대로 29-27 승리하며 설욕했다. 여자 핸드볼에 위기감이 감지되는 이유다.

우승 후보 프랑스 등 '죽음의 조'에 편성된 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 대회 경험을 쌓지 못한 점, 대회 전 호흡을 맞출 시간이 적었던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팀 전력의 하향 평준화는 부인할 수 없다는 평가다.

한국은 이번 대회 내내 잦은 실책과 낮은 슛 정확도로 공격 활로를 찾지 못했다. 슛 성공률은 세 경기 평균 56.8%에 그쳤다. 경기 운영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상대팀의 연속 2분간 퇴장으로 유리한 상황을 맞았지만, 우리도 퇴장을 남발하며 자멸했다.

과거 한국이 높이에서 밀리더라도 경기 운영과 개인 기술에선 앞섰고 파워 역시 개인 훈련을 통해 상당 부분 극복했던 것과는 확연히 차이를 드러냈다.

한 핸드볼 관계자는 "상대 팀을 분석하는 게 의미 없을 정도다. 우리 팀이 기본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는데, 어떻게 상대 약점을 파고들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여자핸드볼 위기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2014년 크로아티아 대회에서는 대표팀 전원이 안정적인 전력으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주니어 선수들이 현재 성인 리그의 주축인 이효진, 유소정, 원선필, 박새영 등이다.

하지만 2년 뒤인 2016년 러시아 대회에서는 7위에 그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2018년 헝가리 대회 때 3위에 올랐지만, 경기 내용 면에선 알차지 못했다. 혼자 43골을 몰아넣으며, 대회 MVP까지 받은 에이스 송혜수의 득점력에 의지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여파로 한 차례 대회 취소 후 열린 이번 대회엔 에이스마저 없었다. 위기를 보고도 적절한 대책이 없었던 결과다. 경기를 지켜본 유럽의 한 지도자는 "어떻게든 경기를 풀어나갈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라도 미래 인재를 발굴해 적극적으로 육성하지 않으면 본격적인 암흑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훈련 및 체력관리 시스템도 핸드볼 선진국인 유럽 모델을 적극 검토하는 등 기본부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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