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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해 지석묘와 낙동강 녹조는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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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규 기자. © 뉴스1

세계 최대 규모의 고인돌로 평가되는 경남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경남도 기념물 제280호)가 김해시 복원·정비공사 과정에서 훼손돼 파장이 크다.


최근 문화재청의 조사를 통해 훼손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야왕도 김해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것은 물론 시민들의 원성을 톡톡히 샀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고고학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를 ‘복원’이라는 명분 아래 문화재청과의 협의 없이 원형을 훼손한 점을 지적하며 개탄했다.


문제가 되자 시가 국가사적 신청까지 자진 철회하면서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는 중장비 사용 의혹에 대해 수작업으로 지석묘 주변 박석(薄石)을 들어냈다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여러 정황상 시의 해명에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고의 핵심은 역사적 유산과 문화재에 대한 지식 부족과 보존의 가치를 망각한 데 있다. 3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적지를 2년간의 공사를 통해 서둘러 관광자원화하려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문화재 외에 보존의 가치를 중요시해야 할 대상은 또 있다. 바로 자연이다. 


비슷한 시기, 환경단체들이 김해 대동면 낙동강변에 모여 짙은 녹색으로 변한 강물을 잔에 담아 들어 보였다.


초록색 페인트라고 해도 믿을 만큼 걸쭉하고 탁한 녹조가 낙동강 수면을 덮고 있다. 영남권의 젖줄인 낙동강은 현재 최악의 녹조현상으로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고 있다.


최근 녹조가 낙동강 하류 주변 하천을 거쳐 논과 밭으로 유입되면서 농민들에게도 피해를 줬다. 덩달아 농산물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환경운동가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는 녹조현상의 원인으로 ‘정비’라는 명목으로 시행된 4대강 사업을 지목했다.


2년간 진행된 토목공사를 통해 보를 건설하고 인위적으로 강물을 가뒀고 그 결과, 흐르면서 정화되는 강의 자연성을 망가트렸다는 것이다.


구산동 지석묘 훼손 조사에 나선 문화재위원도, 녹조의 심각성을 알린 환경운동가도 "손을 대는 것보다 그대로 두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말한다.


보존의 가치를 무시하거나 저평가한 상태에서 진행한 성과 위주의 정책과 행정은 이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재앙을 불러온다.


김해시의 노른자위 땅에 있는 구산동 지석묘와 도시를 감싸고 있는 녹색빛 낙동강을 통해 우리는 보존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인간과 함께 숨 쉬는 역사와 자연이 더 이상 부끄러움과 걱정이 대상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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