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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 못대고 사망' 막을 '수술 의사' 확보…"수가 올려야""병원 노력을"

개두술 의사 '빅5'에 2~4명, 전국 146명뿐…고위험에 낮은 수가로 전공의들 기피
"병원도 필수 중증의료 의사 확보하도록 정부가 강제해야" 지적도

[편집자주]

서울아산병원 전경 © 뉴스1
서울아산병원 전경 © 뉴스1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수술을 받지 못하고 숨진 사건을 계기로 보건복지부가 필수의료 확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대해 △필수의료 인력 부족 △비선호 진료과의 의사 인력난 △뇌혈관 수술 위험도 대비 낮은 의료 수가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 나아가 병원이 필수의료를 등한시하는 의료계 풍토가 변해야 하고, 인력 등 의료자원을 관리하는 데 대한 정부의 법적 기준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내 최대, 최고라는 아산병원에서 뇌혈관 개두 수술 의사 2명뿐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지난달 24일 30대 간호사가 오전 출근 직후 뇌출혈 증상으로 쓰러졌으나 적절한 수술을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2943개 병상, 1659명의 의사가 있다는 국내 최대, 최고로 꼽힐 병원에서 벌어진 일이라 충격이 컸다.

이 사례는 비외상성 뇌출혈, 뇌동맥류 파열이 주원인이다. 뇌혈관 벽이 약해져 꽈리처럼 부풀어 있다가 터지는 초급성 뇌질환이다. 수술은 신경외과 전문의가 하는데 그날 신경외과의 세부과목인 뇌혈관외과 의사가 당직을 서다 응급 시술을 했다.

당직 의사는 머리를 여는 개두 수술 전문은 아니라서 대퇴부로 관을 삽입해 이 관에 얇은 백금 철사를 뇌로 보내 출혈 부위를 막는 중재 시술을 했다. 그러나 출혈이 멎지 않아 개두 수술 의사가 있는 병원을 알아봤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겼으나 간호사는 끝내 숨졌다.

아산병원에는 신경외과 의사가 25명 있는데 그중 뇌혈관외과, 그 가운데 개두 수술 의사는 2명뿐이다. 1명은 해외에 나갔고 다른 1명도 지방에 있어 골든타임에 올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산병원에만 적은 건 아니었다.

개두술이 가능한 의사는 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 등에 각각 4명, 서울대병원에 3명뿐이다. 대한신경외과학회가 전국 89개 수련병원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심평원에 등록된 신경외과 의사 3025명의 5% 정도인 146명만 전국 뇌혈관 개두 수술 의사다. 

병원당 1.68명이고 60대 이상이 24명이다. 개두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는 병원도 있는데 이 때문에 대한뇌졸중학회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이번 사례와 비슷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밝혔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혈과외과 교수 2명이 365일을 퐁당퐁당 당직을 서서 근무하는, 나이 50 넘어서까지 자기 인생을 바쳐 과로하며 근무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토로했다. 

뇌혈관외과 의사는 많지 않은 반면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뇌동맥류 개두 수술 환자는 늘고 있다. 심평원에 따르면 2017년 9469명에서 지난해 1만3769명으로 4년새 45% 증가했다. 이런 수술은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3시간 이내에 대처해야 하니 가까운 병원에 갈 수밖에 없는데, 얼마 안되는 개수 수술 의사도 큰 병원에만 있다. 

◇필수·중증 의료 인력에 최소 '동기부여'는 마련돼야…여러 의견 제기

이렇게 개두 수술 의사가 적은 배경으로 턱없이 낮은 의료수가가 우선 거론된다. 5~6시간 매진해야 하는 뇌동맥류 수술의 수가(상급종합병원 기준)는 290만2920원에 가산료가 붙어 377만원으로 전해진다. 쌍꺼풀(재수술)·코·턱 성형수술이나 지방흡입술과 비용이 비슷하다.

신경외과는 매년 전공의 모집 때 정원을 채우기는 하지만 전문의가 되면, 응급 수술이 없는 척추질환으로 많이 개원을 하고, 뇌혈관 전문 쪽으로는 극소수가 지망한다. 뇌혈관외과로 와도 덜 위험한 '시술' 쪽을 선호하게 된다. 방재승 교수는 "양성해놓으면 대부분 머리를 열고 수술하지 않는 뇌혈관 내 시술 의사를 택한다"고 말했다.

신경외과 의사들은 전공의들이 수련을 마친 뒤 현실의 벽에 절망한다며 한목소리로 "의사 수만 늘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지금의 의사가 뇌혈관외과를 지원하도록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 젊은 의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 의료계 안에서도 이번 일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해외처럼 필수·중증 의료 전문의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구조를 정비함과 별개로 병원에 필수 의료인력 고용을 강제하거나, 응급 이송 체계를 보완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부가 특정 진료에 전문의 인력 고용을 제도적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인력 기준을 규정한 의료법을 보면 종합병원은 1년 평균 하루 입원환자를 20명으로 나눈 수만큼 의사를 두게 돼 있지만 과목별로 필수 인력에 대한 규정은 없다. 

김윤 서울대 보건대학원 의료관리학 교수는 "24시간 응급환자를 봐야 할 응급의료센터에서 뇌출혈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없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기능에 따른 법적 역할과 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 수가를 아무리 올려도 병원은 추가 인력을 안 뽑을 것"이라고 했다. 

정재현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은 "건강보험에서 누수가 되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 그런 부분들을 줄이자"며 "감기 같은 경한 질환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국민이 불편할 수 있지만 정말 생명과 직결된 의료를 이용할 때 더 많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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