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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도덕경찰·고위 보안당국자 7명 제재…"아미니 죽음에 책임"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 도덕경찰 제재 명단 지정

[편집자주]

히잡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살 이란 여성이 '도덕경찰'에 구타 당해 숨진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AFP=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히잡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살 이란 여성이 '도덕경찰'에 구타 당해 숨진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AFP=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미국 정부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 끝내 사망한 이란 여성과 죽음과 관련해 이란 경찰과 간부 등을 제재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22일(현지시간) 이란 여성에 대한 학대와 폭력, 평화적인 이란인 시위대의 권리 침해를 이유로 이란의 도덕경찰(morality police·풍속 단속 경찰) 등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밝혔다.

OFAC은 도덕경찰은 최근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체포·구금됐다가 지난 16일 사망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OFAC은 또 도덕 경찰과 정보보안부(MOIS), 육군 지상군, 바시즈 저항군 등 이란의 보안 당국 고위 지도자 7명을 제재했다.

OFAC은 "이 당국자들은 평화로운 시위대와 이란의 시민사회 및 정치적 반체제 인사, 여성 인권 활동가, 이란의 바하이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을 억압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폭력을 사용하는 조직들을 감독하고 있다"고 밝혔다.

OFAC에 따르면 아미니는 지난 14일 이란의 수도를 방문했다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된 뒤 경찰 본부의 '교육 및 오리엔테이션' 수업에 보내졌다. 아미니는 같은 날 혼수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이틀 뒤인 지난 16일 내상으로 사망했다.

목격자들은 아미니가 구금 중에 입은 부상으로 인해 사망했으며, 아미니의 가족들은 당국이 병원에서 시신에 멍이 든 것을 가리는 등 아미니를 제대로 보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한다. 이란 당국은 아미니의 죽음에 대해 '심장 질환'을 이유로 들었지만 아미니의 가족들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아미니의 죽음이 알려지자 이란에선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지난 17일 시작돼 확산되고 있으며, 시위대에 대한 보안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이날까지 17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아미니는 용감한 여성이었고, 그녀의 죽음은 이란 정권의 보안 당국이 자국민을 상대로 한 또 다른 잔혹행위였다"며 "우리는 이 터무니없는 행동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하고, 이란 정부가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현재 진행 중인 표현 및 집회의 자유에 대한 폭력적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이란의 도덕경찰 및 이러한 탄압에 책임이 잇는 이란의 고위 보안 당국자들을 제재하기 위한 오늘의 조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과 전 세계적으로 인권과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겠다는 분명한 약속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OFAC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개인과 기관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인은 이들과 더 거래할 수 없다. 제3국의 개인·기관도 미국 금융망을 이용해 이들과 거래하면 제3자 제재를 받게 된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비극적이고 잔인한 아미니의 죽음을 규탄하는 한편, 아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 및 이란 국민들과 함께 그녀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재무부가 제재를 가한 7명의 이란 고위 보안당국자들을 일일이 거론한 뒤 "이 사람들은 모두 비폭력적인 시위대를 억압하고 죽이는데 관여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란 정부는 여성에 대한 조직적인 박해를 종식시키고, 평화적인 시위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은 이란의 인권을 위한 우리의 지지를 계속 표명하고, 이를 위반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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