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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KBO, '상습도박' 임창용을 꼭 레전드 40인에 뽑아야 했나

임창용,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받아
제외 고민했으나 강행…시상 등 논란 계속될 듯

[편집자주]

임창용. 2016.9.8/뉴스1 © News1 DB
임창용. 2016.9.8/뉴스1 © News1 DB

상습도박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임창용(46)이 결국 KBO리그 출범 40주년 기념 레전드 40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임창용의 레전드 40인 선정을 두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인데, 과연 최선의 길이었는지는 의문이 든다.

KBO는 지난 19일 KBO리그 40주년 레전드에 포함될 마지막 4명의 주인공을 공개했다. 송진우와 구대성, 김용수에 이어 임창용이 '전천후 투수'로 묶여 레전드 40인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레전드 40인은 추천된 후보 177명을 대상으로 전문가 투표(80%)와 팬 투표(20%) 결과를 합산한 다음에 상위 40명을 선정했다. 임창용은 전문가 투표에서 112표(57.44점), 팬 투표 46만8798표(8.58점), 총 점수 66.02점으로 21위에 올랐다.

임창용이 선수로서 이뤄낸 성과는 분명 전설 수준이다. '뱀 직구'를 앞세운 임창용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사이드암 투수다. 1995년 프로에 입문해 2018년 은퇴할 때까지 한국, 일본, 미국 무대에서 모두 활약한 몇 안 되는 선수였다.

그는 KBO리그 통산 760경기에 등판해 130승86패, 258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점 3.45의 성적을 남기면서 해태와 삼성,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창용이 레전드 40인에 최종 선정된 것에 대한 야구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빈번하게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킨 그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로 예우를 받아야 할 자격이 있는 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임창용은 지난 7월25일 상습도박 등 혐의로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300만원,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받았다.

한 순간의 실수도 아니고, 초범도 아니었다. 2016년 해외 원정 도박 파문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임창용은 못된 버릇을 못 고치고 6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섰다. 그는 지난해 3월 세종의 한 홀덤펍에서 한 판당 무려 1억5000여만원에 이르는 고액 도박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감생활은 피했지만 임창용은 많은 것을 잃었다. 특히 두 번이나 도박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그가 야구계로 돌아올 길이 영원히 끊겼다. 구단들은 임창용의 코치 선임 등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KBO도 임창용이 코치 등 구단 보직을 맡을 경우 상벌위원회를 열어 엄벌을 내리겠다고 했다.

임창용. 2017.2.2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임창용. 2017.2.2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즉 야구계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그런 임창용이 두 달 뒤 당당하게 레전드 40인으로 뽑혀 '명예'까지 얻었으니 비판이 거셀 수밖에 없다.

물론 KBO도 항변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임창용이 상습도박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기 전에 전문가 및 팬 투표가 종료돼 레전드 40인에 선정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KBO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몇 가지 더 있었다. 논란의 임창용을 제외하고 39명의 레전드만 선정할 수 있었고, 40주년에 맞춰 40명의 레전드가 꼭 필요했다면 투표에서 41위에 오른 선수를 명단에 포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KBO는 임창용을 레전드 40인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선수의 굴곡 또한 야구 역사의 일부이기에 순위와 평가를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혹 KBO가 '임창용 아웃'이라는 강한 철퇴를 내린다면 야구계에 경각심을 심어줄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야구만 잘하면 범죄를 저질러도 용서 될 수 있는가" "타의 모범이 되지 않는 선수는 레전드가 될 수 없다" 등 여론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애초 '리그 출범 40주년을 맞아 지나온 역사를 추억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연결하는 의미'로 준비했다는 레전드 40인 선정 취지 목적과도 맞지 않았다.

임창용의 레전드 40인 선정 이후에도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KBO와 10개 구단은 KBO리그 경기에서 레전드 40인에 대한 시상식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시상식을 하지 못한 레전드는 잔여 정규시즌 경기와 포스트시즌 경기,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통해 팬들과 만날 텐데 임창용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보일 지는 의문이다. 임창용은 물론 KBO와 구단들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고민에 빠졌던 KBO는 최종적으로 임창용에 대한 시상을 계획하지 않기로 했다.

40년간 KBO리그를 빛낸 별들을 기리기 위한 아름다운 이벤트인데 임창용 때문에 오점이 생겼다. 굴곡도 역사라지만, 팬들을 실망시킨 선수는 아무리 뛰어난 기록을 남겼어도 존중 받을 수 없다는 경고의 페이지를 남겼으면 어떨까. 

역투하는 임창용. 2018.10.12/뉴스1 © News1 DB
역투하는 임창용. 2018.10.12/뉴스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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