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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파출소 "'간절히'라며 증원 요청했지만 …'살인자' 비난전화가"

[편집자주]

4일 오전 '이태원 압사 참사' 추모공간이 마련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에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물품이 놓여져 있다. © News1 황기선 기자
4일 오전 '이태원 압사 참사' 추모공간이 마련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에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물품이 놓여져 있다. © News1 황기선 기자

이태원 파출소로 '살인자'라는 비난 전화가 이어져 가뜩이나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경찰관들의 맥을 빼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태원 파출소에서 '간절히 요청한다'며 '간절히'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기동대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최일선 파출소의 이 요구만 수용됐더라도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현장 경찰관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있다.

◇ 주간팀도 퇴근 않고 근무했지만 감당하기 힘든 인파

이태원 파출소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25년차 경찰관인 경관은 4일 밤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참사가 일어났던 지난달 29일 상황에 대해 "오후 4시쯤부터 인파가 굉장히 많아졌다"며 파출소에서도 "주간근무팀도 퇴근하지 않고 대기하면서 야간팀과 근무하고 있었다"고 했다.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A경관은 "오후 6시엔 이미 많은 인파가 와 있어 저희 인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며 "현장 경찰관으로서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일이다"고 항변했다.

◇ 경찰내부 메신저로 "기동대를 '간절히' 요청한다"고 읍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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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경관은 서울청이 '기동대 요청이 아니라 교통기동대만 증원 요청을 받았다'고 한 부분에 대해선 "공문을 통해서 요청한 건 아니지만 내부 메신지로 기동대 파견도 요청했었다"며 "비공식이지만 급하면 그렇게 비공식적으로라도 요청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A경관은 "저희가 분명히 '간절히 요청한다' '간절하다'라고 표현을 쓸 정도로 기동대가 지원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이어 "이태원 거리가 사람으로 많이 넘쳐날 때는 교통기동대가 일시적으로 이태원 도로를 막아서 차량을 통제, 도로 쪽으로 사람들을 나오게 만들면 압박감이 훨씬 많이 풀어져 밀집도가 떨어진다"며 "그래서 이태원 파출소 소장이 교통기동대라도 (와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교통기동대 20여 명만 왔다면서 그 인력으로는 통제할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A경관은 "지난해는 기동대가 나와 인원에 대한 관리를 해 굉장히 일하기가 수월했고 사고도 많이 나지 않았던 그런 기억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등 수사관들이 현장감식을 마친 후 철수하고 있다. (공동취재)  © News1 구윤성 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등 수사관들이 현장감식을 마친 후 철수하고 있다. (공동취재)  © News1 구윤성 기자

◇ 경찰관들 트라우마· 자책감에 근무조차 힘들어…'살인자' 비난전화 너무해

현재 이태원 파출소 경찰관들 분위기에 대해 A경관은 "그날의 트라우마, 그날의 자책감, 우리 조직에서 저희를 여론의 한가운데로 던져지게 만든 이 상황,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서 지금 하루하루가 힘들게 지내고 있다"며 "근무조차도 잘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큰 걱정했다.

그런데 "저희 보고 '살인자'라고 비난하시는 전화가 파출소로 많이 오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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