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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이상직, 이스타항공 위한다면 발언 자제해야

보석 석방되며 "회사 다시 살리겠다"…이스타항·근로자들 '발끈'
아직도 영향력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후안무치의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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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이장호 기자© 뉴스1
뉴스1 이장호 기자© 뉴스1

"항공 불모지(전북)에 이스타항공을 창업한 사람으로서 회사를 다시 살리겠다. 회사를 그만둔 직원들도 다시 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올인하겠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주식회사 성정의 형남순 회장의 말이 아니다. 바로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이자 이스타항공을 구렁으로 몰아넣은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2심 재판 중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한 말이다.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 관련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 구속 기간인 6개월이 임박하자 재판부가 보석을 허가해 지난달 30일 170일만에 출소했다. 

법정관리를 거쳐 주식회사 성정을 새 주인으로 맞은 이스타항공은 이 전 의원과 전혀 상관 없는 회사가 됐기 때문에 그의 발언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스타항공과 근로자들이 "오해할 만한 언동을 하지 말아달라"고 발끈한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이스타항공 자금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된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30일 전북 전주시 전주교도소에서 석방되어 나와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2.6.30/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이스타항공 자금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된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30일 전북 전주시 전주교도소에서 석방되어 나와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2.6.30/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이해하기 어려운 그의 발언 의미가 무엇인지 최대한 이 전 의원 입장에서 생각해봤다.

2심에서 무죄가 예상된다고 판단하고 무죄가 확정되면 다시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부활시키겠다는 생각일까. 그러나 재판 결과는 객관적으로 예측하기 힘든 영역인데다 이미 성정을 새 주인을 맞고 새 출발을 앞둔 이스타항공을 이 전 의원이 되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영권과 상관없이 사재(私財)를 털어서라도 이스타항공의 회복을 돕겠다는, 창업주로서의 책임감에서 나온 발언일까. 하지만 불과 2~3년 전 이스타항공이 기울어져가고 있을 때 사재를 일부 털어서라도 체불 임금을 지급해달라는 노조 요청에 대해 그는 응하지 않고 책임 회피에만 일관했었다.

그렇다면 이 전 의원을 둘러싼 핵심 의혹, 즉 정치권에 믿을 만한 든든한 '뒷배'가 있어 자신이 아직까지도 어떤 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라는 걸 은연 중에 드러내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 '뒷배'에게 보내는 모종의 SOS 신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너무 나간 것일까.

이 전 의원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들을 보면 이런 의심이 드는 게 지나친 생각이 아닌 듯 하다.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 관련 횡령·배임 혐의 외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취업 특혜 의혹, 타이이스타젯 배임 횡령 의혹 등으로 고발 당했지만, 수사는 2년 가까이 진척되지 않았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2020년 AOC가 정지된 이스타항공이 기존 운수권과 슬롯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마닐라 노선 운수권을 신규 배분받은 것을 놓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이런 모든 상황들이 단순한 우연, 오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의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은 이스타항공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 전 의원에 대해 수많은 직원들을 임금도 받지 못한 채 대량해고로 몰아넣고도 무책임한 자세를 보여왔는데, 이제 와서 "회사를 다시 살리겠다"니 "후안무치의 전형"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부활의 날개짓을 하는 이스타항공을 위해서도 이 전 의원은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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