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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침공' 대학은 뭐 했나…뒤늦게 수습 나선 대학들

[통합수능, 이대로 괜찮나④] 유불리 지적에도 손 놓던 대학들
2024학년도 문과 수시 수능최저·정시 수학 반영비율 낮추기도

[편집자주]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두 번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제도 안착은 난망하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이과생이 인문계열 학과를 쓸어가면서 문과생들이 밀려났지만, 대학은 이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문·이과를 통합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여전히 문과와 이과의 선택과목은 암묵적으로 나뉘고 있다. 제도 손질에 손 놓고 있는 사이 수험생들의 혼란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 <뉴스1>은 수험생과 고등학교, 대학 등 다각도로 통합수능의 문제를 조명해보려 한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수시모집 논술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퇴실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수시모집 논술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퇴실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News1 조태형 기자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 2022학년도 대입에서 나타난 이과생의 '문과 침공' 현상은 선택과목별 유불리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기만 한 대학들도 원인 제공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17일 나온다.

입시업계에서는 통합수능 시행 전부터 선택과목별 유불리로 인해 문과생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라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기 때문이다. 나아가 수학에서 우위를 점한 이과생들이 상위권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에 대거 지원, 합격할 것이란 점도 예상됐던 바다.

그럼에도 대다수 대학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이를 바라만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과생의 인문계열 학과 유입 가능성을 내다보고 즉각 대책을 세운 대학도 있었다. 서울중등진학연구회가 서울 지역 대학 인문 모집단위 지원 7600여건 가운데 과학탐구 응시자 2500여명을 분석한 결과 2022학년도 성균관대 정시모집에서 이과생 교차지원 비율은 33.7%였다. 서강대(72.7%) 한양대(71.2%) 서울시립대(68.4%) 연세대(62.0%) 등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치다.

입시 전문가들은 성균관대가 수능 채점결과 발표 직후 변환표준점수 산정식을 통해 이과생들의 인문계열 학과 지원을 줄였다고 분석했다. 변환표준점수는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보정하기 위해 대학에서 과목 난도와 표준편차를 고려해 자체 산출한 표준점수를 말한다. 보통 탐구영역에서 백분위를 바탕으로 산출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뉴스1과 통화에서 "성균관대는 사회탐구, 과학탐구 변환 표준점수 체제를 발표하면서 과학탐구를 친 수험생이 사회탐구로 넘어올 경우 감점을 줬다"며 "신속하게 대처를 하면서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학생을 선발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3학년도 대입에서 다른 대학도 성균관대처럼 변환표준점수 조정 등을 통해 '문과 침공'을 막을 수는 있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또 다른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수능 점수가 나온 이후 대학 전형 방식이 바뀌는 것과 다름없는 만큼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종로학원 제공) © 뉴스1
(종로학원 제공) © 뉴스1

◇놀란 대학들, 2024학년도 대입서 문과 수시 수능최저·정시 수학 반영비율 낮춰

변환표준점수 조정 등 일시적인 방편 외에 심각성을 느낀 대학 사이에서는 뒤늦게 대책을 강구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발표된 2024학년도 대학별 전형계획안은 통합수능으로 인한 문·이과 유불리와 문과 침공 현상에 대한 대학들의 첫 반응이라 볼 수 있다.

대학별 전형계획안에 대한 종로학원 분석을 살펴보면, 일부 주요 대학은 2024학년도 대입에서 인문계열 학과의 수시모집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했다. 일례로 고려대 인문계열의 학교추천전형은 기존 3개 영역 등급 합 6에서 등급 합 7로 수능최저를 완화됐다. 학업우수전형의 수능최저도 4개 영역 등급 합 7에서 등급 합 8로 낮아졌다.

정시모집에서 인문계열 학과의 수학 반영비율을 낮춘 대학도 있다. 서울시립대 영어영문과, 철학과 등은 수학 반영비율이 기존 30%에서 25%로 축소됐다. 성균관대 인문계열도 2023학년도 35%에서 2024학년도 30%로 반영비율이 낮아진다. 

성균관대와 서강대 등은 정시에서 불가능했던 문과생의 이과 교차지원을 허용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2024학년도 대입에서는 시험적으로 간호학과 등 인문·자연계열을 함께 선발하는 일부 학과에서 자연계열 모집 땐 과학탐구·미적분·기하만 반영하고 인문계열 모집 땐 사회탐구·확률과통계만 반영하는 안을 도입하기로 했다"며 "그 후에 어떻게 조치를 취할지는 더 논의를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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