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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슬램 무산됐지만…전인지, '메이저 퀸' 저력 제대로 보여줬다

마지막날 5타차 따라잡아…연장서도 수차례 위기 넘어
연장 혈전서도 긴장보단 여유…그랜드슬램 기회도 충분

[편집자주]

전인지(28·KB금융그룹). © AFP=뉴스1
전인지(28·KB금융그룹). © AFP=뉴스1

거의 손에 잡히는듯 했던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끝내 무산됐다. 일몰에 가까운 시간까지 혈전을 벌인 전인지(28·KB금융그룹)는 끝내 아쉬움을 삼켜야했다. 하지만 '메이저 퀸'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기에, 후회는 없는 승부였다.

전인지는 8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이스트로디언의 뮤어필드(파71·672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AIG 여자 오픈(총상금 730만달러) 최종 4라운등에서 1언더파를 추가,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로 애슐리 부하이(남아공)와 동타를 이뤄 돌입한 연장 4차전에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쉬움이 남는 승부였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경우 역대 여자 골프 8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대업을 달성할 수 있었기에, 연장 승부에서의 패배가 더욱 쓰라렸다.

5타를 뒤진 채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했던 전인지는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격차를 좁혔다. 특히 부하이가 15번홀(파4)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면서 단숨에 공동선두까지 올라섰다.

분위기 상 전인지의 역전극으로 흘러가는 흐름이었다. 실제 전인지는 공동선두에 오른 이후 이어진 17번홀(파5)과 18번홀(파4)에서 정확한 샷으로 버디 찬스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전인지는 두 번 모두 버디 퍼트를 놓쳤다. 18번홀의 난도를 생각한다면 이 홀에서의 버디는 사실상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다행히 부하이 역시 남은 홀에서 버디를 추가하지 못해 승부는 연장으로 흘렀는데, 이번에도 좀처럼 승부를 가르지 못했다. 3차 연장을 제외한 1, 2, 4번째 연장에서 모두 샷이 빗나가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4차 연장에선 티샷이 벙커에 빠지면서 결국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지막 라운드에서 5타의 격차를 좁혔다는 것 자체가 전인지의 위력을 보여준 것이었다. 특히 연장전에선 샷이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수차례 완벽에 가까운 트러블샷을 보여주면서 승부를 길게 끌고 갔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전인지의 표정이었다. 길게 이어진 승부에 보는 사람마저 피를 말리는 팽팽한 경기였지만, 전인지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랜드슬램 타이틀이 걸린 매우 부담스러운 경기였음에도 연장전 도중 방송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 정도로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4라운드 경기 내내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던 부하이와는 완전히 대조적이었다.

이미 여러차례 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경험에서 나온 여유일 수도 있지만 언제나처럼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돋보였다. 그랜드슬램의 문턱에서 아쉬운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다음 대회에서도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비결이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그랜드슬램의 문은 여전히 열려있다. 아직 만 28세로 전성기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기회는 충분해 보인다.

당장 내년도 첫 메이저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 또 올해의 좋은 기억을 바탕으로 내년 AIG 위민스 오픈에서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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