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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도 반한 순대 명품시장…'추억' 가득한 먹거리 명소

[오감만족 제주Ⅱ]①보성시장
품목 다변화·당일배송 등 변화 시도

[편집자주] 제주의 '골목과 시장'이 변했다. 조용했던 거리가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고 볼거리가 늘면서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거리들과 맞닿아 있는 전통시장(상점가)도 옛 정취에 문화, 예술이 더해지면서 이색적인 즐거움을 준다. 제주여행에서 그냥 지나치면 아쉬움이 남는 골목길·전통시장을 소개한다.

1950년 개설한 제주시 보성시장은 추억이 가득한 먹거리 명소다. 제주시 보성시장 전경. © 뉴스1 강승남 기자
1950년 개설한 제주시 보성시장은 추억이 가득한 먹거리 명소다. 제주시 보성시장 전경. © 뉴스1 강승남 기자

초 스피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것들이 쏟아진다. 그럴수록 '옛 것'에 대한 기억이 소중해진다.

추억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우리가 과거를 추억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추억은 특정한 장소에서 더 선명해진다. 제주 보성시장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제주 원도심 속에 있는 보성시장은 1972년에 개설돼 50년간 자리를 지켜온 전통시장이다. 특유의 정감 가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제주시청 인근 '대학로'가 생겨나기 전인 1980년대엔 대학생들이 주로 찾던 먹거리 시장이었다. 넉넉하지 못했던 청춘들의 주머니를 생각한 저렴한 가격에 어느 가게 넘쳐나는 사장님의 인심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가끔 이 곳을 찾는 '중년'들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은 좁은 식당에 모여앉아 탁주 한 사발을 목에 넘기며 그때 그 시절을 이야기한다.

한때 점포 구입비가 1평당(3.3㎡)당 13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과거는 추억이 됐지만 보성시장은 여전히 '순대'로 유명하다.

제주시 보성시장 건물 1층에 있는 순대식당들. 허영만의 식객에 소객된 식당이 있는 곳이다. © 뉴스1 강승남 기자
제주시 보성시장 건물 1층에 있는 순대식당들. 허영만의 식객에 소객된 식당이 있는 곳이다. © 뉴스1 강승남 기자

식당이 밀집해 있는 상가 내에는 대부분 순대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주를 이루면서 자연스레 순대 골목이 형성됐다. 식당 모두 각자 다른 특색을 보유하였으며 순대국밥, 모둠 순대, 순대 국수 등 다양한 순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허영만의 식객에 소개된 식당도 이 곳에 있다.

'프랜차이즈'와는 다른 특별한 맛이 있는 '시장닭'도 도민과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 잡는 일품 먹거리다.  

보성시장에는 순대와 닭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성시장 건물 밖으로는 정육, 수산물, 건어물, 빵집, 떡집, 수선집 등 다양한 종류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시장에 고소한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 '기름집'에서 짜낸 참기름도 빼놓을 수 없는 보성시장의 명물이다.

보성시장에 들어서면 흑백사진처럼 시간이 잠시 멈춘 듯 하지만 시장은 조금씩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보성시장의 순대국밥. 보성시장의 식당은 제각각의 순대맛을 가지고 있다. © 뉴스1 강승남 기자
보성시장의 순대국밥. 보성시장의 식당은 제각각의 순대맛을 가지고 있다. © 뉴스1 강승남 기자

보성시장상인회는 2013년 중소기업청 전통시장현대화사업 공모에 도전, 국비 지원을 이끌어냈다. 2015년에도 추가 공모에 선정됐다.

그 결과 보성시장 건물외벽이 새롭게 정비됐고, 엘리베이터도 생겼다. 장기간 방치됐던 건물 2~3층을 리모델링해 2층에는 푸드코트가 운영중에 있다.

건물 3층에도 상가들을 채워넣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시장 모습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물류스타트업 기업과 손을 잡고 올해 초부터 '당일배송'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보성시장의 명품 먹거리인 순대와 족발 등을 시장까지 가는 번거로움 없이도 '당일' 배송으로 맛볼 수 있게 됐다.

보성시장은 제주 원도심에 있어, 제주의 역사와 관련된 볼거리들이 많다.

보성시장과 인접한 '삼성혈'은 탐라 개국신화의 중심지다. 지금으로부터 약 4300여년전 제주의 개벽시조인 삼신인(三神人, 고을나·양을나·부을나)이 이곳에서 동시에 태어났다고 한다.

오현단도 꼭 한번 들를만한 곳이다. 이 곳은 조선시대 제주에 유배되었거나 방어사로 부임해 지방 교학 발전에 공헌한 다섯 현인을 배향했던 터다. 오현은 충암 김정, 규암 송인수, 청음 김상헌, 정온, 우암 송시열이다.

제주시 삼도동 관덕정 인근 돌하르방 뒤로 파란하늘이 펼쳐져 있다.2019.3.6/뉴스1 © News1 DB
제주시 삼도동 관덕정 인근 돌하르방 뒤로 파란하늘이 펼쳐져 있다.2019.3.6/뉴스1 © News1 DB

조금 더 발품을 팔면 조선시대 제주지방 통치의 중심지였던 제주 목관아와 관덕정을 볼 수 있다. 지금의 제주 목관아는 일제강점기 훼손됐던 것을 발굴조사와 '탐라순력도' 등 문헌, 전문가 고증 등을 거쳐 등 거쳐 1999년 9월부터 2002년 12월에 걸쳐 복원된 것이다.

관덕정은 1448년(세종 30) 창건돼 문무를 연마하는 장소로 활용됐다. 일제강점기인 1924년 일본인이 보수작업을 하면서 15척(1척=약 30㎝)인 곡선이 처마가 2척 줄어드는 수모를 당했다. 관덕정은 해방 후에도 1948년 9월에는 제주도의 임시도청으로, 1952년에는 도의회 의사당 및 북제주군청의 임시청사로 사용됐다. 또 1956년에는 미공보원 상설 문화원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제주도경제통상진흥원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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