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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신당역 살인범' 전주환은 왜 진작에 구속되지 않았을까

[편집자주]

신당역 살인사건 가해자 전주환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호송되고 있다. (뉴스1 DB)2022.9.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신당역 살인사건 가해자 전주환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호송되고 있다. (뉴스1 DB)2022.9.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피의자 구속의 필요성을 판단할 때 세 가지 요건이 있는지 검토한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 주거 부정이다. 형사소송법(형소법) 70조 1항에 규정된 구속사유다.

그런데 같은 조 2항에는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2007년 신설된 해당 조항은 말 그대로 고려해야 할 사항일 뿐 구속의 직접적인 사유는 될 수 없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범 전주환(31)에게 형소법 70조 2항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지난해 10월7일 카메라등이용촬영과 촬영물등이용협박 등 혐의로 이미 긴급체포된 전력이 있다. 당시 경찰은 전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주거지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로 이유로 이 같이 결정했다.

전씨는 이후에도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로 고소돼 경찰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그의 혐의를 인정하고 지난 1월 전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2차 수사 당시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경찰이 밝힌 이유는 '전씨의 사정이 달라지지 않았다'였다. 지난해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때처럼 구속사유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물론 경찰도 재범의 위험성과 피해자 위해 우려 등 '고려사항'을 심각하게 살펴봤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스토킹처벌법으로 송치된 후에도 전씨는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그는 지난 14일 집에서 흉기를 챙겨 피해자 A씨(28)의 이전 거주지인 6호선 구산역까지 이동해 피해자를 기다렸다. 전씨는 회사 내부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근무지도 알아냈다.

결국 14일 오후 9시 A씨는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전씨의 공격으로 숨졌다. 앞서 성범죄 혐의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A씨가 자신을 고소한데 대한 보복 범죄였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법무부와 경찰은 스토킹처벌법 보완에 나섰다. 법무부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된 스토킹처벌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은 전국의 스토킹 사건을 전수 조사하고 검경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법에 규정된 구속사유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요컨대 형사소송법 70조 1항은 1995년 12월 마지막으로 개정됐는데 이것을 27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따질 필요가 있다.

특히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참고인 위해 우려'를 고려사항이 아닌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 주거 부정 같은 구속사유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국회 동의를 받아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경찰은 일선의 목소리를 반영해 국회를 설득하고 법 개정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신당역 사건을 통해 스토킹은 피해자 위해 우려가 높고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법의 허점이 보완되지 않는다면 스토킹범들의 '보복'을 과연 제대로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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